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팽창하는 우주
빅뱅이 일어난 후 채 1초가 지나기 전에 물질을 지배하는 네 개의 기본적인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핵력, 약핵력이 나타난다. 네 개의 힘 중 가장 강력한 강핵력은 쿼크를 양성자와 중성자 안에 가두어두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의 핵 속에 묶어두는 힘이다. 약핵력은 방사성 원소들의 자연 붕괴(원자핵의 붕괴)를 일으킨다.
네 개의 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주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존재하고 팽창한다. 만약 중력이 조금이라도 더 강력했다면 모든 물질은 스스로 붕괴되고 말았을 것이다. 반대로 중력이 조금이라도 약했다면 원자조차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우주의 온도가 조금 더 천천히 식었다면 양성자와 중성자는 헬륨과 리튬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철을 만들어낼 때까지 계속해서 결합했을 텐데, 철은 별과 은하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무거운 물체다. 네 개의 힘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절묘한 균형이야말로 우주가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현재의 우주가 살아남기 전에 많은 우주가 존재했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빅뱅 이후 약 30만 년 사이의 팽창과 냉각 과정 속에서, 이리저리 미친 듯이 돌아다니던 음전기를 띤 전자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로 된 원자핵은 양전기를 띠고 있었다. 전자의 속도가 충분히 줄어들자 원자핵이 자기를 이용해 전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결과 가장 가볍고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최초의 원자인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다.
수소와 헬륨의 탄생은 우주의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안정적인 원자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주에는 양전기를 띠거나 음전기를 띤 수없이 많은 입자들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광자라고 불리는 아원자 입자들로 구성된 빛이 그 충전된 입자들 사이를 통과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광자는 전기적 성격을 가진 입자들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반사되거나 흡수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당시에 거기 있었다면 우주의 모습은 자욱한 안개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눈보라처럼 보였을 것이다. 음전기를 띤 전자와 양전기를 띤 원자핵이 묶여 원자가 형성되자, 빛의 광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복사로 인한 안개가 걷힌 것이다.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우주는 점차 맑아지기 시작했다.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고 움직임이 진정되면서 수소와 헬륨 구름들은 중력으로 결합해 독자적인 은하가 되었다. 즉, 수소와 헬륨의 원자들이 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은하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들이 충돌하면서 그 마찰로 인해 엄청난 열이 생겨났고, 그로 인해 원자는 전자를 잃게 됐다. 그에 따라 수소 핵 융합을 일으켜 헬륨 이온을 만들어냈다. 이 핵 융합반응은, 질량의 손실은 빛의 제곱을 곱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아인슈타인의 E=MC2이라는 공식에 따라 엄청난 양의 빛과 에너지를 방출했다. 수소가 타기 시작하면서 초당 수백만 톤의 물질이 에너지로 변화하고 별이 태어났다. 최초의 별들은 빅뱅이 일어난 이후 약 20만 년 무렵에 만들어졌다.
태양은 약 50억 년 후에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헬륨을 태우는 헬륨융합반응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헬륨융합은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더 뜨거운 과정이기 때문에, 태양은 추가로 만들어진 에너지의 압력으로 인해 적색거성이라고 부르는 별이 될 때까지 팽창하게 된다. 그리고 헬륨 연료가 다 타게 되면 적색거성은 백색왜성으로 쪼르라든다. 그 후에는 지구만 한 크기지만 질량은 지구의 20만 배에 달하는 흑색왜생으로 불리는 재가 될 때까지 서서히 식게 된다. 지금까지 어떤 흑색왜성도 발견된 적이 없는데, 우주의 나이가 그런 느린 냉각과정을 마칠 정도로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들어질 때부터 태양보다 큰 일부 황색성들은 태양이 미래에 그렇게 될 것보다도 더 큰 적색거성이 될 것이다. 그런 별들은 적색거성의 시기가 끝나도 곧바로 백색왜성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그 별들에서 탄소, 질소, 산소, 마그네슘, 그리고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돼 태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은 별의 연료로 사용될 수 없다. 그 결과 에너지 생산이 중단되고 중력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별의 중심핵이 내파를 일으키고 그것이 표피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켜 별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그 결과로 별의 중심핵만 남아 백색왜성이 되거나, 작지만 대단히 밀도가 높은 중성자별이 되거나, 아니면 빛조차도 그 중력장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한 밀도를 가진 물체인 블핵홀이 된다. 이런 자기 파괴적인 별의 폭발을 초신성이라 부른다. 태양보다 최소한 여섯 배 정도 큰 별들만이 초신성이 된다.
