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out Science

마음의 미래 by 미치오 카쿠

by hoyony 2018. 11. 16.

The Future of the Mind

 

2015.04.15
김영사
Michio Kaku

 

두뇌의 질량은 약 1.4kg밖에 안 되지만, 적어도 태양계 안에서는 가장 복잡한 물체이다. 사람 몸무게의 2%에 불과한 이 장기는 식욕이 엄청나서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의 20%를 소모하며(갓 태어난 아기의 두뇌는 총 에너지의 65%를 소모한다), 유전자의 80%가 두뇌에 할당되어 있다. 인간의 두뇌에는 거의 1천억 개에 달하는 뉴런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고,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뇌의 제일 바깥층에 해당하는 신피질은 크게 네 개의 엽으로 나눌 수 있다. 신피질이 가장 발달한 생물은 단연 인간이다. 뇌를 구성하는 모든 엽은 감각기관에서 전달한 신호를 처리하는 데 전문화되었지만 단 하나,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두엽만은 예외다. 전두엽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전두피질은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앞일을 계획하거나 미래를 상상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전전두피질은 감각정보를 평가하고 향후 행동을 결정한다.

두정엽은 뇌의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오른쪽 절반은 감각 집중과 몸에 대한 느낌을 제어하고, 왼쪽은 특별한 기술과 언어 일부를 제어한다. 그래서 두정엽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많은 문제에 직면하는데,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무릎을 가리켜보라는 단순한 명령조차 이행하지 못한다.

뇌의 뒷부분에 있는 후두엽은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곳으로,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시력이 약해지거나 아예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측두엽은 언어(왼쪽)와 얼굴인식, 그리고 특정한 감정을 처리한다.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말을 못하거나 친숙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MRI의 상업적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MRI를 거짓말탐지기로 활용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일부 연구에 의하면 신뢰도가 95%에 육박한다고 한다. 원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머릿속에 진실을 함께 떠올리면서 지금 하는 거짓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 수시로 가늠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는 전전두엽prefrontal lobe과 두정엽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거짓말할 때 제일 바빠지는 부위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다(이 부분은 두뇌이 팩트-체커 즉, 사실검증 전담부서에 해당). 무언가가 잘못되었을 때 안와전두피질은 경고신호를 내보내는데, 안구 근처에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안와전두피질의 주된 기능은 진실과 거짓말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이 부위에 과부하가 걸려 MRI에 쉽게 감지된다(거짓말할 때는 안와전두피질 외에 인식기능을 주관하는 횡돌기와 전전두엽의 하측피질이 함께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눈을 통해 보는 것은 사실 환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독자들은 여행하다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마주쳤을 때 매끄러우면서 한 편의 영화 같은 파노라마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시계에는 시신경이 연결되지 않은 부위가 있어서,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점이 곳곳에 찍힌 이상한 풍경이다. 이것을 두뇌가 수정하여 매끄러운 풍경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눈에 보이는 영상 중 일부는 잠재의식의 보정작업을 거쳐 조작된 것이다.

우리는 시야의 중심, 즉 중심와(fovea)에 맺힌 영상만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그 주변에 맺힌 영상은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처럼 흐릿하다. 이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사실 중심와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좁은 중심와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려면 눈동자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눈동자가 좁은 폭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도약운동이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며 그 결과 자신의 시야가 또렷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망막은 붉은색과 초록색 그리고 푸른색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의 눈이 노란색이나 갈색, 주황색 등 그 외의 색상을 직접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노란색과 갈색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직접 인식하지 못하고,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을 적절히 조합하여 대략적인 색상을 만들어낸다(이 사실은 구식 걸러 TV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TV스크린에는 붉은 점과 초록색 점 그리고 푸른색 점밖에 없다).

인간은 동물의 왕국에서 유일하게 내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의식은 이 세상의 모형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모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도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피드백회로를 조정하고 값을 매길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동물들도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다른 개체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지만, 그들이 미래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내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회적 성향이 있으면서 대뇌변연계가 발달한 동물 대부분은 포식자나 짝을 만났을 때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주로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예를 들어 포유류의 겨울잠(동면)은 월동계획의 일환이 아니라, 기온하강에 대한 본능적 반응일 뿐이다. 그들의 뇌 속에는 겨울잠을 조절하는 피드백회로가 작동하고 있다.

