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Spirits :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랜덤하우스 코리아
2009.06.10
Robert Shiller, George Akerlof
자신감
사람들은 주어진 정보를 활용하여 합리적인 예측을 하고 그 예측에 기반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물론 사람들은 종종 이런 방식으로 자신 있게 결정을 내린닫. 그러나 자신감에는 더 많은 의미가 있다. 믿음이라는 것 자체가 합리젓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력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확실한 정보를 버리거나 무시한다. 심지어 주어진 정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않거나 정보를 합리적으로 해석했다고 해도 거기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하곤 한다. 이것이 자신감의 의미라면, 시기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이 자신감이 경기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경기가 좋을 때 강한 믿음을 갖는다. 그래서 주저없이 결정을 내린다. 그들은 직관적으로 성공을 예감하고 의구심을 잠시 접어둔다. 그에 따라 자산가격은 높게 형성되고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믿음을 유지하는 한 투자의 충동적인 성격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신감이 사라지면 분위기가 역전된다. 자신 있게 내렸던 결정의 무방비성이 그대로 느러나는 것이다.
신뢰승수
정부지출을 늘리는 모든 부양책은 사람들의 손에 돈을 쥐어주고 소비하게 만든다. 이때 최초의 정부 부양책은 승수효과의 첫 번째 단계에 해당된다. 정부가 쓴 모든 돈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소득이 되며 국민들은 그 일부를 소비하게 된다. 그러한 소비의 비중을 한계소비성향이라고 한다.
대공황은 엄청난 사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이때 승수이론은 소비의 작은 하락이 엄청나게 확대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주식시장 붕괴때문에 지나치게 겁을 먹고 상당한 폭으로 지출을 줄이면 정부가 경기진정책을 쓴 것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승수에는 소비나 투자 혹은 정부 지출에 각각 1달러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수반되는 소득의 변화를 가리키는 소비 승수, 투자 승수, 정부지출 승수 뿐만 아니라 신뢰 승수도 있다. 신뢰 승수는 정의와 측정 방식에 따라 자신감이 한 단위만큼 변할 때 수반되는 소득의 변화를 가리킨다.
물론 우리는 그러한 지수가 미래의 지출과 소득을 예견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자신감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의 중ㅇ요성은 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식 때문에 그 영향을 측정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경기가 하강할 때 자신감의 변화와 소득의 변화 사이에 더 강력한 연관성이 발생하며, 다른 때는 그 연관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정성
폭설이 내리자 철물점이 눈삽의 가격을 올렸다. 이는 공정한 일인가, 불공정한 일인가? 기초적인 경제학에 따르면 이 질문들은 무의미하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답자의 82%는 폭설이 내린 상황에서 눈삽의 가격을 15달러에서 20달러로 올린 것은 불공정하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홈디포는 1992년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한 수 그러한 반감이 생길것을 우려하여 합판 가격의 상승분을 상당 부분 자체적으로 흡수했다.
응답자들이 해변에 누워있는 즐거움을 배가시킬 맥주의 가치만을 생각했다면 호텔 바든 허름한 가게든 같은 액수를 지급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허름한 가게가 맥주 값을 지나치게 올려 받으면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포기할 것이다. 그 이유는 맥주를 사기 위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허름한 가게가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치보다 더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에서 다루는 교환이론은 형평이론이라고 불린다. 형평이론에 따르면 거래의 쌍방에서 당연히 그런 형평이 유지될 것처럼 보인다. 가령 식료품 가게에서 당신은 식품을 사고 그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불한다. 글서 사회학자들은 형평이론이 경제학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이론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경제학자들이 거래의 쌍방이 행하는 입력, 즉 거래의 화폐가치를 평가하는 기준과 사회학자들이 입력과 출력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주 다르기 때무이다. 사회학자들이 보는 입력에는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에 따른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된다.
