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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cience

풀하우스 by 스티븐 제이 굴드

by hoyony 2019. 3. 10.

2002. 01. 31

사이언스북스


프로이트는 ‘과학의 역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혁신들은 종류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절대적 확신이라는 인간의 오만을 차례로 뒤엎어 나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그러한 혁신의 예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건을 들고 있다. 첫째,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이 지구가 변두리 항성에 딸린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냄으로써 인간이 유한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믿음을 붕괴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은 신께서 당신의 형상을 닮은 특별한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해 이 변두리 장소, 지구를 선택하셨다고 상상하며 안도의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다윈이 나타나 인간을 <동물의 후손>으로 격하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은 인간만이 가진 <이성>에서 겨우 위암을 찾고 있었는데, (프로이트가 지성의 역사에서 가장 오만한 선언을 통해 말했듯이) 심리학이 다시 무의식을 발견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관찰은 정확했으나, 몇 가지를 빠뜨렸다. 지질학과 고생물학 분야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못지않았다. 성서에 따르면 지구의 나이는 몇천 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태초의 닷새를 제외한다면 항상 가장 우수한 생명체인 인간이 그 지배자였다. 지구의 역사는 시공간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같다. 그런데 고생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는 몇십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고생물학자들은 인류의 존재는 지구 역사의 마지막 순간(지구의 역사 전체를 1km로 보면 2.5cm, 1년으로 보면 1~2분에 해당)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밝혀내자 프로이트적 혁명이 일어났다. 인류가 무성한 생명의 나무에 속한 아주 작은 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그 가지가 돋아난 시기가 지질학적 연대에서 볼 때 바로 얼마 전이라면, 인류는 근본적으로 진보적 성질을 가진 생명 진화의 예정된 결과가 아닐 것이다.

(열력학 제2법칙은 에너지가 조직화된 상태에서 덜 조직화된 상태로 자연적으로 흐르는 것으로 물리적인 진화 자체가 기적이라는 점에 대해) 열역학 제2법칙은 보통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시간적 증가로 묘사되는데, 이것은 외부 에너지원으로부터 어떤 새로운 에너지도 유입되지 않는 닫힌 계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지구는 닫힌 계가 아니다. 지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로 목욕을 하고 있고, 따라서 열역학 법칙을 조금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지구의 질서는 증가할 수 있다.

외견상의 방향성 또는 경향은 사실 한 시스템 안에서 변이의 정도가 축소되거나 확장된 부차적 결과이지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여 간 결과가 아님을 깨닫지 못하는 데서 오류가 생겨난다. 메이저리그의 평균 타율이 그렇고, 박테리아 형태가 유사 이래 지금까지 계속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시스템 내의 평균값은 언제나 일정하다. 방향성이란 그러한 시스템의 가장자리가 확장되거나 위축되는 변이의 한 극단에서 찾아낸 희귀한 대상에 근시안적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비롯된다. 변이의 경계가 확장되고 축소되는 이유는 평균값이 변화되는 원인과는 전혀 다른 범주이다.

진화는 한 집단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법이 거의 없다. 그런 진화를 전문 용어로 <향상 진화anagenesis>라고 하며 사다리, 연쇄, 선형성을 나타내는 비유들로 변화를 형상화한다. 그러나 진화는 정교하고 복잡하게 갈라지는 가지처럼 <분지 진화cladogenesis>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향이란 하나의 길을 따라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 분화 사건에서 다음 종의 분화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복잡한 전환 또는 옆길로 들어서는 과정이다.

진화적 변화는 가지가 갈라져 나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일어난다. 변화는 사다리를 꾸준히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계통수의 가지가 갈라져 나오는 각 분지점들에서 조금씩 생겨난 이로운 특성들의 누적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존재(집단, 사회 조직, 진화적 계통)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에도, 모든 다양한 구성 요소들(풀하우스 전체)이 그대로 어떻게 변하는가를 추적해야 한다. 단선적인 경로를 따라 움직여 가는 하나의 항목(평균값과 같은 추상적인 것이나 전형적인 예 같은 것)을 끄집어내 그것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나타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일시적 지배력을 행여나 인류의 근본적인 우월성 또는 미래의 영원한 생존 가능성과 동일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말 것을 충고하고 싶다.

