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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Ecomomics

왜 분노해야 하는가 by 장하성

by hoyony 2018. 9. 30.

왜 분노해야 하는가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일반 국민들은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빈부의 격차를 연상한다. 불평등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로 인식하는 것은 가진 것의 차이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은 가진 것보다는 버는 것이 결정한다. 가진 것의 격차가 의미가 있는 경우는 가진 것의 차이로 인하여 버는 것의 차이가 만들어질 때다. 다시 말하면 재산이 소득을 만들어서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만드는 원인이 될 때 빈부의 격차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재산격차가 아니라 임금격차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불평등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안 마련을 위해서는 관심의 초점을 재산보다는 소득에 맞추어야 한다.

모든 계층에서 노동소득이 전체 소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평균적인 가계의 경우에 재산소득은 가계소득의 1%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재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은 5%도 되지 않는다. 이자나 임대료, 배당과 같은 재산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체 소득 불평등을 결정할 만큼의 수준이 아니며,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임금으로 받는 노동소득이다. 물론 소득 상위 1% 또는 0.1%에 속하는 초고소득층은 상당한 소득을 재산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극소수이며, 거의 모든 가계들은 재산의 대부분이 소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거주용 주택이기 때에 재산을 갖고 있다 해도 소득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전체 국민의 절대다수에게는 재산격차가 아니라 임금격차, 즉 가진 것이 아니라 버는 것의 차이가 불평등을 만들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저소득층과 저임금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대기업이 가져갔기 때문에 국민이 잘살게 되지 못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지표에서 나타난다. 첫째는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소득으로 분배된 몫이 줄어든 것이고, 둘째는 줄어든 가계소득의 몫이 그대로 기업소득의 증가로 이전된 것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소득으로 분배된 비율이 71%였는데, 이후에 지속적으로 줄어들어서 2014년에는 62%이다. 경제성장의 성과 중에서 가계에 분배되는 몫이 9%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에 기업소득으로 분배된 비율은 16%에서 25%로 9%포인트 늘어났다.

1990년 이래 소득 계층 간 노동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네 가지 주목할 변화가 있다.

첫째, 1997년 이전까지는 노동소득 증가의 경우 최하위 계층이 최상위 계층을 앞섰고, 중간 계층에서 높았다.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었던 시기였다.

둘째, 외환 위기로 인한 계층 간 소득격차의 확대 과정에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은 하위 계층이었고, 반면 상위 계층의 손실은 최소화되었다.

셋째, 외환위기 이후에는 계층별 소득 증가의 양상이 외환위기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했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분위 계층의 노동소득은 21.5% 증가한 반면에 10분위 계층은 그보다 훨씬 높은 53.0% 증가했다. 외환위기 이전에 최상위 계층의 노동소득 증가율이 다른 모든 계층보다 가장 낮았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중간계층의 실질 소득 증가 역시 최상위 계층보다 낮아져서 결과적으로 촤상위 계층에 대한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넷째, 2002년 이후로 1분위 계층의 실질 노동소득이 늘지 않았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0분위 계층의 실질 노동소득은 27.9% 증가한 반면, 1분위 계층의 경우 오히려 1.2% 감소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에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로 최상위층의 소득이 급격하게 증가한 까닭도 있지만 최하위층의 소득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상용 노동자 중 저임금노동자의 비율이 미국에 이어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통계에서 저임금노동자란 중위(median) 임금소득의 3분의 2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은행이 다른 금융회사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예금을 받는다는 것, 즉 수신 기능에 있다. 다른 금융회사는 대출을 해줄 수는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을 받을 수는 없다. 은행 예금의 원금 보장은 예금보험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예금보험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책임을 진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이라는 상호 사용은 반드시 법에 규정된 요건을 갖춘 금융회사가 정부의 인가를 받는 경우에만 허용되고, 은행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가지고 있어서 정부의 감독을 받는다. 은행의 가장 큰 수입 원천은 예대 마진이다. 이 역시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보호된 규제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이며, 특정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인가 때문에 발생하는 과점 이익이다.