2. 지구, 생명을 갖다
우리의 피에는 아직도 바닷물의 소금이 포함돼 있고, 우리는 눈물이나 땀으로 바닷물을 배출한다. 이런 사실들은 모든 생명이 바다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입증한다. 태아는 물로 가득 찬 환경에서 9개월 동안 자라고 발달하는데,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발달의 초기 단계에는 축축한 곳이 아니면 발달할 수 없다. 태아는 지금도 귀 뒤에 작은 상자처럼 보이는 아가미를 일시적으로 갖고 있는데, 나중에 숨을 쉬는 폐로 발전하는 전 단계로 생성된 것이다. 인간의 몸은 지구의 표면과 마찬가지로 65%가 물로 되어 있다. 인간은 대단히 심오하고 근본적인 방법으로 지구에 속해 있다.
일부 박테리아는 진핵세포라는 새로운 종류의 세포로 발전했다. 진핵세포는 핵이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소를 이용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하고 있다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핵이 없는 세포로부터 핵을 가진 세포로의 이런 도약을 생물학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일로 생각하고 있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전자기 발전기다. 지구의 핵은 단단하지만 그 주변은 지구가 처음 태어날 때 발생한 열로 뜨거워진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로 둘러싸여 있다. 지구의 자기장은 핵의 중심을 빙빙 돌고 있는 액체 상태의 철로 인해 만들어진다. 지구의 단단한 핵은 5년마다 지름이 약 5센티미터씩 천천히 커지고 있는데, 우주의 다른 모든 물체가 그렇듯 지구도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억 5000만 년 전의 대량 멸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양서류가 지배적인 동물이었고, 그중 일부는 파충류로 발달해 있었다. 그러나 대량 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번성했고, 놀랍고 새로운 종들로 빠르게 진화했다. 양서류는 껍질이 있는 알을 낳으면서 파충류로 진화했다. 껍질이 있는 알은 땅에 낳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가 물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파충류는 알을 낳은 후에 남성이 알에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 내부에 정자를 직접 넣는 방법, 즉 성기를 삽입하는 교미 방법을 개발해야 했다. 인간도 같은 방법으로 번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파충류의 덕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4. 인간, 수렵과 채집을 시작하다
인간을 새로운 종으로 바꿔놓은 유전자 돌연변이는 인간에게 문법과 구문의 사용을 가능하게 한 뇌의 신경 변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구문을 사용한다는 말은,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 아무 단어들이나 마구잡이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왜냐하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다면', '~이기 때문에' 등의 추상적인 표지어가 쓰인 종속절을 사용해 단어를 위계있는 구조 속에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6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 정도에 아주 갑작스럽게 인간 두뇌의 연결망에 어떤 변화가 있었거나 혹은 후두나 혀의 구조에 변화가 생겨 그 결과 완전한 언어가 생겨났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완전한 상징언어는 그보다 이전 시기에 시작돼 느리게 발전했다고 본다. 즉 완전한 상징언어는 인간이 호모사피엔스로 유존족인 변화를 일으킨 후에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많은 요소들, 특히 상징언어의 사용과 함께 얻게 된 집단적 학습 효과 등의 결과로 생겨났다고 본다.