유머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감정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농담을 들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여 이야기를 완성한 후에야 웃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에 관하여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 펀치라인(punch line : 연설이나 농담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 존재하여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말에 도달하면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따라서 누군가를 웃기려면 그의 예측능력을 의외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와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이것은 진화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삶의 성공여부를 부분적으로나마 좌우했기 때문이다. 정글에서 살다 보면 의외의 상황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생존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유머감각, 즉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은 3단계 의식과 지성을 가늠하는 잣대라 할 수 있다)

1단계 의식에서 감각정보는 뇌간과 시상을 거쳐 다양한 두뇌피질로 전달되며, 전전두피질에서 최종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1단계 의식의 흐름은 시상에서 전전두피질로 정보가 흐르면서 탄생한다.

2단계 의식에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있다. 그러나 비상사태에 처하면 감정은 전전두피질의 최종재가를 받지 않고 대뇌변연계를 거쳐 빠른 반응을 유도한다. 또한 비상사태에서는 과거 사례를 참조해야 하므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2단계 의식이 생성되는 핵심 부위는 편도체와 해마 그리고 전전두피질이라고 할 수 있다.

3단계 의식의 핵심기능인 미래 시뮬레이션은 두뇌의 CEO에 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에서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쾌락중추와 안와전두피질(충동을 억누르는 부분)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데, 대충 말하자면 프로이트가 말했던 양심과 욕망 사이의 갈증과 비슷하다. 미래 시뮬레이션은 전전두피질이 과거의 기억을 참조하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두뇌에는 좌-우뇌에서 생성된 신호를 하나로 매끄럽게 결합하여 나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부위가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다트머스매학 심리학자 Todd Heatherton박사는 이 부위가 전전두피질의 일부인 내측 전전두피질일 것으로 추정한다. 생물학자 Carl Zimmer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해마가 기억을 관장하는 것처럼, 내측 전전두피질은 나라는 인식을 관장한다. 나와 관련된 감각들은 이 부위에서 끊임없이 하나로 합쳐진다.

두뇌정보를 공유하는 브레인넷은 단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첫 단계는 시각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과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좌측 전두엽 등 뇌의 중요한 부위에 나노탐침을 삼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접수된 신호는 컴퓨터에서 분석된 후 광케이블을 통해 인터넷으로 전송된다. 신호를 보내는 과정보다 이 신호를 다른 사람의 뇌에 전달하는 과정이 훨씬 까다롭다. 지금까지는 신호를 해마로 보내는 게 전부였지만, 진정한 브레인넷이라면 청각, 시각, 촉각 등 다양한 부위에 전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당장은 두뇌피질의 각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부터 세밀하게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두뇌피질의 지도가 완성되어야 다른 사람의 뇌에 단어와 생각, 기억, 경험 등을 주입할 수 있다.

미래의 어느 날, 우리 후손들은 기능과 기술 그리고 윤리를 하나로 규합하여 브레인넷을 구축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수십억의 사람들은 브레인넷을 통해 생각만으로 접촉할 수 있게 된다. 이 거대한 집단의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은 인간의 뇌에 기억이 저장되고 복구되는 과정이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감각정보(시각, 촉각, 미각)는 뇌간(뇌줄기)을 통해 시상으로 전달된다. 시상은 일종의 중계소로서 다양한 감각정보를 분류하여 뇌의 각 부위에 전송하고, 여기서 처리된 정보는 전전두피질을 거쳐 의식으로 들어가 단기기억으로 저장되는데, 이 과정은 몇 초에서 몇 분쯤 소요된다.

그런데 이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해마에서 여러 개의 조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해마는 녹음테이프나 하드 드라이브처럼 모든 기억을 한 영역에 저장하지 않고, 기억을 항목별로 분류하여 다양한 피질에 전송한다(이것은 기억을 한 곳에 차례로 쌓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만일 인간의 기억이 컴퓨터 메모리처럼 순차적으로 저장된다면 기억해야 할 양이 엄처안게 많아질 것이다. 미래에는 컴퓨터도 인간의 뇌를 흉내 내어 순차적 저장 대신 분할저장 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에를 들면 감정과 관련한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되고, 새로운 단어는 측두엽에 저장되는 식이다. 그밖에 시각 및 색상과 관련된 기억은 후두엽에 저장되고, 촉각과 움직임은 두정엽에 저장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과일, 채소, 식물, 동물, 신체 부위, 색상, 숫자, 글자, 명사, 동사, 이름, 표정 그리고 다양한 감정과 소리가 저장되는 두뇌 부위를 20곳까지 발견했다.

