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out Science

생명, 경계에 서다 by 짐 알칼릴리, 존조 맥패든

by hoyony 2018. 12. 18.

LIFE ON THE EDGE : The Coming of Age of Quantum Biology


글항아리
2017. 11. 24


생명이란 무엇인가?

슈뢰딩거의 주장에 따르면, 큰 수의 통계적 특성으로부터 정확성을 따르는 법칙은 기체의 법칙만 있는 게 아니다. 유체역학이나 화학반응을 관장하는 법칙을 포함해서 고전물리학과 화학의 모든 법칙이 이런 ‘큰 수의 평균화’ 또는 ‘무질서 속의 질서’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수조 개의 분자로 채워진 보통 크기의 풍선은 언제나 기체의 법칙을 따를지 몰라도, 너무 작아서 몇 개의 분자만 들어갈 수 있는 현미경적 크기의 풍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분자의 수가 작으면 온도가 일정해도 완전히 무작위로 바깥쪽으로 움직여서 어떤 때에는 풍선이 팽창할 수도 있고, 어떤 때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분자들이 모두 안쪽으로 움직여서 풍선이 수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매우 작은 풍선의 행동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슈뢰딩거는 미시세계에서는 고전물리학의 통계적 법칙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순히 관측만 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법칙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입자 수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정확히 계산해냈다. 따라서 1조(100만×100만) 개의 입자가 들어 있는 풍선은 기체의 법칙에 따른 엄격한 움직임에서 100만 분의 1 정도 벗어난다. 그러나 입자가 100개뿐인 풍선은 규칙적인 행동에서 10만분의 1만큼 벗어난다. 고전물리학의 통계적 법칙은 모두 이런 제약을 받는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입자로 이루어진 물체에는 잘 들어맞지만, 적은 수의 입자로 이루어진 물체의 행동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뢰성과 규칙성을 고전 법칙에 의존하는 물체는 아주 많은 수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떨까? 슈뢰딩거는 열역학의 토대가 된 무질서 속의 질서 원리가 생명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가 보기에, 가장 작은 장치들 중에서 적어도 일부는 고전 법칙의 지배를 받기에는 너무 작았다.

제3장. 생명의 엔진

생명체는 모두 효소에 의존했거나 의존하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마다 수백 수천 개씩 들어 있는 이런 분자 기계는 생체분자의 수집과 재활용이라는 과정이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도록 돕고 있으며, 우리는 이 과정을 생명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돕는다’는 것은 효소가 하는 일을 정의하는 중요한 단어다. 효소의 일은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여서(촉매작용) 원래는 훨씬 느리게 진행되는 작용을 빨리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 세포 속에 들어 있는 효소는 물질대사의 속도를 높여준다. 물질대사는 우리 세포 속에 있는 수조 개의 생체분자를 수조 개의 다른 생체분자로 끊임없이 변환시킴으로써 우리를 살아 있게 해주는 작용이다. 효소가 없을 때 콜라겐 섬유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6800만년 이상인 것은 확실하다)과 효소가 있을 때 걸리는 시간(약 30분)을 비교하면 무려 1조 배의 차이가 난다.

올챙이가 개귀로 변하려면, 적지 않은 규모의 분해와 재성형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테면 꼬리는 점차 몸에 재흡수되어 새로운 다리를 만드는 데 재활용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콜라겐 기반 세포외 기질이 필요하다. 이 세포외 기질은 개구리 꼬리의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가 빠르게 해체된 후, 새롭게 형성되는 팔다리로 다시 조립된다. 그러나 콜라겐이 6800만 년 동안이나 몬태나의 암석 속에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콜라겐은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만약 오로지 무기적 과정에서 콜라겐을 화학적으로 분리한다면, 변태 과정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이 자신의 질긴 힘줄을 뜨거운 산성 용액에 끓일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휠씬 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콜라겐 섬유를 분해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 수단이 바로 콜라게나아제라는 효소다.

