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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cience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 by 박창범

by hoyony 2019. 3. 6.

김영사
2002. 11 .13

세계 모든 나라 중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선조들은 후손에게 값진 유산을 남겨 주었다. 중국의 경우 약 2800년 동안, 우리나라는 약 2100년, 일본은 약 1400년에 걸쳐 다양한 자연 현상을 관찰. 그러나 우리에게 남겨진 사료들 중 상당 부분이 역사 구성에 사용되고 있지 않다.

모든 천문 현상에는 시간 개념이 담겨 있음. 따라서 천문 현상을 활용하면 그 현상이 일어난 과거 역사의 시점을 절대적 산출법으로 정확히 추적 가능. 사서에서 사건의 시점은 ‘모왕 모년 모월 모일’등으로 표시되며 그날이 서력으로 언제인지는 역사가 분명한 후대로부터 여러 왕의 재위년을 거쳐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왕국끼리의 교류를 기록한 날을 비교하는 방법 등을 적용하여 구할 수 있음.

고려 시대 오로라 기록의 주기성을 살펴보면 태양흑점 주기인 약 11년과 일치. 이로써 적기, 적침 등으로 표현된 기록들이 태양 활동의 변화에 의해 조절되는 오로라임이 증명. 만약 고려의 일관들이 자신이 관측한 자료를 분석했더라면, 서양에서 태양 활동 주기를 발견한 때보다 최소 500년 이상을 앞질러 이 사실을 알아냈을 것임

 

<태양 측점과 오로라를 관측한 기록>

중국 나라들의 기록에는 태양 활동의 11년 주기성이 보이지 않는데 이는 중국 등 주변의 왕조들이 단명해 온 역사에 기인할 듯. 왕조들의 잦은 부침으로 인해 안정된 기반 위에 지속되어야 할 천문 관측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 또한 중국의 경우 천문학의 정치적 효용이 강조되어 역법이 천문가들의 주연구 과제였음에 비해, 한국의 천문학은 하늘의 변화를 관측하고 기록하는 데 더 힘을 기울였음

 

<흑점과 오로라 사이의 상관성>

태양에서는 평소 뜨거운 물질이 표면으로부터 불어 나오는데 이를 태양풍이라 함. 태양 표면에 측점이 나타나면, 종종 흑점 위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이 뜨거운 물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분출된 물질은 태양풍을 타고 퍼져 나가다가 지구에 부딪치면서 지구의 자기권을 뒤흔들게 되는데 이 현상을 자기폭풍이라 함. 태양에서 불어 온 이 물질이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 극지방으로 떨어져 들어오다가 지구 대기의 물질과 부딪치면서 푸르고 붉은 빛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오로라임.

태양은 11년을 주기로 활발해지면서 흑점이 표면에 자주 떠오르기 때문에 지구에서도 11년마다 강한 자기폭풍과 오로라가 빈번히 일어나게 됨

 

<전통 과학과 현대 과학의 연결>

고려, 조선시대에 어떻게 한반도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을까? 지구의 자기장이 이동하기 때문. 오늘날 지자기 북극은 캐나다 북쪽인 서경 105도, 북위 79도에 있음. 지자기극은 복잡하게 이동하는데, 대체로 5년에 서쪽으로 1도씩 옮겨 감. 고려와 조선 시대의 오로라 기록을 보면 당시 지자기 북극이 한반도 가까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음.

일식, 월식, 행성식, 성식 기록도 마찬가지로 장기간에 걸친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 달고 행성의 운동 등을 알려 주고 혜성, 유성, 운석을 관찰한 고대의 기록들은 태양계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천체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려 줌.

전통 천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 : ① 천문 사상, ② 고대 천문 관측 자료, ③ 천문 관측 의기(儀器), ④ 역법, ⑤ 천문학자, ⑥ 천문 관련 제도, ⑦ 민속 속의 천문학 등

 

<현대 과학에서 시간은 어떻게 측정할까?

첫째, 원자시계를 이용하는 방법. 기저 상태에 있는 세슘 동위원소 133Cs의 초미세 준위 사이의 천이에서 나오는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을 원자시간으로 1초로 정의

둘째, 하늘의 천장에 한 은하가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다시 제자리로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세계시로 1일이라 정의

셋째, 지구가 목성의 공전궤도면을 북에서 남쪽으로 통화하는 주기를 역표시로 1년이라 정의

원자시계에서는 전자기력이 작용하며, 세계시에서는 지구의 자전, 즉 관성력이 작용. 역표시에서는 중력이 작용. 세슘 원자시계는 1967년 국제적으로 시간 측정기로서 공인됨

 

<우주론>

(1) 우주기원론 : 완전 무의 상태에서 시공간과 물질계가 창생되는 각본(창조형)이 아니라, 대개 어느 정도 원초적 우주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공간과 물질계와 생명체가 창조되고 그 안에 질서가 갖춰지는 과정을 담고 있음. 즉, 혼돈에서 질서로 우주가 진화하는 각본.

(2) 우주구조론 : 중국에서 들어온 우주관. 개천설과 혼천설이 있음.

개천설 : 하늘은 위해, 땅은 아래에 있다는 이원론. 우주를 둥그런 하늘과 네모난 땅의 항하구조로 보는 천원지방의 설. 즉, 땅은 고요하고, 하늘은 북극을 중심으로 돌고, 태양은 계절에 따라 반경이 다른 궤도를 따라 원운동한다는 생각.

혼천설 : 우주의 모습이 새알처럼 하늘이 땅을 빙 둘러싸고 있는 내외구조로 되어있다는 생각. 하늘은 남북극을 지나는 축을 둘레로 수레바퀴와 같이 돌고, 그에 맞춰 일월성신이 함께 따라 돈다는 모형. 혼의와 같은 처문시계 등에 응용

조선 후기 자전설이 등장하였으나 당시는 천동설을 정설로 규정. 이후 격물치지를 중시하는 유학자들에게 수용되면서 티코 브라헤와 갈릴레이의 근대적 우주 구조와 운행 모형이 전통적 우주관인 개천설과 혼천설을 대체하기 시작.

 

<천문을 보고 천문을 따른다>

천문은 우리 삶의 시간적 디자인에도 밀접하게 관여. 해가 뜨고 짐을 기준으로 날(일), 달이 차고 기움을 기준으로 달(월), 해의 고도 변화에 따른 계절의 반복을 기준으로 해(년), 목성 공전주기 12년을 따라 십이지와 12개 띠를 정했고 한 해를 24절기로 나누어 각 절기마다 수많은 세시풍습을 행함. 인간은 출생 때부터 별의 정기를 받아 세상에 태어나고, 평생 해와 달, 별과 함께 호흡하며 살다가, 죽음에 이르러서도 북두칠성을 그린 칠성판에 누워 칠성칠포에 덮여 북망산으로 돌아가는 존재로 자리.

현대인의 방식과는 차이. 실제 용도와 무관한 디자인되고 이름지어지는 상품, 건축물. 자연의 변화를 잊고 숫자로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시계, 달력을 보면 현대는 상징의 부재 시대임을 절감.

상징이란 삶의 방식에 대한 약속. 상징의 부재는 동시대인들 간에 공유된 삶의 방식과 지향점의 부재를 뜻함. 옛 사람들은 상징을 통해 인간이 살고 있는 자연을 의미 가득한 세계로 바라보았고 이러한 자연관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상생의 순환을 형성하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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