초기 교환이론은 복잡한 소송에 관계된 공무원들에 대한 피터 블라우의 연구에서 나왔다. 공식적인 규정에 의하면 그들은 상사에게만 도움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상사에게 폐가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식과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므로 계속 상사를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규정을 어기고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블라우는 이러한 행동경향을 형평이론의 개념을 통해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전문성이 낮은 사람이 전문성이 높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전문성이 낮은 사람은 비슷하게 전문성이 낮은 동료들과 조언을 주고받았다.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높은 사람은 비슷하게 전문성이 높은 동료들과 조언을 주고 받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전문성이 낮은 사람은 상대방과 거래할 제한적인 가치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간혹 전문성이 높은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몇 번 반복될수록 고맙다는 말을 하는 쪽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이론에서는 아부나 감사 같은 주관적인 요소를 가치평가에 반영한다. 전문성이 낮은 사람이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에게 표현하는 감사는 거래를 공정하게 만든다. 일방의 입력이 다른 일방의 출력과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은 관습적인 사회의 여성처럼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왜 순종적인지를 설명한다.
부패와 악의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대개 부주의하게 물건을 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대부분의 구매행위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즉시 그 정보를 학습하게 된다. 또한 상점도 마찬가지로 적어도 일정한 수준까지는 판매하는 상품을 인증한다. 게다가 정부의 보호책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가 특별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는 분야가 있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저축을 거래하는 증권 분야다. 과거에는 예금자와 투자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그러한 보호가 필요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노동자들은 일에서 미래를 찾지 않는다. 그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주요 수단은 주식, 채권, 퇴직연금, 생명보험 같은 금융자산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자산의 증권은 물리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단지 미래의 지불에 대한 내재적 약속을 담은 종이에 불과할 뿐이다.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인 제프리 스킬링은 엔론이 수익을 엄청나게 부풀린 수법을 밝혀냈다. 그 수법은 엔론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증권거래위원회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천연가스의 판매 및 구매에 관한 장기계약을 시장가치로 손익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계약이 체결되면 바로 계약 기간에 걸친 미래의 기대수익을 현재수익으로 계상할 수 있었다. 물론 미래의 수익은 들어올 시점에 따라 적절하게 할인되어 반영되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규정이 체계적으로 오용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판매 및 구매 계약에서 천연가스의 미래 가격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엔론은 미래의 구매가격을 낮게 잡기만 하면 현재수익을 부풀릴 수 있다. 어떤 형식이든 수익에 기여하는 거래에 관계된 임직원들은 옵션과 보너스로 후한 보상을 받았다.
얼마가지 않아 사라진 수익을 합법적으로 무마하는 방법이 소진되자 엔론은 영구운동기관에 비할 만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회계조작을 저질렀다. CEO인 앤드류 패스토는 지주회사를 세워서 모회사의 자산을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사로록 하면 그 차액을 수익으로 계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평형으로 정의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은 회계부정이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투자 방향을 돌리게 된 핵심적인 이유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적어도 부동산시장에서는 투자 대상의 가치를 알기 위해 회계사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많은 서브프라임 대출업체는 대출자들에게 기만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들은 대대적으로 낮은 초기 이자를 광고하면서 종종 나중에 갚아야 할 높은 이자를 숨겼다. 그런 식으로 미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정보가 부족한 대출자들에게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영업이 불법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가 심한 살례는 충분히 부정행위로 부를 만했다.
모기지 대출 혹은 서브프라임 대출은 높은 위험성을 수반하지만 모기지 채권을 패키지로 묶으면 신용평가회사들은 80%에 AAA, 95%에 A 이상에 해당하는 높은 등급을 매겼다. 높은 신용등급 덕분에 은행지주회사, 금리연동펀드, 보험회사 때로는 저축은행들까지 모기지 패키지를 사들였다. 신용평가회사들이 모기지 패키지에 높은 등급을 매기는 과정에는 2가지 마법이 작용했다. 우선 6%라는 낮은 기대손실률을 적용했는데 이는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던 시기의 자료를 기반으로 설정된 것이었다. 게다가 부도에 따른 기대손실액은 10~20% 정도로 미미했다. 그 결과 부동산 구매자, 모기지 대출업체, 모기지 유동화업체, 신용평가업체에서 모기지 담보증권의 구매업체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경제적 평평이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왜 새로운 형태의 부패와 악의적 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제재하는 처벌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때문이다. 라즈 사가 지적했듯이, 사회적 삼투작용으로 개인적 관계망을 통해 특정한 범죄에 대한 처벌의 가능성이 낮다는 정보가 확산되면 특정한 시기에 도덕의식이 약화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행되는 이 과정은 부정행위에 복잡한 역동성을 부여한다.