콜라게나아제는 동물, 미생물, 식물이 모든 생명활동에 의존하는 수백만 개의 효소 중 하나일 뿐이다. 어떤 효소는 세포외 기질의 콜라겐 섬유를 만든다. 어떤 효소는 단백질, DNA, 지방, 탄수화물을 포함한 다른 생체분자를 만든다. 또 다른 효소들은 이런 생체분자를 분해하고 재활용한다. 효소는 소화, 호흡, 광합성, 물질대사를 담당한다.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효소는 생명의 엔진이다.

콜라겐은 아미노산들이 실처럼 길게 연결된 것으로, 각각의 아미노산은 질소 원자와 탄소 원자 사이의 펩티드 결합을 통해 다음 아미노산과 연결되어 있다. 펩티드 결합은 분자 내에서 원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유형의 결합 중 하나일 뿐이다. 펩티드 결합에는 탄소와 질소 원자 사이에 공유 전자쌍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전하로 하전된 이 공유 전자쌍은 양전하로 하전된 양쪽의 원자핵을 끌어당김으로써, 펩티드 결합을 하는 원자들을 붙잡는 일종의 전기적 접착제로 작용한다. 펩티드 결합은 대단히 안정적이다. 그래서 억지로 공유 전자쌍을 분리시켜 결합을 끊기 위해서는 높은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 결합은 자연적으로는 잘 끊어지지 않으므로 주위의 물 분자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가수분해라고 한다.

전자 전달하기

효소의 중요한 작용 중 하나는 기질 분자 내에서 전자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콜라게나아제는 펩티드 분자 내에서 전자들을 끌어당기고 밀어낸다. 그러나 전자는 분자 내에서 이리저리 옮겨질 뿐만 아니라, 이 분자에서 저 분자로 전달되기도 한다. 화학에서 가장 흔한 유형의 전자 전달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산화oxidation라고 한다. 산화는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석탄 같은 연료를 공기 중에서 연소시킬 때 일어난다. 산화의 본질은 공여체에서 수용체로 전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석탄을 태우는 경우에는, 탄소 원자 속의 고에너지 상태 전자들이 에너지가 더 낮은 결합을 형성하기 위해 산소 원자로 이동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남는 에너지는 활활 타고 있는 석탄의 열로 방출된다. 우리는 이 열에너지를 이용해서 난방과 조리를 하고, 물을 증기로 바꿔서 발전기의 터빈을 돌린다. 그러나 석탄이나 내연 기관의 연소는 전자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장치로는 꽤 조악하고 비효율적이다. 자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에너지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포획하는 수단을 알고 있었다. 바로 호흡 과정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호흡은 폐에서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이고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과정인 숨쉬기이다. 그러나 사실 숨쉬기는 세포 내 분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훨씬 복잡하고 질서정연한 과정의 첫 단계(산소 전달)와 마지막 단계(이산화탄소 방출)의 조합에 불과하다. 호흡은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복잡한 세포소기관의 내부에서 일어난다. 호흡은 탄소 기반 연료의 연소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경우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양분이 이런 연료가 된다. 이를테면 탄수화물은 우리 장에서 포도당 같은 당으로 분해된 다음, 혈관을 통해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세포로 전달된다. 이 당이라는 연료를 태우기 위해 필요한 산소는 폐에서부터 혈관을 타고 같은 세포로 전달된다. 석탄을 태울 때와 마찬가지로, 탄소 원자의 바깥 궤도에 있는 전자들이 NADH라는 다른 분자에 전달된다. 그러나 호흡에서는 전자가 산소 원자와 곧장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포 안에 있는 효소의 호흡 연쇄respiratory chain를 따라 한 효소에서 다음 효소로 전달되는데, 그 모양은 마치 주자들이 바통을 전달하면서 달리는 계주와 비슷하다.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전자는 에너지 준위가 점점 낮아지고, 그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양성자를 퍼내는 효소의 동력으로 이용된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의 내부와 외부 사이에는 양성자 기울기가 형성되고, 이 양성자 기울기는 ATP 효소라는 또 다른 효소의 회전에 이용된다. ATP 효소에서 만들어지는 ATP라는 생체분자는 모든 생체 세포에서 일종의 에너지 배터리로 작용하는 매우 중요한 물질로, 이동이나 생체 형성처럼 에너지가 필요한 여러 활동에 손쉽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전자를 동력으로 양성자를 퍼내는 효소들의 작용은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력발전 펌프의 작용과 엇비슷하다. 그러면 저장된 에너지가 비탈을 따라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방출됨으로써 발전기의 터빈을 돌릴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토콘드리아의 호흡 효소는 양성자를 퍼내는 양성자 펌프로 작용한다. 이렇게 퍼낸 양성자들이 다시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올 때, 이 양성자들을 동력으로 발전기의 터빈에 해당되는 ATP 효소가 돌아간다. ATP효소의 회전은 또 다른 정교한 분자운동을 일으키는데, 바로 ATP라는 분자에 고에너지 인산기를 결합시켜 ATP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에너지 포획과정을 바통 대신 물병을 전달하는 계주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물병(물은 전자의 에너지를 나타낸다)을 넘겨받은 각각의 주자(효소)는 물을 한 모금씩 마신 다음 물병을 전달하고, 마지막에 남은 물은 산소라는 양동이에 붓는 것이다. 이렇게 전자의 에너지를 작은 덩어리로 나눠 포획하는 방식은 산소에 에너지를 곧바로 쏟아붓는 것에 비해 전체 과정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적어진다.