은행은 예금의 원금 보장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정부가 지는 공공성을 지닌 기관이며, 은행의 이익은 규제 이익이면서 동시에 과점 이익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은행의 임금수준이 기업의 임금보다 두세 배 높다는 것은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한국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2년 10.1%이며 이것은 34개 회원국 중에서 31위로 낮은 수준이다. 노사분규가 가장 많았던 해도 1987년으로 발생 건수가 3,749건이었고, 이후 급속하게 감소해서 2013년 72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노동조합 조직률 수준이나 감소추세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규제와 관계없이 한국이 실제로 노동 경직성이 높은 나라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노사분규가 잦고 노동 유연성이 없다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제기되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그렇게 인식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유는 기업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중소기업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불과 2%이다. 제조업 중소기업 중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된 기업은 전체의 5.4%에 불과하고, 이중에서도 종업원 100명 미만 기업은 3.6%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전체 임금노동자의 88%를 고용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며 소수 대기업에 국한된 노동조합 문제를 확대해서 한국 노동시장에 고용 유연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현실과 거리가 멀로 침소봉대한 해석일 뿐이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목적은 국민이 잘살기 위한 것이며, 여기서 국민은 개인(가계)이다. 기업과 정부는 국가 경제 운영의 주체이지 목적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이 잘살도록 도와주거나 만드는 수단일 뿐이지 정부가 잘살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금방 이해할 것이다. 기업을 두고 말하면 약간의 혼동이 오기 시작한다. 기업 역시 국민이 잘살게 하는 수단일 뿐이지 기업이 잘살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도로서 기업은 수익과 이윤을 궁극적으로 구성원이자 이해 당사자인 각각의 국민에게 분배하여 잘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다만 각 구성원 간에 이윤이 분배되기까지의 중간 단계일 뿐이다. 이 때문에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는 기업을 경제활동의 중간 과정상 필요한 일종의 도관체로만 간주하고 있다. 경제 주체인 개인, 기업, 정부의 모든 경제활동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잘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명제다. 그러나 기업이 분배의 최소화를 통한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이 대명제와 어긋난다.

국가의 분배 극대화

경제는 순환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매출이 늘어야 하고, 매출이 늘려면 개인의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소비가 늘어나려면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야 하고, 소득이 늘어나려면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과 공급자의 대금을 늘려야 한다. 이것은 기업이 분배를 극대화해서 이윤의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경제순환의 논리는 경제에서 수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일찍이 고전 경제학에서 주장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라는 세이의 법칙(say’s law)에 반하여 소비와 투자로 이루어지는 유효수요의 크기에 따라 소득수준과 고용수준이 결정된다고 주장한 케인스 유효수요의 이론(the principle of effective demand)과 같은 맥락이다. 역의 논리도 주장할 수 있다. 즉 이윤 극대화 또는 분배 최소화를 통해서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고 소득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것은 1980년대 선진국에서 소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 유행했던 공급 측면의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의 기본 전제이며, 그 유명한 낙수 효과(tricle-down effect)를 강조한 입장이다.

이해당사자 분배

제조업 대기업의 경우 총수익, 즉 매출액에서는 한국 모든 기업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지만 순이익에서는 매출액 비중의 두 배에 가까운 3분의 2를 차지하고, 노동자에 대한 분배는 매출액 비중보다 낮은 4분의 1 정도만을 차지한다. 이러한 결과와 제조업 기업이 다른 산업의 기업보다 이익률이 월등하게 높은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분배의 불평등도 대부분이 제조업 대기업에 의해서 주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본축적과 자본 재생산

한국에서 자본축적이 성숙되었는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몇 가지 특징들을 미루어보면 잠정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치경제, 친소주의, 퇴행적 시장 질서와 규범, 소수 재벌들의 시장 지배 등의 특징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자본이 주도하는 자본주의의 본원적 질서라고 볼 수가 없다. 즉 한국의 자본들은 아직 자본 외적 권력이나 질서에 기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경제 외적 질서나 권력보다도 자본이 지배하는 자본 자체의 정당성에 근거하여 작동하고 있다. 자본이 지배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관점은 체제의 정당성에 관한 이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주의의 역사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일단 뒤로 미루고 본다면, 한국은 아직 자본이 자본을 확대재생산하는 단계가 지배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한국 자본주의가 아직은 극소수의 재벌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선진국에서와 같은 자본가 계층의 형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의 근원도 부의 불평등, 즉 재산 불평등보다는 다른 조건이나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집이라는 거대한 부담은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이 평생 피해가기 어려운 삶의 고단함과 불평등의 원인이다. 하지만 집 문제를 제외하고서 불평등의 원인을 따져보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아직 한국이 자본주의의 본원적 불평등 구조에 편입되기 이전이라는 일면 모순적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즉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일해서 버는 돈의 격차가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라면 아직 불평등을 교정할 수 있는 여지는 비교적 충분하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같이 자본이 자본을 버는 재생산구조가 고착화된다면 기껏해야 재분배 정책으로만 불평등 해소 문제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미 고착화된 불평등한 상황을 사후 처리 방식인 재분배 정책으로 바로잡기보다 소득, 특히 임금 소득의 격차를 줄임으로써 불평등의 원인을 직접 교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다.