현대 거시경제학의 중요한 가정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물가상승률의 베일을 꿰뚫어본다는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가정으로서 임금계약, 가격 결정, 채권계약, 그리고 회계의 속성을 볼 때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계약들은 물가지수연동을 통해 물가상승률의 영향을 쉽게 중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계약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폐 착각을 회계에 반영하면 상당히 다른 정책적 결론에 이르는 새로운 거시경제학이 열린다. 바로 이때 야성적 충동이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야기
인간의 마음은 유형화된 내재적 논리와 역학을 담보한 사건의 연속, 즉 이야기의 형태로 사고하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인간적 동기는 대부분 스스로에게 들려줄, 동기의 틀을 결정하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러한 이야기가 없다면 인생은 그저 빌어먹을 일들의 연속일 뿐이다. 국가나 기업 혹은 기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리더는 가장 인상적이고 두드러진 이야기를 만들줄 아는 사람이다.
사회심리학자인 로저 생크와 로버트 아벨슨은 이야기가 지식의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요한 사실에 대한 기억은 이야기의 형태로 뇌에 저장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은 이야기에 관계되어 있으며, 다른 사실들도 단기적으로 저장될 수는 있지만 사고작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결국 지워진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이고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말해주는 이야기와 관련된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결혼의 성공도 궁극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이 어떻게 공동의 이야기를 반복함으로써 상징적으로 강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인들은 특히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의 중요한 출처다. 그들은 대중에게 말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며,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종종 경제와 관련하여 대중과 교류하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경제를 많이 다룬다.
뉴스매체는 결국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경제적 사건을 과도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별다른 뉴스거리가 없고 주가가 요동친 날에 전문가들이 연달아 나와서 늘어놓는 이론들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가 시장을 움직인다면 어떨까? 과도하게 설명된 이야기가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면 어떨까?
국가 혹은 모든 거대한 집단의 자신감은 이야기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경제를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밀고 갈 역사적 변화를 설명하는 신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큰 영향을 미친다.
왜 경제는 불황에 빠지는가?
물가상승률 그 자체는 특히 증가하고 있을 때 궁극적으로 경제적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경기과열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활황이던 1920년대 소비자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광란의 1920년대는 안정적인 경제성장 속에 사교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ㅗ 사회 분위기가 밝았던 평화와 번영의 시기였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여 1929년에 주식시장이 붕괴하기 전까지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후 세계는 1930년대의 대공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려면 야성적 충동 이론과 그 핵심 요소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대공황은 금본위제의 붕괴를 통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퍼졌다. 세계적으로 통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중앙은행들은 엄청나게 금리를 올려 자국 경제를 짓누르는 방식으로만 금본위제를 지킬 수 있었다. 조기에 통화를 평가절하했던 국가들은 더 낮은 금리 뿐 아니라 수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더 빨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를 위시한 많은 국가들은 이미 시효가 지난 금본위제를 지키려는 헛된 노력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으려 했다. 이러한 중앙은행들의 행동은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오랜 불황에 빠지는 최초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러나 대공황은 이러한 기술적 관점에서만 요약할 수 없다. 바로 야성적 충동이 근본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대공황 초기에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디플레이션으로 사용자들은 임금을 크게 삭감하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 대공황이 보다 심각해진 1932년과 1933년에는 보다 큰 폭으로 임금이 삭감되었지만 1930년대의 실질임금은 계속 상승하여 1939년 무렵에는 추세임금 성장률보다 20%나 초과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질임금의 상승은 대규모 실업과 무관할 수 없다.
화폐착각 때문에 명목임금이 삭감된 사람들은 고통을 느꼈다, 노조지도부는 명목임금이 아니라 실질임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노조의 입장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높은 명목임금이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은 1920년대에 이미 통념으로 자리잡았고 1930년대에는 더욱 두드러졌다.
1931년에 런던에서 발행된 <타임>에 실린 칼리스테네스의 논평 제목은 <의무로서의 자신감>이었다. 그 내용은 윤리와 애국심을 들어 시민들이 생각과 행동에 자리잡은 불안을 떨쳐내도록 호소하는 것이었다.
