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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Humanities

1만년의 폭발 by 그레고리 코크란 & 헨리 하펜딩

by hoyony 2019. 2. 5.

THE 1000 YEAR EXPLOSION : How Civilization Accelerated Human Evolution


2010. 10. 22
글항아리


우리는 인류의 진화가 지난 1만년 동안 느려지거나 멈추기는커녕 가속화되었으며, 지금 인류의 진화는 인류가 존재해온 600만년 동안의 평균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약 4~5만년 전 유럽에서 일어난 대약진으로 문화적 진화가 도래하고 생물학적 진화는 막을 내렸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 때 인류는 정교한 새로운 도구, 미술, 후기 구석기 시대에 출현한 개인용 장신구 같은 문화를 발달시켰고, 문화는 인류를 자연선택압에서 해방시켰다.

행동의 현대화가 어떤 식으로든 인류의 진화를 동결시켰다는 주장은 환경 정체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만일 한 개체군이 오랫동안 안정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 개체군은 결국 환경에 잘 맞는 유전자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때는 단순히 유전적 변화가 개체의 적응도를 개선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종은 최적의 상태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화가 기어가다시피 느리게 있어난다. 이것은 종이 완벽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이 아니라, 현재의 생존 전략이 잘 통하고 있다는 말이다.

환경에 대한 개체군의 적응이 정확하게 들어맞을 수는 없다. 환경은 변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한 근접할 수는 있다.

진화적 변화는 본래 매우 누리게 일어나기 때문에 중대한 변화는 수백만 년이 걸리다는 것이 일반통념이다. 하지만 화석기록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그것을 현재의 자연선택 사례들에서 나온 증거와 결합하면, 자연선택이 생각보다 꽤 빠르게 일어날 수 있으며, 과거는 정체나 마찬가지(환경에 잘 적응된 집단들의 경우)인 긴 시간들과 이따금씩 일어나는 매우 급격한 변화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의 급격한 변화는 화석에 잘 나타나지 않는데, 그것이 화석화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가축화의 산물들이다. 개는 약 1만5000년 전에 늑대에서 가축화되었는데 지금 개들은 어떤 포유류보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개는 단 200년 만에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품종들은 대부분 200년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재배 식물들에 일어난 변화도 그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옥수수는 테오신트라는 야생초에서 유래했는데, 단 7000년 만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빙하기가 끝나자 전세계적으로 해수면이 올라갔다. 수 킬로미터 두께의 대륙빙상이 녹아 해수면이 수십 미터씩 상승했다.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일부 산들이 섬이 되었고 그 결과 다양한 종의 작은 집단들이 격리되었다. 이런 섬들은 너무 작아서 몸집이 큰 포식자 개체군들이 부양할 수 없었고, 포식자가 없는 상태에서 큰 몸집은 득이 될 게 없었다. 대신 작은 코끼리들이 큰 코끼리들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아마 이들이 먹이를 더 적게 먹어서 더 빨리 번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단 5000년 만에 코끼리의 키는 원래의 3.6미터에서 2.6미터로 1미터가 급격히 줄었다. 코끼리의 한 세대가 대략 인간과 비슷한 20년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최근 연구자들은 대부분 한 국제 연구팀이 인간 유전적 변이의 공통 패턴을 정리한 데이터베이스인 햅뱁HapMap의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인간 유전체는 약 30억 개의 염기(DNA를 구성하는 네 개의 기본벽돌 분자)를 갖고 있다. 이들은 염색체라 불리는 46개의 DNA 묶음을 만든다. 대체로 DNA 염기서열은 모든 인간에서 똑같지만, 몇 백 개 염기마다 변이할 수 있는 자리가 나온다. 여기는 개인에 따라 DNA 염기가 달라질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이 자리들에 나타나는 변이의 특정 패턴을 일배체형Haplotype이라고 부른다.

카드와 마찬가지로 일배체형은 섞인다. 각 세대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두 벌의 염색체들로부터 새로운 염색체 한 벌이 조합된다. 이것은 두 벌의 카드를 끊어서 새로운 한 벌로 합치는 것과 거의 똑같은 방식이다. 이 과정을 재조합이라고 부른다. 끊는 자리는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는데, 인간의 경우는 염색체당 평균 한 개에서 세 개다.

이것은 일배체형들이 모든 세대에서 부분적으로 망가진다는 뜻이다. 부모의 전체 염색체에 존재했던 완전한 패턴은 재조합 이후에는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패턴의 일부는 변하지 않고 남을 수 있다. 하나의 염색체에는 수백만 개의 염기들이 이어져 있고, 끊기는 몇 개의 자리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있을 테니까.

여러 세대를 건너가면 모든 일배체형들은 완전히 뒤섞일 것이다. 하지만 한 염색체에서 어떤 유리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그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평균 이상의 자식을 남길 것이고,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돌연변이를 갖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잘 알려진 사례가 유당 소화효소인 락타아제를 만드는 유전자다. 인간 대다수에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포유류에서, 락타아제 생산은 이유기 즈음에 멈춘다. 하지만 많은 유럽인들과 일부 사람들에게서 락타아제 생산이 평생 동안 계속된다. 락토오스 내성을 갖고 있는 유럽인들은 생긴 지 겨우 몇 천년 밖에 되지 않은 한 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고, 따라서 원본 일배체형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

후기 구석기ㅡ3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에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한 현대 인류ㅡ은 그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대 인류가 유럽에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혁신이 폭발하고 있었다. 이러한 대약진을 규정하는 새로운 특징들은 다수가 대단히 인상적인 것들이다. 동굴 벽화, 장신구, 엄청나게 개선된 도구와 무기들. 이들 중 일부는 일상의 실용적 문제들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창조 능력과 발명 능력의 현저한 증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유전적 변화가 기원전 10만 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중요한 인간 발달을 기원전 4만 년에 가능하게 했다. 게다가 다른 유전적 변화들은 이후에 일어난 문화적 변화의 필수적인 전구체(어떤 물질에 성행하는 물질)가 되었던 것 같다.