인간의 또 다른 보편적인 특징은 물론 의식,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다. 진화의 이야기에서 언제부터 의식이 존재했을까 하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다. 다른 동물도 자의식을 갖고 있을까? 도대체 언제 인간에게 완전한 의식이 생겼을까? 의식은 뇌에 있는 신경 체계의 위계질서가 아주 고도로 복잡한 신호를 보내면서부터 생긴 것 같다. 그 신호가 충분히 복잡해지면 생물체는 지속적인 의식을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 신경의 복잡성은 침팬지의 의식으로부터 완전한 인간의 의식으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발달했을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의식은 우리와 함께 4만 년 동안 함께 있어왔다.
오늘날의 인간은 다른 생명계와 약 90퍼센트의 DNA를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와는 98.4%의 DNA를 공유한다.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약 1.6%의 DNA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그중 대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 중 극히 일부만이 사람마다 다른데, 그로 인해 인체 내부의 차이와 피부색, 머리칼 색, 눈동자 색, 머리 모양, 얼굴의 모양 같은 외형적 차이가 만들어진다.
5. 초기 농업이 시작되다
마을과 읍의 생활은 사냥과 채집을 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점점 더 불안해졌다. 질병의 가능성이 불안감의 원인이었다. 기후의 변덕이 일상의 관심사가 되었다. 때맞춰 비가 내릴 것인가? 기온이 식물에 너무 높거나 낮지는 않을까? 우박이 곡물을 망칠 수도 있고, 해충이나 균도 그럴 수 있다. 사냥감이 갑자기 줄거나 사라질 수 있다. 갑작스런 홍수가 마을에 닥칠 수도 있었따. 인간의 삶은 언제나 위태로웠다. 그들의 관심사는 야생동물을 달래는 것에서 생명의 근원을 숭배하고 그 근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6. 초기 도시들이 생겨나다
한때는 문명의 등장을 인간의 야만적 본성을 이겨낸 성공적인 작품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문명화된 삶이라는 것이 보여주는 사회적 불평등이나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을 보면서, 문명이 수렵채집 생활보다 더 야만적인 것은 아니라 해도 그와 비슷하게 야만적이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현재 일부 역사학자들은 문명이라는 용어 대신 복합사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회가 더 복잡해지면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구조들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그런 필수적인 구조들은 문자의 사용, 전파하기 쉬운 종교, 정교한 관료제, 가부장제 같은 것들이었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문자는 읽기와 쓰기를 단순하게 만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것은 무엇보다 종교적인 기록들을 보통 사람들에게 가깝게 만든다. 오랫동안 지역 신들과 연관돼 있던 종교적 교리들은 사람들이 이주하거나 포로로 잡겨갈 때 교리를 적은 문서를 들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함께 이동하게 됐다. 그에 따라 지역 신들이 보편적인 신으로 바귀고 더 이상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
7. 아프로유라시아 네트워크를 만들다
실크로드를 통해 오가던 짐 속에는 보이지 않는 여행자들도 있었다. 그것은 동물에게서 유래한 병균들이었다. 그중 일부는 지금도 우리가 아이들의 병으로 알고 있는 천연두, 이하선염, 백일해, 홍역 등이다. 이런 질병들은 사람들이 30만 명이나 그 이상 밀집해 살기 전까지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퍼지지 않았던 것들이다. 바이러스의 첫 번째 숙주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숙주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의 숙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질병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양쪽 끝에 있는 도시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서기 165년에서 180년 사이 로마제국과 중국에서 인구의 약 25%가 목숨을 잃었다. 그것은 220년에 한 왕조가 무너진 요인이기도 했다.