소득과 재산의 상관계수

국가 간 재산 불평등을 비교할 수 있는 통계로는 앞서 인용한 Global Wealth Report가 있다. 이 자료를 보면 한국은 최상의 1% 계층의 재산이 전체 가구 총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9%이며, 이것은 OECD 회원국 중 통계가 제공된 28개국 중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상위 10% 계층의 재산이 전체 가구 총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8%로 13번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한 최상위 1% 계층의 재산 집중도에서는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 속하고, 최상위 10% 계층의 재산 집중도는 중간 정도이다. 임금소득 불평등에서 OECD 회원국 중에서 네 번째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여서 소득 불평등과 재산 불평등이 모두 심한 나라 중 하나다.

재산과 소득의 인과관계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은 재산이 많아져도 그 재산이 주택에 집중되는 한 소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일단 집을 소유하고 나서 소득도 높아지면 소득을 창출하는 재산, 즉 금융자산의 비중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감내되는 소득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소득 창출의 기회가 노동소득밖에는 없는 셈이며, 그 이상을 넘으면 노동소득과 함께 금융소득이 부가적 소득을 창출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과관계가 물고 물리는 구조이나 소득격차를 만들어내는 일차적 요인은 집 소유에 대한 부담 여부라고 할 수 있으며, 집이라는 큰 재산을 갖게 되더라도 노동소득이 없으면 부가적인 소득의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명목상의 재산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 중에서 금융자산이 총자산의 51.6% 수준이고, 비금융자산이 48.4%로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이 반반 정도의 비율이다. 미국 역시 비금융자산, 즉 실뭉자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용 주택으로 71.0%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택은 가계 총자산에서 34.3%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금융자산이 거주용 주택 자산의 1.5배에 달한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만 해도 금융자산이 거주용 주택자산의 1.7배다. 선진국 중에서 이 비율이 낮은 나라인 독일의 경우에도 가계의 금융자산은 주택 자산의 55%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금융자산이 거주용 주택 자산의 49% 수준이고,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40% 수준이다. 또한 금융자산이라해도 이 중에서 전월세 보증금이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로 주택 자산 대비 금융자산은 이보다 더욱 작아진 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오랜 자본축적을 해 온 선진국에서는 소득에 도움이 되는 금융자산이 주택 자산과 비슷하거나 더 많지만, 한국의 가계들은 재산의 대부분을 살기 위한 주택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직 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자산을 보유할 여유가 없는 처지이다.

가계소득의 90% 이상이 임금소득이고, 소득 불평드을 만드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임금 불평등이다. 임금 불평등 구조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다.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62% 수준이고, 제조업의 경우에는 격차가 더 커서 53% 수준이다. 1980년대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90% 수준이었고, 제조업의 경우도 85% 수준을 넘었다. 그런 것이 지난 30여 년 동안 계속해서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노동자의 8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접근방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원청-하청 관계에서 그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분배를 늘려서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안은, 대기업 원청기업이 중소기업 하청기업에게 임금 인상분으로만 지정하여 추가적인 공급자 대금을 인상해주는 것이다. 이때 추가적이라 하면 현재의 공급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 절감이 발생할 경우 그것을 공급가 인하로 반영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대기업의 현재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기업은 많은 내부유보의 극히 일부만을 중소기업 하청기업의 임금 인상용 공급자 대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두 번째 방안은, 대기업 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하청기업 임금 인상을 위한 추가 공급 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이미 높은 임금을 낮출 수는 없다. 여기에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임금 분배 규제

