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by 알버트 바라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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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2002.10.24
Albert Barabasi

Linked : the new science of networks

생명의 지도

1996년 6,300개에 달하는 이스트 게놈의 해독은 과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처음에는 실제로 발견된 유전자의 수의 약1/4정도만을 예상했었고, 애매하게나마 겨우 각각의 유전자에 기능을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물학자들은 과학혁명의 최고봉인 인간 유전자 해독에 대한 중요성에 매료되어 연구에 박차를 가했고, 인간 유전자는 기껏해야 100,000개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 정도의 숫자면 가장 복잡하다고 예상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로도 충분한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001년 2월 인간 유전자의 해독작업이 끝난 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인간 유전자의 수는 예상치의 1/3도 되지 않는 30,000개였다. 놀라운 점은 씨 엘레강스라는 아주 단순한 벌레의 유전자 수도 20,000개나 된다는 점인데 결국 10,000개, 다시 말하면 겨우 1/3만큼의 유전자 수의 증가가 단지 300개의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아주 단순한 씨 엘레강스와 뇌 속에만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인간세포를 구분 짓는다는 사실이다.

요약하면, 유전자의 숫자는 우리가 느끼는 복잡성 정도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복잡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네트워크가 바로 그 답이다.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질문을 바꾸면 '똑같은 숫자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 네트워크로 얼마나 다른 성질을 가지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다. 이대 하나의 유전자가 한곳에서는 ON상태이고, 다른 곳에서는 OFF상태라고 하자. 그러면 한 세포 안에 N개의 유전자가 있으면, 서로 다른 상태를 가질 수있는 경우는 2^n개가 된다. 이러한 양을 우리가 복잡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잡는다면, 인간의 복잡성이 씨 엘레강스의 복잡성에 비해 약 10^3000배 정도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경제

산업의 어느 분야든, 20세기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조는 나뭇가지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CEO가 나뭇가지 구조의 뿌리를 책임지고, 새로 자라나는 나무의 가지들은 기업들이 성장함으로써 탄생되는 관리자와 노동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뭇가지 구조는, 말단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명령을 체계적으로 만듦으로써 업무의 중복성을 탈피할 수 있게한다. 이렇게 명령 체계가 확고해짐에 따라 하부 조직으로내려갈수록 책임감은 점차 감소한다.

그러나 나뭇가지 구조가 보편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첫째, 하부 조직으로 내려갈수록 정보가 줄어들게 된다. 정보가 줄어들수록 책임감이 감소한다고 하면, CEO의 책임감은 당연히 무거워지게 되다. 기업이 팽창할수록, 즉 나뭇가지 구조가 성장할수록 CEO가 갖는 정보의 양과 책임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둘째, 이러한 정보들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되면 기업의 탄력성은 매우 약해진다. 이러한 몬제점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포드 자동차 공장의 조직체계이다. 포드의 조직체계는 상명하복, 이른바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직원들이 이러한 체계에 너무 잘 적응한다는 데 있다. 포드의 조립공장 체계는 너무 통합적이고 최적화되어 있어, 자동차에 아주 조그만 변화를 주려고 해도 1주나 1개월 동안 모든 공장의 라인을 멈춰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최적화는 이른바 비잔틴 암체(Byzantine monoliths)라 불리는 현상을 초래한다. 즉, 최적의 조직화는 기업을 비탄력적으로 만들어 기업환경의 사소한 변화에도 적응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나뭇가지 구조는 오늘날까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량생산 체제에는 가장 적합했으나, 오늘날의 정보산업과 아이디어 산업체계에는 알맞지 않다.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장에 있어서 기업체계에서의 예기치 못한 유동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몇 사람의 보직을 이동시킴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을 나뭇가지 구조에서 거미줄 구조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자원이 물질에서 정보로, 운영이 수직적인 것에서 수평적인 것으로, 사업의 범위가 국지적 지역에서 세계로, 제품의 생명이 몇 시간이나 몇 개월에서 영구적인 것으로, 기업의 전략은 상의하달에서 하의상달로, 일용익이 고용직이나 파겨직으로 대체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