도시화 이전의 사람들이나 도시에 살지 않던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원초적인 시간이나 있는 그대로의 생활과 같은 삶의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후 200년 사이에 생긴 새로운 종교들은 더 이상 만족스럽지 않은 세상을 긍정하는 태도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대신 보다 나은 다른 세계를 그리게 된다. 새로운 예언자, 성자들은 어떻게 구원과 해탈을 얻을 수 있는지를 강조했고, 다음 생에서 더 나은 삶을 얻을 것인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모습으로 환생할 수 있을지를 강조했다. 그들은 밀집된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행동 양식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윤리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모슬렘 상인들은 아프리카 내륙으로는 들어가지 않았고, 내륙 지역에서는 반투어를 구사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 후 수세기 동안 자신의 종교를 지키며 살았다. 낙타는 사하라사막을 건널 정도로 강인한 동물이었지만, 사하라 남쪽의 습기 찬 기후에서는 체체파리와 그것이 옮기는 수면병을 일으키는 트리파노소마(편모충)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사하라 남쪽의 말라리아와 활영병도 치명적이었다. 지리적 조건도 사하라 남부 지역을 고립시켰다. 니제르 강과 콩고 강은 하류의 급류와 폭포 때문에 바다에서 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한 갖가지 기생충들이 인구 증가를 막았다. 그런 이유로 아프리카 내륙은 19세기까지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돼 있었으며, 인구도 많지 않아 도시 사회가 발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약 2000개 정도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지역 전통들이 사하라 남부 지역의 특징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9. 아메리카 대륙에 문명이 등장하다
서반구에서는 유일하게 마야 사람들만이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문자체계를 발전시켰다. 그들의 문자는 약간의 상형문자와 음절을 표현하기 위한 표음문자가 합쳐진 것이었다. 모든 말을 표음문자로 기록하지 않았던 이유는, 상형문자가 특정한 권위를 갖고 있었고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야인들은 나무 껍질에 석고 가루를 씌운 뒤 접어서 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에스파냐인들이 마야문명을 너무도 철저하게 파괴했기 때문에 900년 전에 만들어진 마야 책은 단 한권도 남아있지 않고 그 이후 만들어진 것도 단 네 권만 남아 있다.
남아메리카 열대 지역에서는 도시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저장이 가능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었다. 따라서 남아메리카 도시는 현재 페루의 서쪽 해안 지대와 그곳에서 가까운 안데스산맥 지역에서만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지역에 있던 사회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즈텍 문화에 대한 것보다 훨씬 적은데, 그 이유는 그런 사회들이 문자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고고학적 유산 중 하나는 마추픽추에 있는 잉카 유적지다. 페루의 쿠스코에서 75km 떨어져 있는 오래된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마추픽추는 우루밤바 강의 하구에 자리잡고 있는데,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그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1911년 농부들이 하리엄 빙엄을 그곳에 안내했고, 그 다음해인 1912년 세계에 알려졌다. 빙엄은 예일대학과 미국지리학회 후원을 받아 고고학 탐사를 했으며, 그 결과를 1913년과 1930년에 발표했다. 밀림 속의 높은 언덕에 위치한 마추픽추는 커다란 중앙 광장이 있고 그 주변을 복잡한 테라스와 우아한 건축물들이 둘러싼 모양을 하고 있다. 마추픽추 건축물에는 엄청난 양의 돌이 사용됐다. 마추픽추는 종교적 장소가 아니라 제국을 건설한 파차쿠티의 휴양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세운 제국은 에스파냐인이 침공할 때까지 1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아메리카 대륙은 아프리카나 유라시아 대륙과 완전히 떨어져서 인간 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던 장소다. 하지만 양쪽의 발전을 비교해 보면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인간이 두 개의 서로 떨어진 반구에서 서로 전혀 접촉하지 않았거나 거의 접촉이 없었음에도 아주 흡사한 평행적인 역사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의 사람들이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두 대륙의 사람들은 농업 생활로 전환하면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사제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후에는 전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사젣르은 사람들에게 언제 곡식을 심고 다음 번 모종을 위해 종자를 어떻게 보관할지를 가르쳤다. 그들은 씨를 뿌리는 시간을 결정하게 위해 하늘을 관찰했고, 1년 내내 축제와 금식, 그리고 희생을 통해 소비를 조절했다. 사제는 신에게 바치기 위해 식량을 저장했는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종교적 제의를 유지하고 기근이 날 때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었다. 사제들이 이끄는 농업공동체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더 잘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연히 권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잉여 식량을 노리는 조직화된 약탈 행위가 일어났고, 그에 따라 직업적인 전사들이 필요해졌다. 자연히 군사적인 힘을 조직하고 보호해준 대가를 거둘 수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주어졌다. 잉여 식량이 늘어나면서 지배 계층이 생겼다. 군사적 지배계급들은 자신보다는 평민들과 가까웠던 사제들과 연합했다. 이는 모든 인간 사회 발전에서 나타난 공통 양상으로 보인다.