자신감의 약화는 암울한 국가의 약점이다. 그것은 과장되고, 진실하지 못한 사용으로 진부해진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위험이자 재난이다. 자신감의 약화로 국가가 치러야 할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실업자 수가 매주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감의 결여로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의 설립과 개발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종종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대규모 생산에 돌입할 자신감을 상실하는 바람에 국가는 더 많은 해외 시장을 잃는다. 기업들을 낙담의 수렁에서 건져내려면 더 많은 대중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자신감은 기업들이 새로운 자신감을 얻도록 힘을 불어넣을 것이다.자신감은 더 이상 좋은 서비스에 대한 선택적 보상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확고하고 지속적인 의무다.
왜 중앙은행이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가?
중앙은행(미국의 경우 연준)이 지불준비금을 조절하여 전체 통화량과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주요한 방법이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일반에서는 공개시장조작을 중시한다. 연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채권을 사거나 판다. 채권을 살 경우 지준금 계정에서 통화를 방출하게 된다. 통화의 방출 또는 흡수를 통해 통화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며, 금리를 통해 경제의 일부분에 국한하지 않는,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준의 두 번째 방식은 위기에 처한 은행에 담보를 받고 직접 융자를 해줌으로써 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대출금을 회수하여 신용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 재할인 또는 재할인 창구를 통한 여신이라고 불린다. 재할인은 경제 전반이 아니라 필요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직접 투입한다는 점에서 공개시장조작과는 다르다. 재할인은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 대처하는 수단이다.
돈에 대한 수요는 소득수준과 금리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 단기적으로 돈에 대한 수요가 금리에 상당히 둔감하다. 왜 그럴까? 당좌계좌에 돈을 보유하는 것은 거래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전체 보유비용은 대개 예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좌계좌의 잔고는 소금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드은 소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비용은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다. 그래서 금리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줄어든다. '소금 공급량'의 작은 변화는 가격을 크게 변화시킨다. 사람들이 소금의 사용량을 늘리거나 줄이려면 가격이 상당히 큰 폭으로 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요구불예금의 양이 약간 변하면 가격, 즉 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 내지 금리가 큰 폭으로 변하게 된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금리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도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계속할 것이고 은행 계좌를 확인하는 방식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액이라도 돈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 수준을 바꾸려면 이 특정한 가격이 크게 변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연준이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를 비롯한 소수의 경제학자들은 그 이야기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예금 잔고가 적을 때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 다른 창의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사람들은 신용카드나 다른 형태의 외상거래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좌계좌로부터 지불은 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
현재의 금융위기에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현재의 경기침체는 과거의 경우처럼 단지 수요가 부진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재 가장 압도적인 위협 요인은 신용 경색이다. 신용경색은 3가지 이유로 시작된다. 우선 자금조달의 일방적인 방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원 대출기관들은 더 이상 채권을 묶어서 제3자에게 넘길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굉장히 안전한 대출을 하여 채권을 넘기거나 보유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본 손실과 레버리지의 상관관계에 있다. 저축은행, 투자은행, 은행지주회사와 같은 원 대출기관 및 채권보유기관들의 다수는 높은 레버리지를 써서 직접 새로운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결국 이야기의 내용이 바뀌고 신뢰가 무너지자 그들의 자산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금융기관들은 레버리지 증가, 대출축소, 추가 출자 중에서 타개책을 선택해야 했고, 결국 대출과 다른 증권투자의 축소를 선택하면서 신용경색이 발생했다. 레버리지 문제는 비예금 금융기관들이 단기로 빌린 자금을 장기로 빌려주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다. 은행지주회사와 헤지펀드, 투자은행들은 사실상 은행에 속하나 이름은 달랐다. 즉, 그림자 은행 부문이었던 것이다. 세번째는 이미 약속된 신용한도의 사용이다. 호황기에 은행들은 고객에게 신용한도를 제공했다. 그러나 신용 부족에 직면한 지금 고객들은 호황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신용한도를 쓰고 있다. 그리고 신용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한 재정적, 통화적 부양책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충분한 규모로 재정적, 통화적 부양책을 동원하면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용경색을 풀지 않고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환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괜찮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과 같다.
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기는가?