일반 국민의 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흔히 시장을 기업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 시장 그 자체는 주체가 아닌 제도다. 더구나 기업은 시장이라는 제도를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일 뿐이다. 흔히 얘기하는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주체가 되어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가격을 합의한다는 말이다. 즉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의 기능이다. 경제 원론에서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한다고 가르친다. 효율적 분배는 시장이 완전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완전한 시장이란 수요자와 공급자 어느 누구도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완전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경제 원론에서 가르치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가장 효율적인 분배를 한다는 것은 현실이 아닌 진공상태에 가까운 가상의 세계이다. 완전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완전한 시장이 성립되는 경우는 현실에서 지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현실은 불완전한 경쟁이 펼쳐지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따라서 가격과 분배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지배하는 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

장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할된 경제적 불평등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평등으로 고착화된다고 했다. 루소는 사회가 부자와 가난한 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고착화되면서 가진 자들은 본성적으로 타고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연민이 약화되고, 갖지 못한 자들은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정의롭지 못한 상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 노예 상태가 된다고 했다. 루소는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이 자신들의 가진 것에 대한 질투심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약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명분과 자기를 방어할 충분한 힘(권력)을 갖기 위한 교묘한 계획으로 사회와 법률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루소는 가진 자들이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회와 법률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사회와 법률이 약자에게는 새로운 족쇄를, 강자에게는 새로운 힘을 주었고, 타고난 자유를 영원히 파괴했다. 또 소유와 불평등의 법을 영원히 고정시켰고 (가진 자들의) 약삭빠른 착취를 최소할 수 없는 권리로 만들었으며, 일부 야심가의 이익을 위해 모든 인류에게 노동, 종속 그리고 가난을 강요했다고 보았다.

세대 간 이동성

불평등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 중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불평등이 세다 간 이동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세대 간 이동성이란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다른 경제적 계층으로 이동하는 것이며, 특히 부모보다 자식이 더 가난한 계층이 되는 하향 이동성이 문제가 된다. 불평등한 구조에서 빈공층일지라도 자식 세대가 자신보다 더 높은 소득 계층으로 이동하는 상향 이동의 가능성이 높으면 부모 세대들은 불평등한 현재의 상황을 감수하고, 심지어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에 오히려 찬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에서 완전한 평등이 지속되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경쟁이 효율성을 내는 원천적 동인이 불평등한 분배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에서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속성이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이 담보되는 완전경쟁이 펼쳐지는 완전한 시장도 현실에서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불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분배의 불평등은 정의롭지 못하다. 이렇게 이론적인 그리고 관념적인 불평등에 대한 논쟁이 서로 엉켜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매우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불평등을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불평등이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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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18년 10월, 인터뷰> 김낙년 동국대 교수 

통계가 소득주도성장 논쟁에 불을 지폈다. 발단은 통계청이 실시한 올해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다. 조사에 따르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 공히 저소득 가구 소득은 줄고 고소득 가구 소득은 늘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한 것. 2분기의 경우, 1분위 소득(132만4900원)과 5분위 소득(913만4900원) 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빈자를 살리겠다는 정책이 되레 ‘거대한 역설’로 되돌아온 셈이다.

가계동향조사보다 실제 불평등 훨씬 심각

이후 통계청이 정치 논쟁의 격랑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청와대가 취임 갓 1년을 넘긴 황수경 전 청장을 교체해 논란을 더 키웠다. 8월 2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는 “빈곤층 비중을 많이 둔 표본이 추출돼 빈부격차가 많이 나온 것”(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여당의 방어와 “청장이 바뀌었다고 다시 표본을 조정하면 누가 그걸 믿겠나”(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라는 야당의 공세가 핑퐁처럼 오갔다.