인류는 경향성을 찾는 동물이다(아니, 우리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이므로 아마 <이야기를 지어내는 동물>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우리는 문화적인 이유에서, 그리고 근본적인 이유에서, 경향을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로 친다). 따라서 사람들은 야구의 기록표를 샅샅이 훑어 어떤 경향을 찾아낸 다음 그 원인을 꾸며낸다. 우리의 문화가 만들어 내는 전설은 경향을 두 종류의 표준 틀, 그러니까 축하해야 할 발전과 탄식을 나아내는(<옛날에는 좋았는데> 하며 상상의 황금 시대를 동경하는) 퇴보로 바라볼 때 만들어진다.

4할 타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실체가 아니며, 그것이 사라진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한 타격의 퇴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변이로 가득 찬 풀하우스의 떼어낼 수 없는 한 부분이다.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안정된 평균 주변으로 변이들이 모이면서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변이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너무나 규칙적으로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시스템에서 어떤 일반적인 법칙을 끄집어낼 수 있다.

타율의 변이의 대칭적인 축소는 두 가지 이유에서 경기의 향상을 (물론 타격도 포함하여) 나타낸다. 첫째, (시스템의 역사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이원으로 구성되고 오랫동안 똑같은 규칙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은 서서히 가장 적절한 방식을 발견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의 방법을 익히고 터득함에 따라 변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 (선수와 인간의 한계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평균이 오른쪽 벽으로 움직여 가고 이에 따라 변이가 확장될 공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4할 타율은 <어떤 것>이 아니라 타율의 변이값들로 이루어진 풀하우스의 오른쪽 꼬리일 뿐이다. 경기의 일반적인 향상으로 변이가 줄어든 결과, 즉 경기가 계속 세련되어져 간 결과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이다.

코프의 법칙은 대부분의 계통들이 몸의 크기가 증가하는 진화 경향을 갖는다는 관찰이다. 하지만 진화의 일반 특성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코프의 법칙도 전반적으로 상대적 빈도가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유공충 진화는 가장 큰 종에서는 신체 크기나 평균값이 어느 시기에서나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현상은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1) 실험실에서 관습적으로 쓰이는 최소 거름망의 크기에 의해 부차적으로 결정되는 한계, 왼쪽 벽이 진짜 존재한다. (2) 대량 멸종 때마다 작은 종(거의 최소 크기)만 살아남고 그 후 이어지는 시기는 항상 크기의 하한계에 있는 종들로만 시작되었다. (3) 이어서 종 수의 증가와 방산이 성공적으로 일어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적 다양성은 항상 증대되어 갔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비춰 볼 때 가장 큰 종의 증가는, 단지 시조가 되는 종이 왼쪽 벽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크기가 오직 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장 흔한 종(최빈값 종)의 크기는 변하지 않으며 그 자손들도 선조보다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

코프의 법칙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제한 조건에서는 크기의 큰 변화가 생기면 초기의 벽에서 멀어져 간다. 크기의 증가는 다시 말하자면, <크기의 증가를 목적으로 한 정향 진화가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작은 크기에서 멀어지는 진화일 뿐이다.>

나는 1988년의 논문에서 평균이나 최대값들의 증가가 왼쪽 벽 근처 시작점에서 멀어지는 비정향 진화로 가장 잘 설명되는 경우를 <스탠리의 법칙>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평균값이나 최대값에서 신체 크기의 증가(넓은 의미의 코프의 법칙)를 보여주는 대다수의 계통들이, 자연선택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에 큰 크기를 향한 정향 진화 결과 생겼다는 전통적인 해석보다는 작은 크기에서 멀어지는 무작위적인 진화의 스탠리의 법칙으로 더 잘 이해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코프가 주장한 비전문화의 법칙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번성한 계통들의 시조들은 폭넓은 서식지와 기후를 견뎌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정 행동이나 생활 방식에 고도로 복잡한 적응(공작의 꼬리, 유칼리 나뭇잎만을 먹는 코알라의 식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전문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세계처럼 복잡하고 무작위적인 세계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라 대체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단서만 붙인다면 코프의 비전문화의 법칙은 잘 맞으며 현대 진화생물학자들에 의해 뒷받침될 것이다.