주택시장, 주식시장, 상품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는 상품과 합의된 가격의 교환으로 끝난다. 이때 더 낮은 가격은 분명 구매자에게 이득을 준다. 그러나 노동을 구매하는 경우는 다르다. 노동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래는 임금이 합의되고 고용이 이루어지면 비로소 '시작'된다. 노동은 노동에 대한 동기를 필요로 한다. 낮은 임금에 화가 난 노동자가 태업을 한다면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용자는 노동자가 받아들이고자 하는 최저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사용자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이 공정한 임금은 노동시장의 모든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임금보다 높을 수 있다. 이 경우 노동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된다. 그러면 노동시장은 의자 뺏기 게임과 비슷해진다. 효율성임금이론은 이론적 문제를 구조화하는 일반적인 개념적 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의 직관에 어긋난다. 그러나 기초적인 통계자료를 보면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기꺼이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용의를 갖고 있다.
임금격차에 대한 추정은 기술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추가로 조정될 수 있다. 에리카 그로센은 같은 노동자들이 거쳐온 6가지 산업 부문의 임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임금격차의 50%는 개별 노동자의 수준이 아니라 근무처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은 같은 기술수준을 가진 노동자들이 매우 다른 임금을 받는다는 던롭의 추측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사실 임금격차에는 기술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 힘든 작업환경을 가진 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기술수준과 노동환경은 임금 격차의 일부 요인이다.
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반비례하는가?
자연실업률이론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매력적이다. 이 이론의 핵심적인 가정은 사람들이 화폐착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명백히 화폐착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들은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보편적이어야 할 자연실업률이론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가정과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화폐임금의 삭감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임금은 하방경직성(하락에 저항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자연실업률이론이 옳다면 통화정책에 엄청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가상승률 목표를 아주 낮게 잡아도 잃을 것이 없다. 다시 말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제로 물가상승률에 장기적인 물가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실업률은 물가상승률 목표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실업률이론이 틀렸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형성된다면 제로 물가상승률 목표는 잘못된 경제정책이다. 실업률이 1.5%만 높아져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의 경우 1.55 실업률은 보스턴,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은, 23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GDP는 4000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이다.
화폐임금의 경직성은 근본적으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화폐임금의 삭감을 불공정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형서오딘다. 일반인은 임금 상승을 사용자의 보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임금상승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물가상승의 영향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 때문에 더 가난해진다고 생각하는 이유, 경쟁이나 사용자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물가상승률에 따른 임금 조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 미래에 자녀의 학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유, 물가상승률에 따른 임금 상승에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임금결정과 가격결정은 모두 기대물가상승률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기대물가상승률이 언제나 정확하게 임금 결정과 가격결정에 일대일로 반영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의문스럽다. 우리의 모의실험과 추정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낮을 때 더욱 그 주장이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왜 미래를 위한 저축을 비계획적으로 운용하는가?
저축의 편차는 현재의 표준경제이론으로서는 혼란스러운 현상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저축과 소비를 조절하여 정확한 균형을 달성한다. 그들은 삶의 각 시기에 여유자금을 소비하는 일의 편익과, 소비를 미루는 일의 편익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 이 경우 그들은 미래의 미수 이자를 포함한 돈을 소비하면서 기대하는 추가 혜택을 누린다. 이 이론은 저축의 진정한 동기를 반영하는 일부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많은 실제 자료와는 상충한다. 특히 편차의 문제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왜 그토록 저축은 작은 계기와 소소한 제도적 변화에도 너무나 민감할까? 구첵적인 현상을 이해하려면 저축이 삶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즉 소비나 저축에 결정을 좌우하는 판단 기준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케인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마나 저축할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가 보기에 사람들은 단지 소득의 변화에 자동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나면 일반적, 평균적으로 소비를 늘리려고 하지만 소득의 증가분만큼 늘리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케인스가 신중하게 표현한 '일반적, 평균적으로'라는 구절은 저축 결정에서 보이는 정확성의 결여를 제대로 지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축은 대체로 다양한 제도적 심리적 판단 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수준보다 적게 저축하여 노후대비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소득과 부는 국가의 거래 자유도, 국민의 기술 수준, 지리적 입지, 과거와 현대의 전쟁사, 정치적 제도 및 법적 제도에 따라 좌우된다. 최근에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의 결정적 요인으로 기술 변화의 역할을 강조한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주의 국가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자본주의는 소비자들이 사고자 하는 상품을 팔아서 기업이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팔아야 하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원하게 만들어 수익을 거둘 수 있게도 한다. 자본주의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지본주의가 제공하는 상품을 나누어 갖거나 사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국가의 저축정책은 많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전체적으로 충분한 저축을 하지 못한다. 만약 미국에서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고 국민들의 노후를 개별적인 계획에 맡겨버리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소비를 자극하는 계기를 억제하고 저축을 자극하는 계기를 강화해야 한다.
