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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cience

이성적 낙관주의자 by 매트 리들리

by hoyony 2019. 1. 14.

The Rational Optimist : How Prosperity Evolves


김영사
2010. 08. 19



1. 더 나아진 현재_전례 없는 번영

시간 절약, 번영의 열매

시간, 그것이 핵심이다. 어떤 것의 가치를 재는 진정한 척도는 그것을 얻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만일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면,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구할 때마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마련이다. 반면에 남이 효율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양을 소비할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비용이 내려가자 사람들은 조명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오늘날 평균적인 영국인이 소비하는 인공조명의 양은 1750년의 4만배다. 사용하는 동력의 양은 50배, 평균 이동 거리는 250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번영이다. 동일한 양의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이 늘어나는 것이 바로 번영이다.

1.9리터의 우유를 얻기 위한 미국인의 평균 노동 시간을 보자. 1970년에는 10분이었지만 1997년에는 7분으로 줄었다. 뉴욕에서는 LA로 전화를 걸어 3분간 통화하려면, 1910년에는 90시간분의 임금이 필요했지만 오늘날에는 2분 일한 임금이면 된다. 전력 1킬로와트시의 비용을 지불하려면, 1900년에는 한 시간 일해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5분 일하면 된다. 1950년에 맥도날드 치즈버거 살 돈을 벌려면 30분 일해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3분만 일하면 된다. 노동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1950년대에 비해 비용이 오른 항목은 극히 드물다. 의료비와 교육비 정도다.

침팬지는 15세가 될 때까지 생산하고 소비하는 칼로리의 양은 평생 생산하고 소비할 양의 약 40%를 각각 차지한다. 같은 나이의 수렵채집인은 다르다. 평생 생산하고 소비하는 칼로리의 총량에 비춰봤을 때, 15세까지 생산은 4%밖에 하지 못하는 반면 소비는 20%를 한다. 인간이 자신의 미래로부터 빌려오는 칼로리의 양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많다. 성장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큰 이유는 수렵채집인이 주로 먹는 식품이 추출과 가공을 필요로 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뿌리는 캐내서 익혀야 하고, 조개는 입을 벌려야 하고, 견과류는 쪼개야 하며, 짐슴의 고기는 잘라내야 한다. 그에 비해 침팬지의 먹을거리는 과일이나 흰개미처럼 찾아내서 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들이다.

먹을거리를 추출하고 가공하는 법을 배우려면 시간과 연습과 큰 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그런 방법을 배우고 나면 인간은 스스로 소비할 것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생산해서 아이들과 나눠먹을 수 있게 된다.

생애 전체를 놓고 볼 때 나타나는 수렵채집인의 칼로리 생산 패턴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농경시대나 중세, 산업화 초기의 생활양식보다 현대 서구의 그것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수렵채집인이나 현대인이나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어린이는 20세가 되어야 비로소 자신이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그 후 40년간 매우 높은 생산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수렵채집 시대에서 현대 사이에 있는 중간 단계의 사회에서는 별로 그렇지 못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소비할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을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일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특징이라면,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ㄱ주는 것이 좀 더 집단적인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입이 있는 모든 개인에게 소득세를 걷어 모두를 위한 교육비로 사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는 앞으로 계속 굴러가지 않으면 붕괴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은행 제도다. 어렸을 때는 대출을 받아 소비할 수 있게 해주고, 나이가 들면 저축하고 돈을 빌려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 결과 가계의 생활수준은 그때그때의 소득에 따라 급변하지 않을 수 있다.

후손들이 조상들의 생활비를 지불할 수 있는 것은 혁신을 통해 조상들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3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한다고 치자. 투자 대상은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장치를 개발하는 사업이라고 하자. 개발이 성공하면 그가 미래로부터 빌려온 돈은 그 자신과 고객들을 부유하게 해줄 것이다. 이로써 대출금을 후손들에게 돌려줄 수준이 되면 우리는 이를 경제 성장이라고 부른다.

이와는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가 돈을 빌려서 사치성 소비에 쓰거나 혹은 집을 하나 더 사는 등 자산시장 투기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후손들이 입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2000년대 너무나 많은 개인과 기업이 행한 일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혁신율(결국 생산성 증가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후손에게서 빌렸다. 자원을 비생산적인 목적에 잘못 분배한 것이다.

자급자족은 빈곤이다.