기억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최종목적은 분산 저장된 기억의 조각들이 한데 모여서 하나의 기억으로 재현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결합문제binding problem이다. EEG 스캔으로 얻은 데이터에 의하면 사람의 뇌에는 1초당 약 40회의 진동수를 가진 전자기파가 분포하는데, 과학자들은 여기서 결합문제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기억의 한 단편이 이 진동수로 진동하면서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러 기억이 위치상 가까운 곳에 저장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나, 새로운 이론에 의하면 기억은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동일한 진동수로 진동하면서 시간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진동하는 전자기파가 뇌 속을 끊임없이 흐르면서 각기 다른 부위에 저장된 기억의 단편들을 통합하여 전체적인 기억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서 해마와 전두엽, 시상 등은 서로 독립된 부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들 사이에 흐르는 정보는 두뇌의 각기 다른 부위에서 서로 공명을 일으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동안 뇌세포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는 청소년기가 되면 지성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두뇌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인간의 뇌는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변한다는 것이다. 두뇌피질에 세포가 추가되진 않지만, 무언가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뉴런들 사이의 연결상태가 달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된다는 점이다. 물론 빈부의 차이는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지만, 그 결과가 돈이 아닌 지능의 차이로 나타나면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해진다. 부자와 권력가들이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욱 똑똑해져서 그들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힐 것이고,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능까지 상대적으로 열등해져서 신분상승의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할 것이다. 분명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과거에도 신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로 부자와 권력가들이 혜택을 보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량생산과 기업 간의 경쟁, 발달한 운송수단과 기술개선 등을 통해 가격이 내려가면서 결국은 보통사람들도 혜택을 보았다.(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아침에 식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100년 전만 해도 영국의 왕조차 아침에 음식을 먹지 않았다. 지난 100년 사이에 농업기술과 운송수단 그리고 저장수단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두뇌는 디지털 컴퓨터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신경망(뉴럴 네트워크, neural network)이다. 과학자들은 두뇌의 신경망을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깨어 있을 때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어 포화상태가 되면, 뇌는 무리하게 가동하지 않고 수면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떠돌다가 무작위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기억이 생성된다. 다시 말해 신경망은 과도한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꿈이란 두뇌가 기억을 체계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실행하는 일종의 청소작업일지도 모른다.

EEG스캔을 해보면, 우리의 뇌는 깨어 있을 때에도 전자기파를 꾸준히 방출한다. 그러다가 서서히 잠에 빠지면 전자기파의 진동수가 바뀌기 시작하고, 깊은 수면에 들어가면 뇌간에서 발생한 전기에너지파가 위쪽으로 올라와 시각피질에 집중적으로 분포되는데, 이는 곧 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각영상임을 의미한다. 그 후 꿈을 꾸는 상태로 접어들면 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을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 REM)이라 한다. 일부 동물들도 잠자는 동안 REM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로 꿈을 꾼다고 추정한다.

