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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Humanities

NewPhilosopher (vol1) :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

by hoyony 2022. 10. 12.

뉴스의 행간을 읽는 기술

참사, 살인, 재해 등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사람들의 의식에 오래 머무는 정보가 ‘좋은’ 뉴스라면, 본성, 선의, 윤리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은 ‘나쁜’ 뉴스이거나 새로울 것 없는 정보다.
뉴스의 블랙홀에서 밀려나지 않고 사람들의 의식에 맴돌기 위해 오늘날 유명 인사들은 즐거움을 줘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거침없는 언행을 보이거나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이는 일, 공분을 사는 주장을 하거나 쉽사리 이해나 오해를 받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오늘날에는 사상가와 지도자 대신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의 정치적, 예술적, 문화적, 지적 공간을 채우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면 미디어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시시콜콜하고 따분한 이야기를”제공함으로써 산만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너무 많은 소통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 운영되는 새로운 디지털 메시지 시스템은 절묘함보다는 속도를, 유려함보다는 편의성을 중시한다. 새로운 메시지 시스템은 재빠른 이해와 답변, 가벼운 농담, 재치 있는 응수를 권장한다.
짤막한 전자 메시지에는 위트나 기교를 담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매체 특유의 신속성 때문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편지의 문화적 구성보다는 일상적인 구두 대화 방식과 더 유사하다. 편지로 주고받는 대화 속도는 몇 주나 며칠 단위로 측정되는 반면, 전자매체를 이용한 대화 속도는 몇 분이나 몇 초 단위로 측정된다. 컴퓨터 커뮤니케이션의 지상 목표인 짧은 대기 시간이 인간 커뮤니케이션에도 최고의 이상이 되었다. 온라인 행위를 연구한 결과,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정보 교환이나 제공에 있어 잠깐의 지연 상태도 참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네트워크 공학은 인간 감성 공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트렌드를 야기하고 또 강화시키는 원동력은 전자 글쓰기의 비실체성이다. 물리적인 편지는 우편물 수송차의 우편낭이나 트럭의 트레일러를 통해 인간의 속도로 운반되어, 실제 사물의 무게와 입체성을 지닌다. 또 편지는 작성자와 수신자 모두에게 촉각적인 존재감을 주기 때문에 의식적인 생각을 지배한다. 이에 반해 전자 메시지는 형체가 없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수철 마일도 순식간에 전송될 수 있다. 이런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덧없이 흘러가고 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상의 메시지는 화면에서 사라지는 순간 의식 속에서도 바로 사라지고 만다.
이런 디지털 세계의 구상에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과 우리 뇌가 정보를 인식하는 방식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역폭은 신축적이다. 통신 시스템, 스위칭 장비, 압축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데이터는 점점 더 자유롭게 네트워크를 흘러 다니고 있다. 반면 우리 뇌는 그만큼 융통성이 없다. 인간 정신의 수용력은 한계가 있는데 대부분 약 네 개의 조각이나 덩어리로 제한된다. 또 정신의 주요한 과제는 데이터 처리가 아니라 감각 형성으로, 감각을 형성하려면 주의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우리 정신이 정보를 지식으로 조합하는 데 필요한 초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입수되는 정보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측면이 있다. 세상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명료하고 함축적인 생각을 형성하고 표현하는데 필요한 지적인 맥락을 구축하려면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의사소통의 성과는 우리가 정보를 얼마나 빨리 입력하고 처리하여 출력하느냐가 아니라 만사를 얼마나 충분히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의식 속에 더 많은 정보를 육여넣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뿐이다. 컴퓨터의 속도와 보조를 맞추려면 감각을 형성하고 맥락을 구축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공공 영역에서 사려 깊음과 배려심 같은 자질이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문제적 징후를 목격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와 정치 선전에 민감해지고,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며, 대화가 빈약하고 무신경해지고, 이성이 아닌 감정 위주의 대화로 후퇴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정보 과부하로 인해 조용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우리의 능력이 치르는 대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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