따라서 호흡의 핵심적인 과정은 숨쉬기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호흡은 세포 내의 호흡 효소들을 통해서 전자를 차근차근 전달하는 과정이다. 전자가 전달될 때, 한 효소에서 다음 효소 사이의 간격은 원자 몇 개의 길이와 같은 수십 옹스트롬이다. 이 간격은 일반적으로 전자가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다. 호흡의 불가사의는 이렇게 넓은 분자 간격을 넘어서 그렇게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양자 터널링

양자 터널링의 결정적 특징은 다른 여러 양자 현상과 마찬가지로 파동처럼 퍼지는 물질 입자의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수많은 양자 입자로 구성된 물체가 터널링을 하려면, 그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입자의 파동이 일사불란하게 행진하듯이 골과 마루가 정확히 일치하면서 진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결맞은 계 또는 간단히 조화롭다고 부르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결어긋남은 뭔가에 의해 양자 파동의 대부분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빠르게 벗어나면서 전체적인 결맞음 상태가 사라지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결어긋남은 물체의 양자 터널링 능력을 파괴한다. 입자가 양자 터널링을 하려면, 장벽을 침투하기 위한 파동성이 남아 있어야만 한다. 이런 이유에서 축구공 같은 큰 물체는 양자 터널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수조 개의 원자로 구성된 축구공 같은 물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파동처럼 행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자적 기준에 의하면, 살아 있는 세포도 큰 물체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원자와 분자가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있는 따뜻하고 축축한 생체 세포 내에서는 양자 터널링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효소의 내부는 다르다. 효소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움직임은 무질서한 난동이라기보다는 잘 짜인 안무에 가깝다.

생체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양자 터널링

미국인 과학자 존 호필드의 지적에 따르면, 높은 온도에서는 전자가 터널링 없이 장벽을 뛰어넘을 정도로 분자의 진동에너지가 충분할 것이다. 온도가 감소하면 효소 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충분한 진동에너지가 없어야 한다. 디보와 챈스가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호필드는 이런 낮은 온도에서 에너지 비탈의 중간까지만 올라간 전자는 바닥에 있을 때보다 에너지 비탈을 관통하기 위한 거리가 짧아져서 장벽을 통한 양자 터널링이 일어날 기회가 강화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는 옳았다. 터널링을 매개로 한 전자의 전달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일어난다. 이제는 호흡 연쇄에서 전자가 양자 터널링을 통해 이동한다는 것을 의심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 양자생물학 영역에서 호흡 연쇄는 동물과 (광합성을 하지 않는) 미생물 세포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활용 반응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양성자의 이동