10. 아프로유라시아, 하나로 연결되다
유럽의 서부에는 기사 계급이 15~30가구에 이르는 소작농의 노동에 기초해 생활하는 사회적 양상이 두드러졌다. 농민들은 수확한 곡물의 절반과 자신의 노동력 일부를 기사 계급에게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농토와 신변의 보호를 받았다. 농부들은 크리스마스 앞뒤의 12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끊임없이 일하면서 삼모작을 했는데, 따뜻한 겨울과 1년 내내 내리는 비로 인해 농업 생산량이 늘어났다. 한 가구가 12만 제곱미터에서 16만 제곱미터 정도의 땅을 경작할 수 있었으며, 그런 넓이의 땅이면 매년 4600kg 정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중 1500kg 정도는 다음 해의 농사를 위해 종자로 보관했고, 1300kg정도로 네 마리의 말을 먹였고, 1200kg 정도는 영주에게 바쳤고, 농부와 그의 가족에게는 나머지 600kg정도가 돌아갔다. 가족 한 명당 하루에 약 1600칼로리가 돌아가는 셈이었다. 따라서 농부들은 과일, 채소, 가축, 닭, 토끼 등을 함꼐 길러야만 했다.
1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유럽인들은 기껏해야 성경을 읽거나 로마인들의 신화나 일화를 읽던 시대에 비해 엄청난 학문의 발전을 이룬다 1200년 이후에 유럽에는 새로운 칼리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슬람의 '마드리사'를 본뜬 것이었다. 마드리사는 이슬람 세계 전체에 퍼져 있던 기금을 가진 학교로,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를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는 월급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유럽인들은 마드리사 제도에 새로운 개념을 더 해 연구와 고등교육에 특화된 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인 대학이라는 의미 있는 발명을 해냈다. 1300년이 되기 전에 유럽인들은 20개의 대학을 만들었고, 1300년에서 1500년 사이에는 60개를 더 만들었다. 모든 대학에서는 라틴어가 사용됐다. 1450년 이후 세 가지 진보가 인쇄술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고, 그로 인해 교육도 변했다. 세 가지 진보는 금속활자와 종이에 찍어내기 적합한 잉크, 그리고 잉크를 묻힌 활자를 종이에 찍는 나무 볼트를 사용하는 개량된 인쇄기였다.
유럽에서는 보통 사람도 총(권력)과 책(지식)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정부가 변화를 통제하거나 사회가 계속해서 상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점 때문에 라틴 유럽은, 보다 통제적인 정부가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행동을 강요할 수 있었던 유라시아 대륙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매우 다르게 발전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총을 만드는 일 자체가 규제 대상이었으며, 1637년 이후에는 사무라이 계급이 총을 비신사적인 것으로 간주해 없애기도 했었다.
11. 지구를 연결하다
1500년 경에 법에 의해 통치되고 관료에 의해 다스려지는 국가에 속했던 지역은 전체 육지의 20%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종족사회나 부족사회로 대부분 농업 생활을 하고 있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는 사람 수는 지구상의 전체 인구 약 4억 6100만 명 중에서 1% 정도에 불과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밀들은 가축화된 동물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이 전파하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었고, 결국 싸울 기회도 없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콜롬버스의 교환으로 발생한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천연두 유행은 기록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두 개의 인구 멸종 사건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14세기 흑사병이었다. 반복된 천연두 발병으로 인해 1492년에서 1650년 사이에 아메리카 원부민의 절반에서 90% 까지 목숨을 잃었다. 유럽인들이 만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은 불가항력의 질병으로 인해 갑자기 붕괴한 복잡한 문명의 생존자들로, 마음에 충격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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