왜 금융시장과 기업투자는 변동성이 심한가?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경제 펀더멘털의 개념을 들어 전체 주가의 움직임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금리, 배당금, 수익 혹은 다른 어떤 것의 변화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나면 당국자들은 대중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요소만으로는 주가 폭락을 섦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의 언제나 변한 것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주식시장뿐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주식시장의 변화가 펀더멘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알 수 있을까? 주가가 펀더멘털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펀더멘털이 미래의 주식 수익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주가는 배당금이나 투자수익과 같은 미래수익 흐름의 할인된 가치에 대한 예측치다. 그러나 주가는 너무 변동성이 심하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급등할 때 빠르게 돈을 벌려고 한다. 그리고 시장이 부진할 때 가치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것이 시장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다. 사람ㄷ르이 주가 상승에 대한 반응으로 판다면 과거의 주가변동에 대한 반응은 피드백 효과를 통해 같은 방향으로 더 큰 주가변동을 일으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 현상을 가격 간 피드백(price to price feedback)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라 악순환이 발생해 적어도 일정기간 동안 특정한 주기가 지속된다. 금융자산의 가격은 미래의 상승에 대한 기대로만 떠받쳐지기 때문에 상방 변동, 즉 거품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결국 터지게 되어 있다. 가격간 피드백은 자산가격의 거품을 대규모로 발생시킬 만큼 강력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피드백도 작용한다. 특히 거품이 형성된 자산가격과 실물경제 사이의 피드백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 추가적인 피드백은 주기의 길이를 늘이고 가격 간 영향을 증폭시킨다.
자산시장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에는 적어도 3가지가 있다. 주가와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이 저축할 이유가 줄어든다. 그들은 더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소비를 늘릴 것이다. 또한 주식투자 수익과 집값 상승분을 저축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산가격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자산효과라고 부른다.
자산가격은 투자를 결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기업들은 새로운 공장이나 설비에 대한 지출을 줄인다. 또한 단독주택의 가격이 하락하면 건설업체들은 신규 주택건설 계획을 중단한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채무자들은 빚을 갚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들이 타격을 입는다.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거나, 자금확보가 안되거나, 시장 조정 떄문에 보다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되어 대출을 주저하면 자산가격은 더 떨어지게 된다.
새로운 기계설비, 새로운 공장, 새로운 교량과 고속도로, 새로운 소프트웨어, 새로운 통신 인프라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경제적 번영에 상당히 중요하다. 이러한 도구는 단순한 노동을 현대적이고 고도화된 생산으로 변화시킨다. 도구가 뛰어날수록 생활수준은 더욱 개선될 것이다. 국가가 최신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수입하거나 스스로 제작한다면 노동자들은 최신 기술을 따라잡는 학습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투자는 신기술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날의 정부는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자국의 투자를 좌우하지 않는다. 그 일은 기업가들이 한다. 기업가들은 금융 변수의 제약을 받는 동시에 투자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 투자 결정 과정은 궁극적으로 직관적이고 심리적인 성격을 띤다.
대중들은 자산을 구매하지만 정작 무엇을 사는지는 모른다. 전문가와 정치인, 경제학자들이 갈수록 자본주의에 대해 무비판적인 시각을 취하면서 금융 산업 전체가 의심스런 금융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에 나섰다. 대개 대중은 이러한 상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퇴직연금, 기업연금, 금리연동펀드나 아주 부유한 경우에는 헤지펀드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대신 사도록 맡겼다. 이러한 자금을 대리하여 거래한 사람들은 종종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불쌍한 대중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대중이 시장에 투자할 때, 대출을 받을 때,아니면 차를 살 때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제'라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왜 부동산 시장은 주기적인 부침을 겪는가?