오늘날 푸드마일(음식의 무게×수송거리)을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다. 음식이 당신 식탁에 오를 때까지 운송 거리가 길면 길수록 연료가 그만큼 더 타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평화가 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음식만 꼬집어 이야기하는가? T셔츠나 랩톱 컴퓨터에도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과일과 채소는 빈곤국들의 수출 비주에서 20% 이상을 차지한다. 그에 비해 랩톱은 대부분 부유한 국가들의 수출품이다. 따라서 식량 수입을 꼬집어 특히 차별하는 것은 빈곤국들만 골라서 제재하는 셈이 된다. 이 문제를 연구한 두 경제학자가 최근 내린 결론이 있다. “푸드마일이라는 개념 자체는 지속 가능성 지표로서 심각한 흠이 있다. 먹을거리가 농부의 손을 떠나 상점에 진열될 때까지 운송 과정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전체 방출량의 4%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산 먹을거리를 영국 내에서 냉장할 때 방출되는 탄소는 외국에서 먹을거리를 공수해올 때 나오는 양의 10배에 이른다. 소비자가 상점에 갈 때 방출하는 탄소는 공수할 때의 50배에 달한다. 뉴질랜드 양을 배로 운송해 런던의 식탁에 올릴 때까지 방출되는 탄소는 영국 웨일스 지방의 양이 동일한 식탁까지 가는 동안 방출되는 탄소량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런던에서 팔리는 네덜란드 장미는 난방 온실에서 키운 것이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케냐산 친환경 장미의 5배에 달한다. 후자는 지열 발전한 전기와 양어장에서 재순환한 물과 햇빛으로 자라면서 케냐 여성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

새로운 것이 부른다.

현대 소비사회 과소비 양상의 일면을 보고 석기시대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제프리 밀러는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영장류가 어째서 하머H1 알파SUV 차량 같은 걸 사는가? 좌석은 네 개뿐이고, 연료 1리터에 4.2킬로미터밖에 못 가고, 시속 96킬로미터에 도달하는데 13.5초나 걸리고, 가격은 139,771달러나 하는데 말이다.” 그는 대답한다. “인류는 사회적 지위와 성적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내려 애쓰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의 소비가 물질만능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 영웅적 자질, 찬양을 추구하는 일종의 유사 관념론에 이미 지배되고 있다.

2. 집단지능_20만 년 전 이후의 교환과 전문화

오늘날 우리는 대개 기술과 이노베이션이 동행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강력한 반대 증거가 있다. 인류가 도구 제작자가 되었을 때 문화적 진보 같은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 말이다. 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답습했을 뿐이다.

기묘하게 들리겠지만,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대부분의 종은 최초 등장 이래 100만~300만 년 간 자신들의 습성을 바꾸지 않는다. 그 후의 존속 기간에도 생활양식이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자연선택은 보수적인 힘이다. 종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일성을 유지하게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예외는 오직 특수상황일 때뿐이다. 고립된 섬, 외딴 계곡, 벽지의 고원지대 등에서 자연선택의 힘은 이따금 한 종의 일부를 뭔가 다른 것으로 변하게 만든다. 때로 이 같은 변종이 퍼져나가 더 넒은 생태 영역을 정복하고 심지어 원래의 종을 대체하기도 한다.

모든 종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효모를 자기 안에 항상 품고 있다. 자신의 기생생물에 대항해 적응해야 하고, 기생생물 역시 달라진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 로 유기체가 발전적 변형을 일으키는 일은 거의 없다. 진화적 변화는 일반적으로 해당 종이 자손 종(변종을 의미한다)으로 대체됨으로써 일어난다. 해당 종의 습성이 바뀜으로써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놀라운 점은,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오랫동안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상태가 끝났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다.

이노베이션과 네트워크

현대 수렵채집인들의 경우, 인구가 많은 교역 상대에 접근할 기회를 차단당한 지역이 많다. 예컨대 인구밀도가 낮은 호주, 그중에서도 태즈메이니아 섬과 안다만 제도가 그렇다. 이 경우 이들의 기술적 기교는 정체되어 있으며, 네안데르탈인 수준 이상으로 발전한 경우가 거의 없다. 현대인의 뇌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그들의 교역 네트워크, 즉 집단지능이다.