김낙년(61)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년 전부터 가계동향조사의 오류를 줄기차게 문제 삼아온 학자다. 고소득자가 과소 파악돼 통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대신 김 교수는 2014년에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소득세 자료)를 활용한 논문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을 내놨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 결과보다 실제 불평등지수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객관적 수치로 논증했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활용한 방식과 같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을 피케티가 주도하는 ‘월드 톱 인컴 데이터베이스(World Top Income Database)’에 등재했다. 같은 해 방한한 피케티가 언급한 한국의 소득불평등 현황도 김 교수 논문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가계동향조사의 정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이에 통계청은 2017년 4분기를 마지막으로 가계소득동향조사를 폐지키로 지난 2016년 말에 결정했다. 대신 국세청 자료 등을 활용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로 대체해 연간 단위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김 교수의 방법론이 대안에 반영된 것.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 보완책에 더해 조선 후기 이후 경제·사회 통계를 집대성한 성과 등을 인정받아 2016년 통계청으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정작 줄곧 오류라고 꼬집어온 조사가 정치적 논란거리로 떠올랐으니 그도 생각이 많았을 터. 김 교수를 9월 3일 동국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나 대뜸 이 질문부터 꺼냈다.

“통계로 소득주도성장 효과 보려 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두고 한바탕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가계동향조사는 8000가구를 샘플로 정해 3년 동안 지출과 소득이 포함된 가계부를 쓰게 하는 거죠. 취지는 좋아요. 문제는 이걸 제대로 쓰느냐 여부죠. 미주알고주알 다 써야 하니 제대로 쓰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유 있는 사람은 그걸 왜 쓰겠어요? 반대로 어려운 사람은 그걸 쓸 여유가 없겠죠. 이렇다 보니 중간그룹만 과대 반영되는 거예요. 제가 연구하려고 보니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가 소득세 자료를 토대로 구한 수치와 너무 안 맞는 거예요.”

2014년 김 교수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보정해 내놓은 ‘수정 지니계수’는 가처분소득 기준 0.371로, 통계청 수치(0.314)를 크게 웃돌았다. 가계동향조사 지표보다 실제 소득불평등이 더 심각하다는 뜻.

“국세청 자료와 비교해봤더니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소득이 올라갈수록 포착률이 급속히 떨어졌습니다. 소득 2억 원이 조금 넘으면 샘플이 아예 없어요. 아래쪽도 마찬가지고요. 보정해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 수준의 불평등도가 나오더군요. 가계동향조사가 엉터리라는 걸 증명한 거예요.”

그래서 원래는 조사를 없애기로 했었죠.

“논문이 나온 후 국회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당시 통계청에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래서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까지만 하고 끝내겠다고 결정이 났고 그 결과도 공표하지 않기로 한 거죠.”

잠시 시간과 장소를 2014년 10월 13일 국회로 바꿔보자. 이날 통계청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계청 자료는 믿을 수 없다. 금융소득 상위소득자를 과소 파악할 경우 숫자가 달라지는 등 지니계수 통계가 왜곡돼 정책 효율성을 거둘 수 없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김낙년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댔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통계청은 정확한 지니계수를 만들 의지가 없어 보인다. 소득불평등도가 정확히 드러나면 민심을 어지럽히고 집권세력에 불안감을 주는 과도한 걱정 때문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가계동향조사를 ‘민주당이 문제 삼았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사실인 셈.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가계동향조사 예산(28억5300만 원)을 끼워 넣었다. 가계동향조사를 폐지하는 데 역할을 한 민주당이 조사를 존속시킨 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4분기(10~12월) 조사에서 하위 20% 소득이 높아졌어요. 정치적 효과가 있을 거라 봤으니 폐지를 미뤘겠죠. 그런데 웬걸. 다음 두 분기 조사에서 하위층 소득이 떨어진 겁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조급히 보려고 없애기로 한 조사를 힘으로 밀어붙여 끌고 가다가 도리어 통계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칼이 돼버린 거죠.

통계청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한 건데, 이제 와서 책임지는 모양새가 되니 황당하겠죠. 책임을 물어 통계청장을 교체한 게 아니겠어요? 정부가 부인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그렇잖아요. 통계 때문에 장하성 정책실장의 입지까지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 돼버렸잖아요. 통계가 정치화한 겁니다. 문제가 심하게 꼬였어요.”

최근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전면 개편을 위해 내년 가계동향조사 예산을 올해(28억5300만 원)보다 다섯 배 이상 늘어난 159억4100만 원으로 편성했다. 또 소득부문과 지출부문으로 나누어 조사해 발표하던 것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표본 구성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통계청은 방식을 바꾸고 예산도 늘리기로 했는데요.