왜 집값은 2000년 이후에 과거 어느 시기보다 큰 폭으로 뛰었을까? 그 부분적인 이유는 주택과 관련된 제도의 변화 때문이다. 위대한 시민운동가의 아들인 마틴 루터 킹 3세는 1999년에 쓴 <소수계의 주택격차 : 문턱높은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이라는 논설에서 소수계가 부동산 붐에서 소외되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수계도 부를 쌓을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처럼 부동산 붐에 참여할 기회가 불공정하게 주어진다는 지적은 즉각적이고 무비판적인 정보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주택 및 도시 개발부 장관인 앤드류 쿠오모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대출을 의무적으로 대폭 늘리도록 했다. 그는 실적을 원할 뿐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의 책임은 미래의 위기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소수계를 위한 경제적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집값 상승의 전염병을 초래한 피드백에는 문화적, 심리적, 제도적 요소가 서로 영햐을 미쳤다.
왜 소수계의 빈곤은 계속 대물림되는가?
현재 흑인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의 2배가 넘는 소득을 얻는다. 일정한 기준에 따르면 그들은 중산층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흑인 빈곤층이 존재한다. 2006년에 23.6%를 기록한 흑인의 빈곤율은 백인의 3배에 해당한다. 또한 흑인의 실업율은 백인의 2배에 이른다. 수감에 대한 통계는 흑인의 다수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18~64세 사이의 흑인 남성 중 약 7.9%가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흑인 남성의 수감률은 백인 남성 수감률보다 8배나 많다. 놀랍게도 흑인 청소년이 감옥에 들어갈 확률은 25%를 넘는다. 게다가 이 수치는 구치소에만 들어간 경우는 제외한 것이다. 흑인보다 더 심한 차별을 겪은 인디언들의 수감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백인들은 자신이 정당한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는 불운이나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흑인들은 자신이 단지 그들이 아닌 우리에 속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흑인 노동자들은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힘들게 존엄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조절이 불가능한 낙오자들은 감정을 폭발시킨다.
결론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사고 경향의 변화와 위기를 초래하는 사업 방식을 배제한다. 그리고 신뢰와 자심감의 상실, 경제를 안정시키는 임금과 가격의 유연성을 억제하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 주로 활황기에 이루어지는 나쁜 상품의 판매 및 부패가 미치는 영향, 거품이 터졌을 때 부패의 노출이 미치는 영향, 경제를 해석하는 이야기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경제의 작동 방식에 대한 정통적 설명 방식은 이러한 요소들을 배제하여 현재의 위기로 이어진 불신을 지속시킨 책임이 있다.
경제의 진정한 작동 방식을 알려면 거시경제이론에 야성적 충동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동기와 비경제적 동기, 합리적 반응과 비합리적 반응이라는 4개의 박스로 나누어진 정사각형을 그려보라. 현재의 경제모델은 경제적 동기 박스만을 채운다. 그래서 현재의 경제모델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를 가진 경우에 한해서 경제의 작동방식에 대한 의문에 대답한다. 그러나 3개의 박스는 여전히 빈 채로 남아 있다. 만약 비경제적 동기와 합리적 반응, 혹은 경제적 동기와 비합리적 반응, 아니면 비경제적 동기와 비합리적 반응이 결합한 경우 경제는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우리는 거시경제의 작동방식과 위기 대처 방안을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주로 3개의 빈 박스 안에 있다고 믿는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도 판매한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특성은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과잉과 파산을 초래한다. 이야기는 이 모든 과정을 추동한다. 이렇게 야성적 충동이 작용하는 세계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제공한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야성적 충동이 공공선을 위해 창의적으로 발휘되도록 통제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경기의 규칙을 정해야 한다. 경제는 자유경기가 되어야 하고 가장 작은 정부가 최선의 정부며, 정부는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경제는 고용률의 과도한 변화에 시달릴 것이며, 금융시장은 종종 혼돈으로 빠져들 것이다.
자신감, 공정성, 부패, 화폐착각, 이야기라는 야성적 충동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는 충분히 있다. 주류경제학의 가정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8가지 의문, 즉 불황이 발생하는 이유,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는 이유, 비자발적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반비례하는 이유, 저축의 편차가 심한 이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한 이유, 주택시장의 변동이 큰 주기를 갖는 이유, 소수계의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를 밝히는 데 야성적 충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타당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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