3. 덕성의 형성_5만 년 전 이후의 물물교환, 신뢰, 규칙

대기업이라는 이름의 괴물

기업의 반감기는 정부기관보다 훨씬 짧다. 1980년 최상위 서열이던 기업 중 절반은 인수나 파산으로 인해 사라지고 없다. 오늘날 최상위 서열에 속하는 기업 중 반수는 1980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정부 독점 기관은 그렇지 않다.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아무리 엄청난 무능함을 드러내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 대기업 운동가들은 우리에게 거래를 가용할 힘을 가진 거대 괴수(국세청 등)의 선의는 믿는 반면, 우리에게 거래를 간청해야 하는 괴수(대기업)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0년대 코닥과 후지가 35밀리미터 필름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끝까지 맹렬하게 싸우는 동안, 디지털 사진은 아날로그 필름 시장 전체를 끝장내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녹음기와 비디오카세트가 이미 사라져버렸듯이 말이다.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고 불렀다. 그의 논점은 파괴만큼의 창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사진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아날로그 분야에서 없어진 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해낼 것이다. 또는 월마트 소비자들이 절약한 돈은 머지 않아 다른 데 쓰이고, 이는 새로운 수요에 부응할 새로운 매장의 개점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략 15%의 일자리가 매년 없어지고 그만큼이 새로 생긴다.

4. 90억 명 먹여살리기_1만 년 전 이후의 농업

애덤스미스에게 자본이란 “필요한 경우 미래의 언젠가 사용하기 위해 비축, 저장한 일정량의 노동량”을 뜻한다. 만일 당신이 미래에 사용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노동을 저장할 수 있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을 위해 시간과 노동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당신이 뭔가 새로운 것에 투자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자본이 등장하자 이노베이션의 속도가 곧바로 빨라졌다. 초기 수익이 전혀 없는 프로젝트에 시간과 자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잉여 생산물(이는 교역에 사용될 수 있다)의 축적을 통해 자본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농업이었다. 농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아무도 잉여를 축적할 수 없었다. 이런 설명은 일부 진실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농업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교역 덕분이었다. 농업에 전문화하고 잉여 식량을 생산할 인센티브가 여기에서 나왔다.

자본과 금속 제련

수렵채집인들은 짐을 가볍게 해서 이동해야 한다. 심지어 철따라 방랑을 하지 않을 때조차 언제라도 이동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농부들은 이와 대조적이다. 곡물을 저장하고 가축떼를 보호해야 한다. 수확을 할 때까지 경작지도 지켜야 한다. 사유재산을 나타내는 최초의 표식은 8000년 전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에 살던 할라프 족이 사용한 인장이었다. 이와 유사한 인장이 나중에 소유권 표시에 사용되었다.

농업 덕분에 인구밀도가 높아진 사회들은 협동, 조직화, 노동의 분업이라는 잠재력을 더 잘 이용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금속 제련이 발명된 것은 농업이 발명된 데 따른 거의 필연적인 결과다.

농업의 발명,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

최초의 농부들의 유골은 어떤가? 상처와 마모, 만성 기형, 치통, 작은 키가 드러난다. 질병은 또 어떤가? 홍역은 가축에게서, 천연두는 낙타에게서, 결핵은 우유에서, 독감은 돼지에서, 흑사병은 들쥐에게서 옮았다. 자신들의 배설물을 비료로 쓰기 때문에 생기는 기생충, 배수구나 빗물받이통에서 번식하는 모기로부터 옮은 말라리아는 말할 것도 없다.

집약농업은 자연을 보호한다.

오늘날 인류가 농축업을 하는 면적은 육지 전체의 38%에 불과하다. 소출이 1961년 수준이었다면 오늘날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육지의 82%가 투입되어야 했을 것이다. 집약농업 덕분에 육지의 44%가 야생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집약농업은 이제까지 일어난 일 중에 가장 좋은 것이다. 오늘날 농부들이 도시로 떠난 덕분에 다시 숲으로 자라고 있는 2차 열대우림은 20억 에이커가 넘는다. 이들 지역의 생물 다양성은 벌써 원래의 열대우림에 근접할 정도로 풍부해졌다. 이는 집약농업과 도시화 덕분이다.

5. 도시의 승리_5천 년 전 이후의 교역

깃발이 교역을 따라간다.

황제나 잉여 농산물 덕분에 도시혁명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태를 거꾸로 보는 것이다. 교역 증대가 먼저 일어났다. 잉여 농산물을 이끌어낸 것은 교역이다. 농작물을 다른 곳의 가치 있는 물건들로 전환할 수단을 농부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지구라트(ziggurat, 피라미드 모양의 고대 신전)와 피라미드를 가진 황제들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교역 덕분인 경우가 많았다.