모든 효소 반응의 약 3분의 1은 수소 원자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시키는 것과 관련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수소 원자에 여러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전자 하나와 원자핵(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중성 수소 원자(H)일 수 있다. 전자 없이 하나의 양성자, 즉 원자핵만 가지고 있어서 양전하를 띠는 수소 이온(H+)일 수도 있고, 또는 전자를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 음전하를 띠는 수소 이온(H-)일 수도 있다.

지질, DNA, 아미노산, 단백질, 당을 비롯해 생명을 이루는 모든 생체분자는 다양한 효소에 의해 만들어지고 분해된다. 또한 성장하고 있는 개구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을 중재하는 역할 역시 효소의 소임이다. 이를테면 개구리가 파리를 보고 있을 때, 개구리의 눈에서 뇌로 이 신호의 전달을 매개하는 것은 신경세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신경전달물질 효소군이다. 개구리가 혀로 파리를 낚아챌 때에는 근육 세포 속에 많이 들어 있는 미오신이라는 다른 효소가 근육 수축을 일으킨다. 개구리의 위 속에 파리가 들어오면, 온갖 효소가 분비되어 파리의 소화를 촉진시켜서 양문을 배출시킨다. 이렇게 배출된 양분은 개구리에 흡수되고, 다른 효소에 의해 개구리의 조직으로 바뀌거나 미토콘드리아 내의 호흡 효소들을 거쳐서 에너지로 쓰인다. 개구리와 다른 살아 있는 유기체의 모든 생명활동, 우리를 포함한 생명체를 살아 있게 하는 모든 과정은 효소에 의해 촉진된다. 진정한 생명의 엔진인 효소의 비범한 촉매 능력은 잘 짜인 안무처럼 기본 입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기량에서 나오기 때문에, 양자세계의 기이한 법칙을 다룰 수 있어야만 한다.

광합성의 중심을 향한 여행

세포의 내부는 점성이 있는 걸쭉한 액체인 세포질로 채워져 있다. 세포질의 상태는 액체라기보다는 겔에 가까우며, 이 겔 속에는 불규칙한 모양의 둥근 물체가 수천 개씩 떠다니고 있다. 끊임없는 내부 운동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둥근 물체는 단백질 효소다. 효소는 세포의 대사 과정을 수행하거나, 양분을 분해하거나, 탄수화물, DNA, 단백질, 지질 같은 생체분자를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이런 효소들 중 다수가 스키장 리프트 케이블과 비슷하게 생긴 케이블로 이루어진 망상 구조(세포골격)에 매여 있는데, 이 케이블을 통해서 세포 내의 여러 장소로 수많은 화물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포 내에는 이런 수송망의 구심점이 곳곳에 있으며, 이런 구심점에서 케이블은 커다란 초록색 캡슐 위에 닻을 내리듯이 고정되어 있다. 이 캡슐이 바로 광합성이 일어나는 장소인 엽록체다. 투명한 막으로 싸여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엽록체 안에는 초록색 동전 더미 같은 것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 구조가 틸라코이드이며, 틸라코이드 속에는 식물을 초록색으로 보이게 하는 색소인 엽록소 분자가 가득 들어차 있다. 광자를 연료로 가동되는 광합성의 엔진인 틸라코이드는 탄소 원자를 조립해서 사과 속에 들어가게 될 당을 만든다.