잠자는 동안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은 활성화되지만, 그 외에 냄새, 맛, 촉각 등을 감지하는 부위는 거의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꿈을 꾸는 동안 눈에 보이는 영상과 감각은 뇌간에서 발생한 전자기파의 진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잘 때도 해마는 여전히 깨어있다. 이는 곧 꿈이 우리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편도체와 전측대상피질(집중과 정서적 반응을 제어하는 전두엽의 중심부)도 수면 중에 깨어 있다. 그래서 꿈을 꾸다 보면 공포와 같은 감정적 경험을 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잠잘 때 활동하는 부위가 아니라 기능을 멈추는 부위이다. 배외측 전전두피질(두뇌의 최고사령부)과 안와전두피질(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오류를 점검하는 검증장치) 그리고 측두두정피질(감각신호와 공간지각을 처리하는 부분)이 여기 속한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기능을 멈추면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꿈을 꾸는 동안에는 시각중추에서 아무 논리 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영상이 떠오르고, 그 속에서 우리 사고는 뚜렷한 목적 없이 표류한다. 게다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안와전두피질도 작동하지 않아서, 우리의 꿈은 물리법칙이나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또한 꿈속에서 유체이탈과 같은 초현실적 현상을 겪는 것은 눈과 내이(inner ear)를 통해 들어온 정보로부터 현재 위치를 판단하는 측두두정피질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잔 다르크가 측두엽간질을 앓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가끔 발작을 일으키지만, 개중에는 자신의 신념에 더욱 큰 확신을 느끼면서 모든 것의 배후에는 어떤 섭리나 영혼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 증세를 과종교증이라 부르는데, 이런 환자들은 모든 사건의 배후에 심오한 종교적 의도가 있다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는 측두엽간질 환자의 30~40%가 과종교증 증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측두엽간질 환자들은 일상적인 단어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신이라는 단어에는 유난히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고 결론지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에게 종교적 성향을 부여하는 신 유전자(god gene)의 존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 대부분의 집단이나 사회는 종교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므로 종교적 느낌에 반응하는 능력이 우리 게놈 안에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을지도 모른다(일부 진화론자들은 초기 인류사회에서 종교가 생존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에는 전쟁과 자연재해가 빈번했으므로 집단의 결속력은 생존과 직결하는 문제였고, 그 원천이 종교였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에는 평소 건강과 청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위가 적어도 세 곳 이상 존재하는데, 이들의 피드백이 한 방향으로 경직되어 강박증세가 나타난다. 그중 첫 번째가 안와전두피질이다. 이 부위의 주된 기능은 ‘사실검증’으로, 외출할 때 현관문을 잠갔는지, 또는 집에 돌아와서 손을 씻었는지를 수시로 확인한다. 그러나 무언가 빼먹은 것이 있으면 “음. 뭔가 잘못됐어”라는 식으로 경고메세지를 보낸다. 두 번째는 기저핵의 내부에 있는 미상핵으로, 학습된 행동을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부위이다. 세 번째는 감정을 기록하는 대상피질인데, 불편하거나 찝찝한 느낌은 바로 이곳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금 당신이 무척 손을 씻고 싶은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이는 곧 안와전두피질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그러면 미상핵이 작동하여 당장 손을 씻게 하고, 대상피질은 깨끗한 손에 만족하는 감정을 기록한다. 그러나 편집증 환자는 이 과정이 다르게 작동한다. 손이 더럽다고 느껴서 깨끗이 씻었는데도 여전히 손이 더럽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면 미상핵의 명령에 따라 손을 다시 씻을 수밖에 없는데, 안와전두피질은 여전히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결국 피드백회로가 경직되어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게 된다.

 

조울증(bipolar disorder, 또는 양극성 장애)은 또 다른 형태의 정신질환이다. 한 이론에 의하면 조울증은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증세라고 한다. 두뇌스캔 데이터를 보면 슬품과 같이 부정적인 감정은 우뇌에서 느끼고, 긍정적 감정은 좌뇌에서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좌뇌가 손상된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서 항상 우울하고, 종종 뚜렷한 원인 없이 울기도 하지만, 우뇌가 손상된 사람은 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따라서 언어능력과 분석능력을 제어하는 좌뇌는 기분이 들뜨는 조증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뇌는 상황을 전체적이고 포괄적으로 판단하면서 조증을 견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좌뇌가 우뇌의 경제를 받지 않으면 망상에 빠지면서 마냥 들뜨게 된다... 따라서 우뇌는 항상 반대 관점을 취하여 과도한 집착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관점(타인 중심의 관점)을 갖도록 유도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두정엽과 측두엽의 활동이 둔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들이 세상과 단절한 채 내면세계로 침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게는 특히 복내측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세상 만물에는 모두 저마다 의미가 있고, 존재하는 목적이 있다”는 느낌이 이 부위에서 만들어진다. 이 부위의 활동이 지나치면 기분이 심하게 상승하여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며 착각하고, 활동이 둔하면 우울증에 빠져 삶이 허무하다고 느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