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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Ecomomics

달러의 역설 by 정필모

by hoyony 2017. 4. 27.

달러의 역설  슈퍼 달러를 유지하는 세계 최대 적자국의 비밀


정필모
21세기북스
2015.03.23


오늘날 미국 경제가 재정수지 및 경상수지의 막대한 적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세뇨리지 효과라 일컫는 세계 기축통화 또는 준비통화로서의 달러의 특권 때문이다. 미국은 이 특권에 의히재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해왔다. 그 결과 미국의 부채가 쌓이고 세계 경제의 불균형은 심화됐다. 이 불균형이 지속되도록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주요 교역대상국들이었다. 이들은 미국과 교역에서 벌어들인 흑자를 미국에 투자해 적자를 메워줬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불균형은 미국에 편중된 세계 경제의 단극적 성장 역학의 산물이다. 즉 수출한 것보다 많이 수입하고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이 소비하는 미국이 세뇨리지 효과에 의존에 문제를 키워온 결과다.

경상수지 적자를 다른 나라가 미국에 투자하는 자본수지 흑자로 메우는 구조는 무한정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가 미국 국채 및 회사채를 사주지 않을 경우 결국 달러 가치의 추착은 물론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수출을 통해 자국의 성장 동력이 되는 대미 경상수지 측자국들의 운명은 미국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같은 글로벌 불균형으로 인한 불안을 역시 글로벌한 접근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자를 내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 흑자를 내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이 각각 재정 지출축소정책과 내수확대정책을 통해 상호 균형점을 찾아가면 된다. 결국 선진국은 소비를 줄이고 신흥국은 소비를 늘리면 어느 정도 불균형 해소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는 점이다.

IMF의 역할과 구조적 문제

브레튼 우즈협정으로 1946년 창설된 IMF는 지금까지 세계 경제발전과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해왔다. MF 출범 초기 국제 금융체제는 미국이 달러화의 금 태환을 보장하는 대신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IMF의 주된 임무도 고정환율제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있었다. 이에 따라 IMF는 일부 회원국들의 국제 수지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회원국들이 납입한 기금을 제원으로 달러화를 빌려줌으로써 외환시세의 안정을 도모했다. 이는 IMF가 국가 통화간 국제적 지불 및 환율제도의 핵심적인 기구로서 지불 체제의 위긱를 막는 예방적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이 통화 남발과 금 보유 부족으로 1971년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자 IMF의 역할도 변화했다. 그후 변동환율제 채택과 자본 시장 개방으로 금융 불안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MF의 역할도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화자금 지원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구제금융으로 바뀌었다.

IMF의 또 다른 주요 역할은 회원국들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자문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IMF는 개별 국가의 거시경제에 관한 자료 수집과 연구 기능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IMF는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켜왔다. 가장 큰 문제는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다. IMF는 유럽이 추천하고 미국이 묵인하는 형식으로 총재를 선출해왔다. 양대 세계 금융 기구인 IMF와 세계은행의 총재는 공식적으로 각각 상무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두 기구의 출범 이래 출자지분의 다수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서로 양해 하에 IMF 총재는 유럽인이 맡고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맡도록 관례화해왔다. 이에 따라 Eu 최원국들은 합의를 통해 IMF총재를 지명하고, 미국은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를 지명한다. 게다가 이사회 등 IMF 요직의 상당수는 미국의 월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의 비민주성은 IMF의 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회원국들의 경제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쿼터 배분이다. 쿼터는 IMF 회계단위인 SDR로 표시된다. 회원국별 쿼터는 규정상 GDP 50%, 개방성 30%, 경제적 가변성 15%, 국제준비금 5%의 가중 평균치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현재 쿼터는 미국이 !7.69%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투표권도 16.75%로 미국이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단일국가로는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15%를 넘고 있다. 문제는 이 쿼터와 투표권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높아진 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집행 이사회의 구성도 유럽에 편중돼 있다. 모두 24명의 이사 가운데 5명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 지명한다. 나머지 19명은 그룹을 대표하는 국가들이 선출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3명은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단독으로 선출하는 형식이어서 사실상 지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16명만 4-23개국으로 구성된 선거그룹에서 선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정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신흥국들과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있다.