제조업자들은 더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내하는 나라들을 찾아내고 있다. 서구의 인권운동가들은 이런 행태를 비난하고 방해하려 들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는 그들의 비난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가난한 나라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향상되고 개선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최저수준을 찾아가는 경주라기보다는 최저수준을 높이는 경주에 가깝다. 베트남에 있는 나이키의 노동력 착취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현지 지방정부가 소유한 공장에 비해 임금은 세 배로 높고 시설도 훨씬 좋다. 그 지역의 임금과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역과 아웃소싱이 가장 크게 팽창한 기간 동안 아동 노동은 1980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6. 맬서스의 함정을 피해_1200년 이후의 인구

인간은 식량 공급에 비해 수가 많아졌을 때 기근과 역병으로 죽어가는 대신, 전문화 수준을 높여 가용 자원만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존속하게 할 수 있다. 자급자족의 증가는 어떤 문명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결정적인 징표이며 생활수준 하락의 정의 그 자체다. 1800년까지는 모든 경제 부흥이 이런 방식으로 끝났다. 엘리트들의 수탈이나 농업 생산성의 저하 때문에 부분적으로 자급자족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출산율이 정말 특이하게 하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설명 목록의 첫 줄을 차지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유아사망률의 하락이다. 유아 사망 위험이 클수록 부모들은 아기를 더 갖게 마련이다. 여성들이 아이를 계속 낳기보다 가족계획을 하고 출산을 중단하는 것은 자녀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뿐이다.

7. 노예 해방_1700년 이후의 에너지

산업혁명의 비밀은 현재의 태양에너지에서 비축된 태양에너지로 동력원을 바꾼 데 있다. 사람들이 만드는 물건 중 점점 많은 몫이 화석에너지로 생산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불규칙적이지만 꾸준히 이런 일이 진행되었다. 화석연료로는 산업혁명의 출범을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잘 설명해준다.

석탄산업의 효율성이 그 자체로서 영국의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19세기에도 그랬다. 산업화중인 영국에서 생산성 증대에 기여한 몫을 따지면 목면이 석탄의 34배에 달한다. 석탄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18세기에 5배, 19세기에 14배로 늘어났다) 생산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석탄 생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석탄이 영국에 제공한 연료는 1500만 에이커, 즉 거의 스코틀랜드만 한 숲에서 생산되는 땔나무 양에 필적한다. 1879년이 되자 영국에서 석탄을 태워 생산되는 칼로리는 노동자 8억 5000만 명이 소모할 양에 해당했다. 증기엔진의 파워만 하더라도 말 00만 마리, 혹은 사람 4000만 명분의 힘을 낼 수 있었다. 만일 인구수가 이 정도였다면 연간 밀 생산량의 세 배를 먹어치웠을 것이다. 이것은 당시 노동의 분업을 활용하는 데 투입된 에너지가 얼마나 막대한 양인가를 보여준다. 또한 19세기 영국이 이룬 기적은 화석연료가 없었다면 전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8. 발명의 발명_188년 이후의 수확 체증

이노베이션은 관목숲지대에 난 들불과 같다. 잠깐 밝게 타오른 다음 사그라지고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또다시 타오른다. 5만 년 전 가장 활기찼던 곳은 서아시아였다(화덕, 활, 화살). 1만 년 전에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농경, 도기제조), 5천 년 전에는 메소포타미아(금속, 도시), 2천 년 전에는 인도(섬유, 0의 발견), 1천 년 전에는 중국(도자기, 인쇄술), 500년 전에는 이탈리아(복식부기, 레오나르도), 400년 전에는 지금의 베네룩스 3국에 해당하는 저지대 국가들(암스테르담 외환은행), 300년 전에는 프랑스(미디 운하), 200년 전에는 잉글랜드(증기), 100년 전에는 독일(비료), 75년 전에는 미국(대량 생산), 50년 전에는 캘리포니아(신용카드), 25년 전에는 일본(워크맨)이었다.

어떤 나라도 지식 창조의 리더 역할을 오래 하지는 못했다. 횃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사회 제도와 인구다.

과거 이노베이션을 실컷 누린 사회들은 곧이어 땅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많아지도록 방치했다. 그래서 발명가들에게 필요한 레저, 부, 시장이 줄어들게 만들었다(사실 상인의 아들들은 생활고와 싸우는 농부로 되돌아갔다). 혹은 관료들이 너무 많은 규칙을 제정하거나, 우두머리가 너무 많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성직자들이 수도원을 너무 많이 만들게 허용했다. 혹은 금융업에 빠져들어 기생충처럼 투자수당으로 먹고 살게 되었다.