엽록소는 주로 탄소와 질소 원자로 이루어진 오각형이 중심에 있는 마그네슘 원자를 둘러싸고 있으며, 탄소, 산소,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꼬리가 달려 있는 2차원 구조다. 마그네슘 원자에서는 최외각 전자가 원자의 나머지 부분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태양에너지의 광자를 흡수하면 전자가 마그네슘을 둘러싸고 있는 탄소로 빠져나올 수 있고, 마그네슘 원자에는 양전하를 띠는 구멍이 생긴다. 정공 또는 양공이라 불리는 이 구멍은 매우 추상적인 방식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양전하로 하전된 구멍 자체를 하나의 물체로 보는 것이다. 이 개념에는 마그네슘 원자의 나머지 부분은 중성으로 남겨두고, 광자의 흡수를 통해서 탈출한 전자와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양전하를 띠는 구멍으로 구성되는 계를 창조한다. 엑시톤exciton이라 불리는 이 이중계는 음극과 양극으로 이루어진 작은 전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 전지에는 나중에 사용할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엑시톤은 불안정하다. 전자와 정공은 정전기적 인력을 느끼고 서로를 끌어당긴다. 전자와 정공이 다시 결합하면, 원래 광자에 있던 태양에너지는 열로 손실된다. 따라서 식물이 포획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엑시톤을 반응 중심이라고 알려진 분자 제조시설로 잽싸게 옮겨야 한다. 반응 중심에서는 전하 분리라는 과정이 일어난다. 간단히 말해서, 고에너지 상태의 전자를 원자에서 완전히 분리해 이웃한 분자에 전달하는 과정인 전하 분리는 효소의 작용과 무척 비슷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엑시톤보다 더 안정된 (NADPH라고 불리는) 화학 전지가 만들어지고, 이 전지는 광합성의 모든 주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데 이용된다. 그러나 반응 중심은 분자 규모에서 볼 때 들뜬 엽록소 분자와 꽤 멀리(나노미터 거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에너지가 반응 중심에 닿기 위해서는 엽록소의 숲에 있는 한 안테나 분자에서 다른 안테나 분자로 전달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양자 맥놀이는 엑시톤이 엽록소라는 미로에서 하나의 길을 따라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경로를 동시에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물질로부터 전자를 획득하는 것을 산화라고 하며 산화는 연소와 같은 종류의 과정이다. 이를테면 공기 중에서 나무를 태울 때, 산소 원자는 탄소 원자로부터 전자를 끌어당긴다. 이 전자들이 탄소 바깥쪽 궤도에 상당히 느슨하게 매여 있기 때문에 탄소는 쉽게 불에 탄다. 그러나 물은 전자를 아주 단단히 붙들고 있다. 광합성 계가 특별한 까닭은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전자를 얻기 위해 물을 ‘연소시키는’ 곳이기 때문이다.

엽록체 속의 엑시톤이 전달한 에너지 덕분에 자유 전자를 공급받는다. 다음 단계는 이 전자를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먼저 이 전자들은 세포에서 진정한 전자 전달자인 NADH에서 포획된다. NADH에 의해 미토콘드리아로 전달된 전자는 호흡 연쇄의 효소들을 따라 마치 전류처럼 흘러서 막 너머로 양성자를 퍼내는 일에 쓰인다. 그리고 이 양성자들이 다시 막 안쪽으로 들어올 때 세포의 에너지 전달자인 ATP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ATP는 식물 세포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여러 과정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식물의 광합성과 우리 세포에서 일어나는 (양분 연소 과정인) 호흡을 비교해보면, 식물과 동물은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와 그들의 본질적 차이는 생명의 기본 구성 성분을 어디서 얻는지에 있다. 둘 다 탄소를 필요로 하지만, 식물은 공기 중에서 얻고, 우리는 식물 같은 유기물 급원을 통해서 얻는다. 둘 다 생체분자를 만들기 위해 전자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유기물을 연소시켜서 전자를 얻는 반면, 식물은 빛을 이용해 물을 연소시켜서 전자를 얻는다.

