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장신구를 구매하고 싶었던 여행객들은 가격 외에 마땅한 판단 기준이 없자, 가격이 높게 책정된 터키석 장신구를 소장할 가치가 있는 좋은 제품으로 인식한 것이다. 가격이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유발요인이었으므로, 좋은 품질을 원하는 구매자들 사이에서 극적인 가격 인상이 극적인 판매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요즘처럼 빠르고 복잡한 사회에서는 자신과 관련 있는 중요한 주제조차도 심사숙고해 결정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고민해야 할 주제는 복잡하고, 시간도 촉박하며, 주변은 산만한데다 감정적으로는 흥분해 있고, 정신적으로 피곤하기까지 하면 조리 있게 사고할 여유가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라면 중요한 주제든 아니든, 지름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피험자들은 개인적으로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주제에 대해서는 주로 교육 문제에 관한 화자의 전문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고, 이 경우 주장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전문가의 말은 진실’이라는 규칙을 적용했다. 반면에 개인적으로 자신과 관련이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화자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주로 주장의 타당성만이 판단 기준이 되었다.
많은 항공기 추락 사고는 기장의 실수가 명확한데도 이에 승무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명히 자신과 연관된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인데도 승무원들이 ‘전문가의 말은 진실’이라는 지름길 원칙만 고집한 탓에 기장의 치명적인 실수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연구자는 자발적으로 실험실을 나가 자신이 마실 콜라와 피험자에게 줄 콜라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피험자는 콜라를 거절하지 않았다. 연구자의 호의를 거절하는 일이 왜 곤란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연구자는 콜라 구입에 이미 돈을 썼다. 둘째, 실험이 잠시 중단되어 연주가 자신이 콜라 한 병을 마시며 쉬는 상황에서 동료 피험자에게 콜라 한 병을 권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호의였다. 셋째, 그런 상황에서 피험자가 연구자의 배려를 거절한다면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콜라를 받아 마신 피험자는 연구자에게 부채의식이 생겼고, 연구자가 복권 구매를 부탁하는 순간 이 부채의식은 더욱 분명해졌다. 여기서 나타난 불균형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이 실험에서 자유로운 선택은 전부 연구자의 몫이었다. 맨 처음 제공한 호의의 형태도, 이후 보답의 형태도 연구자가 선택했다. 물론 피험자에게 연구자의 제안을 모두 거부할 선택권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선택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쪽 제안이든 거절을 하려면 피험자는 상호성의 원칙을 지지하는 문화적 압력에 맞서야 했을 테니 말이다.
상호성의 원칙은 타협 과정을 지배하기 때문에,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설득 기술이 될 수 있다. 이 간단한 전략을 ‘거절 후 양보’ 전략이라고 하며, 흔히 ‘문전박대’ 전략이라고도 한다. 당신이 나한테 어떤 부탁을 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승낙 확률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내가 틀림없이 거절할 만한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절을 당하면, 그제야 원래 염두에 두었던 작은 부탁을 한다. 부탁의 순서만 제대로 설정한다면, 나는 당신이 두 번째 내놓은 작은 부탁을 나에 대한 양보로 인식하고 나도 그에 걸맞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결국 당신의 두 번째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거래에 성실하게 임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매우 비현실적인 요구를 먼저 제시한 다음 한 발 물러서는 행동은 진짜 양보처럼 보이지 않으며, 보답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정말 뛰어난 협상가는 첫 번째 요구를 적당히 과장해 제시한 후, 상대와 작은 양보와 대안을 주고받다가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이 원래 원하던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어떤 선택을 하거나 입장을 취하면, 우리는 스스로나 다른 사람에게 기존의 태도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그 압력 때문에 우리는 이미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야만 자신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할 수 있고, 당연히 그 결정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일관성 선호 경향이 높으며, 50세 이상 피험자들의 경우 자신이 기존에 취한 입장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피험자들 중 가장 강했다.
개인주의자들은 자신이 기존에 했던 행동을 근거로 압으로 해야 할 행동을 결정. 따라서 개인주의가 강한 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노년층은 작은 요청으로 시작하는 설득 전략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작고 조심스러운 한 걸음이 깊고 맹목적인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때 주변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경력과 의견, 선택 등을 주로 참고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자신이 예전에 한 말이나 행동을 수단으로 삼는 설득 전략에 특히 취약하다.
폭력적인 장면들이 시청자의 공격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논의하기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스물여덟 가지 관련 자료들을 검토해본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고 나면 일상생활에서도 공격성을 보일 확률이 높았다. 최근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미국에서 비만 인구 증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건 당국은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패스트푸드 섭취 장면이 “광고에서 다들 프라이드치킨을 추가 주문하는데, 나라고 못하랴?”라는 식의 사회적 증거로 작용해 식습관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백인과 흑인, 아시안과 히스패닉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 결과를 보면 충분히 걱정할 만한 상황이다. 패스트푸드 광고를 자주 접하는 가족일수록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광고를 본 부모가 패스트푸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이 많을수록 부모가 패스트푸드 섭취를 더 정상적인 행동으로 인식했기 때문.