산업혁명은 자본장치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했다. 공장이나 기계처럼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18세기 영국의 자본시장은 이런 투자를 제공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런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그럭저럭 돈을 빌려와서 18세기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육성할 수 있었다. 합작투자, 유한회사, 주식과 채권의 유동성시장, 신용 창출 능력이 있는 은행제도.. 이런 것들은 발명가들에게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 수단과 자금을 제공했다.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일과 똑같은 패턴이 오늘날에도 기이하게 반복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의성이 폭발한 것은 많은 부분 샌드힐 로드의 벤처자본가들 덕분이다. 벤처투자 기업 클라이너 퍼킨스 콜필드가 없었더라면 아마존, 컴팩, 지넨테크, 구글, 넷스케이프, 선은 지금 어디에 있겠는가?

발명가들이 발명을 하게 부추기는 실질적 요인이 특허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혁시은 전혀 특허를 받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네덜란드나 스위스는 특허 제도가 없었지만 발명가들을 끌어들였고, 이들은 거기서 꽃을 피웠다. 그리고 20세기의 중요 발명 중에는 특허를 받지 않은 것이 대단히 많다. 자동변속 장치, 베이클라이트(합성수지의 일종), 볼펜, 휴대전화, 셀로판, 입자가속기, 회전나침반, 제트엔진, 파워스티어링 기계, 안전면도기, 지퍼...

이와 대조적으로 라이트 형제는 1906년에 획득한 동력비행 기계의 특허를 열성적으로 방어한 결과 미국의 초기 항공산업을 실질적으로 좌초시켰다. 1990년대 미국 특허청은 유전자 조각에 특허를 허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만지작거렸다. 정상 유전자나 결함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의 조각들이 대상이었다. 만일 이런 특허가 허용됐다면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 분야는 혁신이 불가능한 영역이 되었을 것이다.

마이클 헬러는 특허 소송꾼들을 신성로마제국의 멸망과 근대국가 출현 사이 라인 강의 상황에 비유했다. 당시 강변을 따라 몇 킬로미터마다 한 개씩, 모두 수백 개의 성이 세워졌다. 성을 차지한 강도귀족들은 저마다 배 통행료를 받아먹고 살았다. 이들의 총체적인 행태는 라인 강을 통한 교역을 질식시켰다.

20세기 항공산업의 초창기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따. 지주들은 자기 땅 위의 탐조등 도달 영역(수직적 소유권 영역)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기로부터 통행세를 받게 될 뻔했다. 라인 강의 강도귀족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양식과 분별이 승리했다. 법원이 신속하게 그 같은 재산권을 무효화했던 것이다.

1990년대 정부들은 HDTV 기준, 쌍방향 TV, 재택근무촌, 가상현실 같은 막다른 골목에 힘을 쏟았다. 당시 기술은 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 초고속 데이터 전송, 모바일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말이다. 혁신은 예측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통제주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야다.

무역은 무언가를 가장 잘 만드는 게 누구인지를 가려주었고, 교환은 노동의 분업을 최선의 효과를 낼 때까지 확산시켰으며, 연료는 모든 공장에서 노동력의 효율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성장 속도는 결국 둔화될 것이다. 위험한 균형이 음울하게 다가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발견은 고속 증식하는 연쇄반응이고, 혁신은 되먹임고리이며, 발명은 자기 총족적 예언이다. 나라에서 나라로, 산업에서 산업으로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자유교환 경제 하에서 균형과 침체는 피할 수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9. 전환점 소동_1900년 이후의 비관주의

현대인들은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주의 집중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끊임없이 한탄한다. 그 기원은 필기가 암기력을 해친다고 개탄했던 플라톤에게까지 이어진다.

1970년 <라이프>는 독자들에게 단언했다. “10년 내에 도시 거주자들은 공기오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스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라는 확고한 실험적 이론적 증거를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다. 1985년이 되면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은 공기오염 때문에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오염방지 기술과 규제 덕분에 대기의 질이 급속히 향상됨에 따라 도시의 스모그와 기타 공기오염은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1980년대 비관주의의 시나리오는 산성비로 옮겨갔다.

11. 카탈락시_2100년을 바라보는 이성적 낙관주의

이 책에서 나는 애덤 스미스와 찰스 다윈을 기반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나는 인간 사회를 개인간 거래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창발하는 질서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이 질서는 하향식 결정론의 산물이 아니다. “생물학적 진화를 누적시키는 것이 섹스이듯, 문화적 진화를 누적시키고 지능을 집단화하는 것은 교환이다. 그러므로 인간 남녀의 혼란스러운 행동 뒤에는 인간사를 꿰뚫고 흐르는 불변의 흐름이 존재한다. 그 흐름은 썰물이 아니라 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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