주요 계통은 해부학적 구조나 행동이 비전문화된 종에 의해 창시되는 경향이 있다. 비전문화된 종은 또한 신체 크기가 보통 작다. 따라서 코프의 크기 증가의 법칙이란 주요 계통의 시조들이 왼쪽 벽 가까이서 작은 크기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의 추종자들은 최대값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장 복잡한 생물의 역사만 살펴보았으며, 가장 복잡한 생물에서 나타나는 복잡성의 증가를 모든 생물의 진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했다.

<다양성의 팽창의 역사에 기초한 해석>

1. 생명은 왼쪽 벽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의 자연발생적인 조건에서 탄생한 최소한의 복잡성을 <왼쪽 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화학적 이유에서 생명은 최소 복잡성의 왼쪽 벽에서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물방울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2. 초기 박테리아 형태의 장기적인 안정성

다세포 생물들에 대한 편협한 관심 때문에 우리는 생물의 기본 분류를 동물과 식물로 나눈다. 더 보편적으로는 단세포와 다세포 형태로 구분한다. 생물학자들은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생물을 분류한다. 원핵생물에는 통칭 <세균류>라고 불리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박테리아 집단과, <남조류>라고 불리는 집단을 포함하고 있다. 남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세균인데, 지금은 일반적으로 시아노박테리아라고 불리고 있다. 화석기록으로 보존될 수 있었던 형태들만을 생각한다면 박테리아는 존재할 수 있는 최소 복잡성의 왼쪽 벽에 위치하고 있다. 생명은 박테리아 형태로 시작했고, 생명은 박테리아를 여전히 같은 위치에 두고 있다.

3. 생명이 성공적으로 팽창해감에 따라 분포 곡선은 계속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갈 수밖에 없다.

생명은 최소 복잡성이라는 왼쪽 벽에서 시작해야만 했다. 생물이 다양해져 감에 따라 확장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방향은 하나뿐이었다. 어떠한 생명 형태도 초기 박테리아 형태와 왼쪽 벽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박테이라 형태만이 초기의 위치를 유지한 채 그 수만 계속 증가시켰다. 그것에 비해 왼쪽 벽의 오른쪽,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에 있는 공간은 텅 비어 있다. 새로운 종이 아무도 점유하지 않은 이 공간으로 진출하면서 모든 종의 복잡성 분포 곡선을 오른쪽으로 잡아당긴다.

4. 분포 전체의 꼬리에 불과한 최대값으로 분포 전체의 성질을 규정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경향이다.

5. 원인은 벽과 변이의 확장이다.

6. 한 시스템에 진보를 슬그머니 끌어들이는 방법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험상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7. 오른쪽 꼬리에만 주목하는 편협한 시도를 경행한다고 해도, 전반적인 진보에 대한 절망을 제거했으면 하는 심리적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원하는 결론, 즉 인간처럼 의식을 가진 생물이 지배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박테리아 유전자의 핵심 부분에 대한 염기서열이 밝혀짐에 따라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한때 원시적이고 형태적인 다양성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이유로 적당하게 하나의 계통으로 분류되었던 박테리아를 크게 둘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차이는 세 개의 다세포 생물계(식물, 동물, 균류)를 합친 것보다도 (유전적 차이와 변이의 측면에서) 훨씬 더 컸다! 게다가 이 둘 중의 한 집단은 기이한 환경, 지구 역사 초기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극단적인 조건 속에서 (많은 경우 산소 없이) 생활하면서 특이한 물질대사를 활용하는 박테리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계통이었다. 예를 들면 메타노겐이라는 메탄가스 생산자, 높은 농도의 염분에 내성을 가진 호염성 박테리아, 물의 끓는점에서 생존하는 호열성 박테리아들이 그 집단에 속한다.