실험결과를 통해 사회과학자들은 목격자들이 위급 상황에 도움을 제공할 때가 어떤 경우인지 밝혔다. 첫째, 우리 사회가 지극히 냉정하고 몰인정해졌다는 비관적 관점과 달리, 일단 위급 상황이라는 사실을 목격자가 분명히 인지한 경우 도움을 제공할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그런 상황일 때는 직접 개입하거나 제삼자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취한 목격자의 수가 안심할 만한 수준이었다. 플로리다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전기 수리공이 위급 상황에 처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누가 봐도 수리공이 부상을 당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경우 피험자 100%가 도움을 제공. 수리공을 도우려면 감전 위험이 있는 전선을 직접 만져야 하는 경우에도 피험자 90%가 도움을 제공. 피험자가 혼자 있든 여러 명이 함께 있든 상관없이 적극적인 구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흔히 그렇듯 목격자가 눈앞의 상황이 위급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 전혀 다른 결과. 여러 사람, 특히 모르는 사람 사이인 여러 사람이 목격했을 때보다 혼자 목격했을 때가 도움을 제공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 낯선 사람과 있을 때는 모두들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이려 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잘 짓지 않을뿐더러 상대의 반응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상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잘 읽어내지도 못함. 결국 위급 상황을 위급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방치하는 결과 초래.
후광 반사 효과를 누리려는 성향은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이런 성향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면이 있는 듯. 그 사람들은 단순한 스포츠 광팬이 아니라 성격에 숨겨진 결함이 있는 사람들. 자존감 부족.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에 자신이 직접 뭔가를 달성하는 상황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달성한 일에 자신을 연관 짓는 데서 성취감을 느낀다. 우리 문화권에는 이런 종류의 사람이 아주 많다. 끊임없이 저명인사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사람이 가장 대표적. 슬프게도 자신이 아닌 다름 사람한테서 성취감을 발견하려는 것.
신체적 매력은 일종의 후광 효과를 일으켜 재능이나 인품, 지성 등 다른 특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거나 다른 사람이 태도를 바꾸도록 하는 데 더 뛰어난 설득력을 발휘.
호감과 승낙에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요인은 유사성.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의 부탁에는 자신도 모르게 승낙. 호감도를 높이는 세 번째 요인은 칭찬. 너무 노골적인 칭찬은 이따금 역효과를 일으키지만 칭찬을 하면 대체로 호감도와 승낙률이 높아짐.
반복적인 접촉은 익숙함이 커져도 대체로 호감도가 높아짐. 물론 부정적인 접촉보다는 긍정적 접촉이 이루어져야. 가장 효과가 좋은 긍정적인 상황은 서로 협동해 어떤 일에 성공하는 경우.
다섯 번째는 연상. 광고주나 정치가들은 자기 자신이나 자사 제품을 긍정적인 것들과 관련지음으로써 연상 작용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공유. 사람들도 간단한 연상 작용의 효과를 알고 있어 긍정적인 사건과는 자신을 관련짓고, 부정적인 사건과는 거리.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강력한 동기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 권위에 대한 복종 역시 인간의 사회조직을 잠깐 살펴보면 이유를 금방 파악. 사회 전반에 체계적인 위계질서가 형성되어 있으면 유리. 자원을 생산하고, 거래하고, 적군을 방어하고, 사회를 확장하고 통제하는 정교한 구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 체계적인 권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사회구조가 존속하기 어렵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올바른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복종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배우며 성장.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관리자들은 잠재 이익을 늘리는 것보다는 잠재 손실을 줄이는 것을 중요시. 심지어 인간의 뇌조차 손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쪽으로 진화. 이익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보다는 손실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을 중단하는 것이 훨씬 어려움.
사람들은 뭔가를 얻는다는 생각보다는 비록 가치가 같다 해도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 특히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뭔가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위협을 느끼면 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유방암이나 에이즈, 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이런 검사의 중요성을 홍보할 때는, 질병이 발견되면 완치 여부도 불확실한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식으로 잠재 손실을 강조하는 방법이 효과적.
미운 세 살이 심리적 반발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이지만,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는 성향은 평생에 걸쳐 나타남. 이런 성향이 특히 더 반항적인 형태를 보이는 연령대가 사춘기. 자녀 교육에 정통한 이웃이 한 이야기.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일이 있다면, 이룰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자신이 직접 하든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든가, 아니면 십대 자녀한테 그 일을 금지하면 된다.”
원래 풍부한 것이 갑자기 부족해지면 결핍을 더 심각하게 느낀다. 사회과학자들은 그런 식의 갑작스러운 부족 현상이 정치적 혼란이나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 사회 경제적 조건들이 일정 기간 꾸준히 발전하다가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악화될 때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혁명가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은 정통적으로 착취를 가장 심하게 겪은 하층민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궁핍한 자신의 삶을 자연 질서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 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느 정도는 윤택한 삼을 경험한 사람들이 혁명가가 되기 쉽다. 어느 정도의 사회 경제적 발전을 경험하고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한 상황에서 갑자기 많은 것들을 빼앗기면, 사람들은 그것을 전보다 더 원하고 되찾기 위해 폭력도 불사.
약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 정부가 전통적으로 억압받던 집단의 정치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 하면, 그 집단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자유를 경험. 이후에 한번 부여했던 자유를 다시 빼앗으려는 기미가 보이면 엄청나게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을 예상해야 한다.
역학관계는 국가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적용. 부모가 특권이나 규칙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면 자녀들에게 부지중에 자유를 부여했다 다시 빼앗는 효과가 나타나 반발을 유도하는 원인. 부모가 어느 때는 간식으로 과자나 사탕 등을 허락하고, 또 어느 때는 금지하면 자녀들은 자유롭게 간식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 그러고 나면 다시 간식을 금지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자녀가 이미 부여받은 자유를 빼앗긴다고 생각해 반발하기 때문. 정치적 자유의 문제와 과자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원래 없었던 것보다는 있다가 없어진 것을 더욱 갈망하는 성향. 일관성 없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대체로 더 반항적인 자녀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놀랍지 않을 것.
현대 사회는 정보 시대라 불려도 지식 시대로 불리지 않는다. 정보는 바로 지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님. 정보를 처리하고, 평가하고, 흡수하고, 이해하고, 통합하고, 보유해야 지식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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