“설사 돈을 붓고 표본을 제대로 선정한다 하더라도 그걸 믿을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조사가 불가능한 걸 수치로 내놓고 왈가왈부하는 일이 반복되면 국가로서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셈이죠.”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무슨 뜻이죠?

“분기 기준으로 소득수준을 조사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어요. 미국 가계소득조사에 해당하는 CPS(Current Population Survey)의 경우 가구소득에 관해선 1년에 한 번, 3월에 조사합니다. 2월에 그 직전 해 소득을 신고하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신고했기 때문에 정보를 알 수 있고, 그걸 그대로 쓰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누가 나에게 소득을 묻는다고 칩시다. 월급이야 알 수 있지만, 분기마다 이자수입이나 기타소득을 파악해두긴 힘들지 않겠어요? 당연히 가계부에 쓸 수가 없죠. 우리나라 금융소득이 50조 원 수준인데, 2분기 가계동향조사 금융소득을 합계해도 5조 원밖에 안됩니다. 누락되는 거죠. 소득은 1년 정도 지나 연간 소득을 신고할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거예요. 계절에 따라 수입의 높낮이도 있을 텐데 이 점도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맞서는 형국”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9월 3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하지만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통계 불신이 생기면 매우 심각한 일이 나타날 수 있어요. 통계에 따라 복지지출의 기준이 되는 소득수준이 고무줄처럼 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럼 예산도 왔다갔다 할 거고, 아마도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겁니다. 통계 때문에 정권의 명운이 결정될 수도 있는 거죠.”

기존 조사가 불평등도를 과소 반영해 문제가 돼왔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보다 실제 소득 격차가 더 크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국세청 소득세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점으로 미미하긴 하지만 근로소득에 의한 불평등도가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 추세가 2016년까지는 유지됐어요. 최근 2년간의 양상은 아직 소득세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가계동향조사 통계는 믿기 어렵고요.

다만 고용동향 지표가 상당히 악화하고 있잖아요? 고용 데이터는 개편한 바 없는데도 고용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됐습니다. 이 지표를 근거로 보면,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의 소득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어요.”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최하위, 그러니까 시간제나 아르바이트, 초단기 일자리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릴 때 고용이 마이너스 영향을 받을 거라는 건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경제 논리입니다. 상당한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주 52시간 근무가 고용 창출을 유도할 거란 기대감도 있는데요.

“정부는 기업들이 사람을 더 뽑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겠죠. 물론 그런 효과도 있을 테지만, 다른 대응도 나올 수 있어요. 사람의 일손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설비 투자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고용지표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폭 확대를 꼽았습니다. 100년 단위의 통계를 연구해오셨잖아요. 기재부 주장을 어떻게 보세요?

“너무 무리한 주장이죠. 인구구조 변화라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구조적으로 심화돼나가는 건데 유독 지난 1~2년간 영향이 컸다? 궁여지책 같은 논리예요.”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늘고, 이에 따라 경제도 성장할 거라는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원래는 ‘임금주도성장’이었죠. 선거 국면에서 ‘임금근로자 아닌 사람들을 적으로 모느냐’란 비판을 흐리기 위해 물 탄 표현이 된 겁니다 소득주도라는 단어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요. 소득이 늘어나는 게 성장이라는 뜻 아닌가요? 이런 표현이 어떻게 한 정부의 경제정책을 표현하는 슬로건이 되어있으며 신문을 매일 장식하고 있는지…. 말을 정확히 안 쓰면 어떻게 의사소통이 되겠어요? 대체 이걸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는지 모르겠어요. 번역 못 합니다.”

“소득주도성장? 물 탄 표현”

찾아보니 국내 영자신문사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소득주도성장을 영어로 ‘Income-led growth’라고 표기했다. ‘로이터’도 8월 26일 기사에서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Wage-led growth(임금주도성장)’에서 단어 하나 바꾼 셈. 김 교수는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재분배 필요성은 시장을 중시하는 학자들도 모두 동의해요. 하지만 재분배 방식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시장과 맞서고 있어요. 최저임금인상은 가격에 손대는 겁니다. 가격을 놓고 온갖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데, 아우성이 나올 수밖에요.