최초로 작성된 정확한 계통도는 이전의 모네라계를 두 개의 계 또는 영역으로 나누는데, 하나는 우리가 박테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것들(광합성 남조류, 대장균,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들)을 포함하는 영역이고, 또 하나는 새로 발견된 시원세균이라고 불리는 괴짜들의 영역이다. 그리고 모든 진핵생물, 즉 세 개의 다세포 생물계와 모든 단세포 진핵생물들은 세 번째 <진핵생물> 영역에 속한다.

생명의 종 모양 곡선에서 복잡성의 최대값을 증가시키는 오른쪽 꼬리는 두 가지 원인 중 어떤 것을 통해서든 형성될 수 있다. 하나는 진화가 본질적으로 복잡성이 보다 높은 방향으로 생명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생겼다는 것이고(전통적 이론의 주장), 또다른 하나는 생명이 복잡성의 최소값인 왼쪽 벽에서 기원해 그 뒤에는 변화하지 않는 박테리아 형태를 유지하면서 오른쪽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우연하게 부산물로 생겼다는 것이다(이 책의 핵심 주장). 이 두 경로가 똑같은 결과를 낳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현격하게 다르다. 앞의 주장은 복잡성의 증가를 생명 역사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고 있고, 뒤의 주장은 오른쪽 꼬리를 주된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진화 원리의 수동적 결과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가지 조건을 달아 전통적 견해의 권위에 도전하고자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종 모양 분포의 작은 오른쪽 꼬리를 확장시킨 것은 아주 적은 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종은 그 경로를 밟지 않았으며, 전체 분포의 최빈값은 언제나 박테리아의 복잡성이었다는 것이다. 복잡성 증가 현상은 이렇게 제한된 조건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이렇게 제한적인 현상이 복잡성의 증가나 진보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은 원인들에서 파생된 부수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종에 작용하는 표준적인 자연선택에는 편향성이 없고, 기생생물에는 단순화시키는 편향성이 있지만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복잡성 증가의 편향성이 없다고 한다면, 계통 대부분의 진화사는 전체적으로 복잡성을 조금이나마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여줄 것이다. 대부분의 계통이 복잡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종 모양 곡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른쪽 꼬리를 확장시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복잡성이 더 낮은 왼쪽으로 이동하는 종은 이미 점유자가 있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데 비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희귀종은 점유자가 없는 복잡성이 보다 높은 영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각각의 계통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최대값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자연 진화와 문화적 변화가 다른 근본적인 두 가지 이유>

1. 위상기하학

종 수준과 그 상위 수준에서 일어나는 다윈적 진화는 지속적이고 불가역적이다. 일단 한 종이(서로 교배되지 않을 때 다른 종으로 정의) 조상 종과 분리되면 영원히 다른 상태로 남게 된다. 종은 다른 종과 융합되지 않는다. 자연의 진화란 끊임없이 갈라지고 달라져가는 과정이다. 이에 반해 문화적 변화는 다른 전통의 융합과 접합을 통해 상승 발전할 수 있다.

2. 유전적 메커니즘

자연선택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극적인 힘이다. 수많은 세대에 걸친 이로운 변이의 축적은 진화적 변화로 이어진다. 지엽적인 향상은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희생 제물로 삼아 실현된다. 적극적인 개량이 아니라 비적응적인 개체의 제거를 통해 <보다 나은> 장소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은 라마르크의 이론이 아니라 멘델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런데 문화적 변화는 이와는 정반대로, 근본적으로 라마르크적 방법을 따른다. 한 세대가 얻은 문화적 지식은 모두 교육이라는 행위를 통해 직접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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