나비, 초파리, 그리고 양자울새

1970년대 후반이 되자, 자철석은 지구 자기장의 도움을 받아 길을 찾는다고 알려진 다양한 동물 종의 몸에서 발견되었다. 특히 길을 찾아가는 새로 가장 유명한 전서구는 윗부리에 있는 뉴런 속에서 발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2년에 MRI 스캐너를 이용해서 전서구 부리의 3차원 구조를 자세히 연구한 새로운 논문이 네이처에 등장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논문에서 내린 결론에 따르면, 전서구 부리의 자철석 함유 세포는 자기 수용 감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게 거의 확실시되었다. 철분을 함유한 이 세포는 병원균에 대한 면역 작용을 하는 대식세포로,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감각 인식을 하지 않는다.

FAD라는 감광색소 분자가 청색광의 광자를 흡수하는 것이다. FAD는 크롭토크롬 단백질 속에 들어 있다. 이 광자의 에너지는 FAD분자 속에 있는 원자 중 하나에서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는 데 쓰이며, 전자가 빠져나간 자리는 비어 있게 된다. 이 빈자리는 다른 전자에 의해 채워질 수 있는데, 이 전자는 크립토크롬 단백질 내에 있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의 얽힌 전자쌍으로부터 공여된다. 그러나 공여된 전자는 원래 짝과 얽힌 채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얽힌 전자쌍은 일중항/삼중항이 중첩된 상태를 형성할 수 있고, 이것이 자기장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화학적 계다.

의식은 얼마나 기이한가?

의식은 복잡한 정보의 다양한 부분을 함께 포착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의미가 통째로 파악된다. 의식은 우리 마음이 단순한 자극이 아닌, 생각과 개념에 의해 움직이게 한다. 그런데 복잡한 신경 정보는 어떻게 우리 의식 속에서 결합되어 하나의 생각을 형성할까?

이런 의문이 바로 의식의 첫 번째 수수께끼이며, 종종 결합binding problem의 문제라고 불린다. 결합은 우리 뇌의 서로 다른 영역에 암호화된 정보가 우리 의식 속에서 어떻게 합쳐지는지에 관한 문제다. 결합 문제는 대개 시각이나 다른 감각 정보로 표현된다. 시각과 청각을 통해 경험하는 것도 서로 다른 색깔과 질감이나 음의 높낮이가 아니라, 감각이 통합되어 형성된 들소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한 사람에 대한 인상과 기억과 개념이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뇌에 있는 약 1000억 개의 뉴런 속 어디에도 감각에서 출발한 이런 엄청난 순간 신호들의 흐름이 종합되어 들소라고 의식되는 인상을 형성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여기서 흐름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흐름이라고 하면 그 흐름 내에 정보가 모이는 곳이 있음을 시사하는데, 뉴런에는 그런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각의 신경 신호는 별개의 신경에 갇혀 있다. 따라서 신경을 흐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신 100억 개의 뉴런이 수조 개의 연결을 이루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뇌 속에서 연속적인 순간 신호들이 서로 다른 신경 가닥을 따라 이동하는 가운데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결합 문제는 이 모든 개별적인 순간 신호들에 암호화된 정보를 어떻게 들소라는 통합된 지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문제다.

인간이나 동물의 두개골 내부에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축축하고 물렁물렁한 조직뿐이다. 들소의 속을 채우고 있는 것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살아 있는 우리의 두개골 속에 있을 때에는 물질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개념을 경험하고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과 인식의 영묘한 재료인 우리의 의식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뇌 속 물질이 우리의 행동을 일으키게 한다. 심신 문제 또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수수께끼는 확실이 우리의 모든 존재에서 가장 심원한 미스터리다.