IMF는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대응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앞서 살펴본 대로 1980년대 말부터 민간자본의 이동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환율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위기의 발생 빈도가 높아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금융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등을 통해 위기의 발생을 막기 보다는 위기가 발생한 후에 해당국의 정책 결정에 간여하는 형태의 사후개입 위주의 정책을 펴왔따. 이 때문에 IMF는 사실상 세계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IMF는 국제 경제의 운영에 있어 이념적인 편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조직 운영 면에서 미국 정부와 거대 금융자본의 영향에 놓이면서 시카고학파 중심의 신자유주의를 핵심적인 이념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IMF가 과거 거대 금융자본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IMF는 그동안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을 상대로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논리를 교조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같은 이념적인 편향은 IMF의 정책 프로그램이 사회, 복지, 노동, 환경, 여성 문제에 무기력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에필로그

1990년대 이후 세계 자본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모해왔다. 각국의 금융자유화와 자본시장 개방,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대규모 자본이 수시로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등 세계시장이 급속히 통합됐다. 이에 따라 자본이동성의 증대가 국민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주권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왔다. 한 축으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궁극적으로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시장을 분리해 경제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세계적 규모로 복지가 증대되리라는 낙관론과 복지국가가 소멸하고 보의 편중이 심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서왔다. 다른 한 축으로는 금융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운명론과 국제 금융질서의 파국을 예견하는 위기론이 대립돼왔다.

그렇다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어떠한가? 우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자본 조달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그밀와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견 금융비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그러나 자본 이동성의 증대는 거시경제정책을 제약하게 된다. 즉 자본 이동성과 환율 안정, 거시정책의 자율성 등 삼자는 사실상 양립할 수 없다. 예컨대,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통롸량을 늘리는 금융정책을 쓰면, 낮은 이자율 때문에 자본의 유출이 생기고, 이는 평가절하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평가절하를 받아들이거나, 통화정책을 포기하거나, 혹은 자본통제를 도입하는 대안만이 존재하게 된다. 자본통제를 선택한다면 국제 경제 질서로부터 고립을 감수해야 한다. 평가절하를 받아들일 경우 급격한 환율의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자본의 대규모 유출을 피할 수 없다. 어느 경우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자본의 이동성이 증대되고 금융세계화가 진전될수록 거시경제적 자율성은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물론 변동환율제가 이론대로 작동한다면, 화율은 시장의 기능에 따라 자동 조절되고 정책의 자율성은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나타났듯이 현실의 변동환율제는 원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조절될 때까지의 환율 불안정과 실물보다는 환율에 의해 초래되는 막대한 단기자본의 이동을 견뎌낼 수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은 1997년 동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 당시에도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는 오히려 금융세계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IMF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전면적인 자본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을 강요했다. 그 결과 국제 금융시장은 외견상 안정을 회복했다. 여기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수익을 노린 외국자본의 유입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보유고의 대폭적인 증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따.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이들 국가의 경제는 상시적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다. 특히 외환보유고의 대폭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관리 비용의 급증 속에 보유한 달러 표시 외화자산이 또 다른 금융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가 안정 성장기를 지나 경기 변동이 심해지고 위기가 잦아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된 미국의 달러화 금 태환 정지 이후다. 최근 겪고 있는 금융불안과 위기는 금 태환 정지와 함께 고정환율제를 버리고 변동 환율제를 도입하면서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허용한 데서 온 당연한 결과다. 금융 불안과 위기의 근원은 변동환율제와 자본시장 개방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세계화에 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방안은 자명해진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야한다. 즉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 이동의 제한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금융자본의 이해에 반한다. 그러나 적어도 투기자본의 이동만은 제한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경제가 항시적인 금융불안과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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