도구, 무기와 사냥방법, 미술의 엄청난 변화와 그것이 암시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들이 갑자기 일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후기 구석기의 진보들 이면에는 그러한 새로운 능력들을 가져다준 급속한 유전적 변화들을 만들어낸 어떤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있다. 우리는 그 메커니즘이 유전자 이입, 즉 다른 종의 대립유전자가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른 종은 네안데르탈인이다. 새롭고 유용한 유전자들을 얻는 데에 이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다.

현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짝짓기가 있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몇 십 년을 끌었던 논쟁인 인류의 다지역 진화설 대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의 핵심이다. 유전자 자료가 나오면서 현대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나간 극적인 사건이 사실이었음이 곧바로 확인되었지만, 구인류와 신인류 사이의 유전적 교환이 어느 정도나 있었는지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유전자 이입이 중요한 진화적 힘이었다는 것은 그저 하나의 이론이 아니다. 유전학자들은 유전자 이입이 확실히 일어난 많은 사례들을 알고 있다. 실잠자리, 모기, 캐나다곤들매기, 유럽멧토끼 같은 야생동물에서 일어난 적응적인 유전자 이입에 대한 유전적 증거를 갖고 있다. 꿀벌은 열대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했고, 이후 두 개의 이주 경로를 통해 유라시아로 퍼져나갔다. 하나는 서유럽 벌꿀이 되었고, 나머지 하나는 아시아 꿀벌이 되었다. 꿀벌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닮았다. 둘 다 기후가 상당히 다른 새로운 환경으로 퍼져나갔고, 그 뒤에 강력한 선택을 받으며 적응을 했다.

20세기 브라질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벌 육종가인 워릭 커는 열대에서 생산력이 뛰어난 꿀벌 혈통을 개발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이종교배 기술을 이용해 서유럽 꿀벌을 아프리카 꿀벌과 교배시켰다. 1956년 그의 탄자니아 여왕벌들 가운데 26마리가 도망쳐 새로운 군집을 이루었고, 이들의 잡종 후손들은 이후 남북 아메리카 대부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두 개체군에서 진행되는 자연선택은 하나의 잘 혼합된 개체군에서는 불가능한 진화적 사건이 일어나게 할 수 있다. 갈래길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근시안적이다. 한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은 현재의 이점 때문이지 언젠가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연선택은 다른 해법이 장기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했던 것이, 아프리카에서 개발된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몇몇 진화적 경로를 열었다. 기술의 역사에 한 가지 비슷한 경우가 있다. 고전시대 후기쯤 낙타 이용이 개선되었다. 낙타는 황소가 끄는 짐마차보다 값쌌고, 도로에 의지하지 않았다. 몇 백 년 동안, 낙타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마차와 도로를 거의 완전히 포기했다. 아랍 세계의 몇몇 구시가지에서 그 영향을 여전히 볼 수 있다. 낙타라 없는 유럽인들은 마차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차에 필요한 인프라를 고려하면 그 비용은 낙타보다 분명히 비쌌다. 하지만 낙타가 훨씬 더 좋아보이던 그 당시에, 언젠가는 말의 굴레와 편자가 생기고, 다리가 건설되고, 도로의 충격을 줄이는 서스펜션이 생기고, 도로에 쇄석이 깔리고,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에 이어 결국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드로리언 자동차가 나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여기서의 교훈은, 때때로 더 못해 보이는 선택이 더 좋고 개선된 길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4만년 전, 인간은 해부학적으로나 행동에서나 현대적이 되었다. 그들은 그들의 조상들보다 엄청나게 큰 혁신 능력을 갖고 있었고, 그것은 아마 어느 정도는 그들의 네안데르탈인 사촌들에게서 훔친 유전자 덕분이었을 것이다. 문화가 변화하는 속도가 10배쯤 증가했고, 빙하가 물러나고 새로운 기회가 열렸을 때 그 속도는 더 가속화되었다.

중세유럽인들 사이에서 자연선택이 어떻게 더 높은 지능을 선호했는지에 대한 우리의 설명은 세 가지 중요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는, 그 시절 대부분의 사회에서 그랬듯이 잘 사는 사람들이 못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자식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아슈케나아지 유대인이 종사한 직업들이 높은 인지 능력을 필요로 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실상 금융업자, 부동산관리인, 세금징수인, 상인 같은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만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아이큐가 100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해낼 수 없는 것이다. 하급 경리직조차도 90정도의 아이큐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능은 농부들 사이에서보다는 그러한 직업들에서 훨씬 빛을 발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지능은 유전성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 전반적으로 유럽인들 사이에 아이큐에 대한 어떤 선택이 분명히 일어났을 것이다. 런던이나 로테르담의 기독교도 상인들도 아슈케나아지 유대인들과 비슷한 선택압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독교도 상인들과 유대인 개체군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기독교도 상인 가문은 타집단과 결혼을 통해 섞였다. 이 혼합으로 일반적인 개체군과 그들 사이에 광범위한 유전자 이동이 일어났다. 이들의 대다수는 농부들이었다. 다른 유대인집단들도 타집단과 결혼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지만, 이들은 언어 지능과 수학 지능에 대한 강력한 선택을 일으키는 화이트칼라 직종에 집중적으로 종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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