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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Humanities

대화의 정석 by 정흥수

by hoyony 2024. 2. 18.

신형철 비평가는 한 강연에서 말했다.
"평가가 힘을 발휘하려면 평가하는 사람이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해석은 평가의 자격이다. 충고를 예로 들면 그 자격은 이 사람이 나를 해석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 상대방과 얼마나 시간을 보냈느냐에 달려 있다. 관심과 애정은 그 시간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말로 입증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건 시간이고, 시간을 주는 것은 나의 목숨을 잘라서 주는 것이다. 충고는 인생을 쏟아부었을 때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은 충고는 무례다. 자격을 갖춰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경우 충고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에게 막대한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해석하는 시간을 가진 사람이어야 조언할 수 있고, 그마저도 상대방이 원해야 할 수 있다.

조언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1. (삭제) 할 말이 생각나도 머릿속에서 지우자.
2. (상상) 상대방이 그 상황이라면 어떨지 상상하자.
3. (이해) 상대방을 헤아리기 위해 집중하자.
4. (먼지) 나의 경험은 먼지만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말로 후회하게 되는 일은 말을 해서 생기지 침묵해서 생기지 않는다. 침묵도 대화의 일부다. 침묵이 있는 대화는 말을 신중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그래서 침묵을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과 대화하면 신뢰가 생겨서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다.

"이번에는 시연부터 가는 게 낫지 않아요?"
이런 부정 의문문은 긍정 의문문으로 바꾸자. "이번에는 시연부터 가는 게 어때요?"라고 바꿀 수 있다. "이 길로 가는 게 괜찮지 않을까요?"는 "이 길로 가는 게 어떼요?"로, "빨리 먹어야 하니깐 샌드위치가 좋지 않을까요?"는 "빨리 먹어야 하니깐 샌ㄴ드위치 어떄요?"로 전환하자.
나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고 싶을 때는 긍정 의문문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부정 의문문은 보통 자신이 없을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점심으로 뭘 먹을지 물으면 "오늘은 비도 오니까 칼국수가 어울리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칼국수를 맛있게 먹을지 자신이 없을 수 있다. 여자친구가 애인에게 어떤 옷이 더 나은지 물으면 "원피스가 더 격식 있어 보이지 않아?"라고 말한다. 사실은 원피스와 투피스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일 수 있다.
"칼국수 집 가요. 거기 진짜 맛있어요."
"오늘은 원피스야. 정말 예쁘다."

평가하는 사람 말고 발견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 "당신이 ~해서 좋아."라고 조건을 달아 평가하는 대신에 그 좋은 점을 발견한 나의 생각과 그 발견에 따른 나의 감정 또는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약속을 잘 지켜서 좋아" 대신에 "네가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나는 참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다.
칭찬은 즉 감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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