생각의 역학

동굴 벽화를 가로지르는 화가의 팔 동작은 미오신이라는 근육 단백질에 의해 시작되었다. 효소인 미오신은 화학 에너지를 이용해서 근육 수축의 동력을 공급한다. 본질적으로 근육 수축은 근섬유들이 다른 근섬유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근섬유의 수축이 실제로 일어나는 순간은 양전하를 띠는 나트륨 이온이 근육세포로 급히 유입되었을 때였다. 근육세포는 막의 안쪽보다 막 바깥쪽에 나트륨 이온이 더 많아서, 마치 작은 건전지처럼 막을 사이에 두고 전압 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막에는 이온 통로라고 불리는 작은 구멍들이 있는데, 이 이온 통로가 열리면 나트륨 이온이 세포 내로 들어온다. 화가의 팔에서 근육 수축을 일으킨 것은 이런 전기의 유입 과정이었다. 다음은 근육에서 이온 통로를 열리게 한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다. 팔 근육에 부착된 운동 신경에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 물질이 방출되었고, 이 물질이 이온 통로를 순간적으로 열리게 했다. 그렇다면 운동신경이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게 만든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신경 말단에서는 활동전위라고 하는 전기 신호가 올 때마다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뱀처럼 아주 길고 가느다란 모양을 하고 있는 신경세포, 즉 뉴런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거미 모양의 신경세포체가 있는데, 여기서부터 활동전위가 시작된다. 그다음 활동전위는 신경섬유라고 하는 가느다란 중간 부분을 따라 신경 말단 쪽으로 이동하고, 신경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 분자가 방출된다. 신경섬유는 작은 전선처럼 생겼지만,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은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단순히 구리선을 따라서 흐르기만 하는 전선보다 훨씬 영리한 방식을 활용한다.

신경에서는 전하의 이동인 전류가 신경섬유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고 활동전위의 방향과 수직을 이룬다. 다시 말해서, 세포막에 있는 이동 통로를 통해서 전류가 막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흐르는 것이다. 또 첫 번째 이온 통로가 열리면서 활동전위가 나타나자마자, 이온 통로가 다시 닫히고 이온 펌프가 작동해서 원래의 막전위가 회복된다. 따라서 신경 신호는 막의 이온 통로가 열리고 닫히는 파장이 신경세포체에서 신경 말단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전기적인 순간 신호가 움직이는 것이다.

양자 이온 통로?

뇌에서 양자역학적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위치는 뉴런의 세포막에 있는 이온 통로다. 뉴론의 세포막은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전위, 즉 신경 신호의 조정을 담당한다. 따라서 뉴런의 세포막은 신경 정보 처리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온 통로는 길이가 10억분의 1미터이고, 너비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온들은 일렬로 통과해야 하지만, 1초에 1억 개라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한다. 게다가 이 통로는 대단히 선택적이다. 이를테면 칼륨 이온이 세포 내로 들여보내는 일을 담당하는 통로에서 나트륨 이온을 통과시키는 비율은 칼륨 이온 1만 개당 하나에 불과하다. 나트륨 이온이 칼륨 이온보다 약간 더 작은데도 말이다.

2012년 잘츠부르크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구스타프 베르노이더는 빈 공과대학 원자연구소의 요한 줌하머와 함께 전압 의존성 이온 통로를 통화하는 이온에 대한 양자역학적 모의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은 이온 통로를 통과할 때 이온이 비편재화되어서(넓게 퍼져서) 입자보다는 결맞은 파동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이런 이온의 파동은 대단히 높은 주파수로 진동하고, 일종의 공명 과정을 이용해서 주위의 단백질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이온 통로는 효과적인 이온 냉각기로 작용함으로써 이온의 운동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인다. 이런 효과적인 이온 냉각은 결어긋남을 미리 방지해 이온이 비편재화된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결과 이온 통로를 통해 급속한 양자 전달이 일어날 수 있도록 촉진한다. 또한 선택도에도 기여를 하는데, 칼륨이 나트륨으로 바뀌면 냉각도가 대단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강 간섭은 칼륨 이온의 전달을 촉진할 수 있는 반면, 상쇄 간섭은 나트륨 이온의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 이 연구팀의 결론에 따르면, 양자 결맞음은 신경의 이온 통로를 통한 이온의 구성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하며, 따라서 우리의 사고 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