재분배가 의도라면 근로장려금(EITC)을 쓰면 됩니다. 최근에 정부도 EITC를 확대한다고 하던데, 그걸 처음부터 썼으면 불필요한 논란이 안 생겼죠. 필요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세금을 쓰자는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일자리안정자금 등 지원금 때문에 결국 세금을 쓰고 있잖아요.”

정부가 진단부터 잘못했다는 건가요? 정부 대책이 되레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고 아직 단언할 수는 없어요. 국세청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양상을 정밀하게 드러낼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결국 정부가 나서서 재분배하겠다는 거잖아요. 시장을 보듬고 가야 하는 거지, 시장에 맞서는 형국이 돼버려서 원래 의도한 결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고용이 줄고 있다는 게 단적인 증거예요.”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연구하면서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활용한 방법을 썼어요. 하지만 피케티가 불평등 해소책으로 주장한 ‘글로벌 부유세’에는 반대했습니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습니다.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까요?

“강남에 좋은 집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죠. 집값이 오르면 종부세를 많이 내겠죠. 하지만 거주자 입장에서 그건 실현되지 않은 소득이에요. 가치가 얼마인지는 거래가 이뤄질 때 매겨지는 겁니다. 지금 소득이 없는데 그 집을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거예요. 저항이 엄청나게 일어날 수밖에요.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겁니다.

“복지는 좋은데 과세는 안 한다?”

종부세가 반발에 직면하는 건 부유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피케티 스스로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지만, 부유세 탓에 해외로 나가버릴 수가 있어요. 결국 국제 공조가 없으면 실행이 불가능한 겁니다.

우리나라를 볼까요. 일부 상위계층에 부담을 몰아준다고 해서 불평등이 해소되고 복지 재원이 마련되는 게 아니에요. 고복지 국가가 왜 고세금 국가겠어요? 보편과세를 하니 보편복지가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보편복지는 좋지만 보편과세는 안 하겠다? 정치인들의 사탕발림 같은 말이에요.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간 소득불평등을 다룬 김 교수의 논문은 진영의 입맛대로 활용돼왔다. 불평등이 악화됐음을 증명한 2014년 논문에는 진보진영이 환호했다. 반면 2010년대 들어 근로소득 불평등이 다소 줄었음을 밝힌 2018년 논문에는 보수진영이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기울였다. 정치적 진영 논리에 누구보다 거부감이 클 터.

“지금 정부는 경제정책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두고서 ‘기득권 수호를 위해 공격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잖아요. 정치 논리로 대응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이 얼게 됩니다. 시장을 살리면서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부가 되어야 해요. 통계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면 아무도 안 믿게 될 겁니다. 정부가 이번에 이 점을 제대로 깨달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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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18년 10월, 인터뷰> 채이배 의원

소득주도성장을 겨누는 야당의 칼날이 매섭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월 5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와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이념”이라고 꼬집었다. 이튿날 같은 자리에 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경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도 연일 미디어에 오르내린다. 장 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성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일 터.

사실 야당에서 그 속내가 가장 궁금한 사람은 채이배(43)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채 의원은 장하성 실장과 인연이 깊다. 그는 고려대 행정학과 재학 시절 장하성 당시 경영대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면서 소액주주운동과 공정성장에 눈을 떴다. 졸업 후 공인회계사가 된 채 의원은 장 실장의 영향으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경제개혁연구소에서 활동했다. 경제개혁연구소장을 지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도 가깝다.

그래서인지 채 의원은 인터뷰 내내 장 실장을 ‘장 교수님’으로 지칭했다. 채 의원에 대한 장 실장의 신뢰도 남다른 모양이다. 장 실장이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채 의원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면서 “나보다 잘 드는 칼”이라는 표현을 쓴 건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채 의원은 스승이 주축인 청와대의 경제·복지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다. 청와대 핵심 그룹과 장 실장을 분리하는 인식도 엿보인다. 9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채 의원을 만났다.

“대통령 어젠다를 서포트하다 보니…”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직격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가 고용주의 지불 능력을 간과한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선순위는 공정경제, 그러니까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 속도가 너무 안 나고 있어요. 과거엔 낙수효과가 있었고, 덕분에 중소기업 노동자에게까지 분배가 됐죠. 지금은 대기업이 돈을 벌어도 풀지 않습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니 안전자산을 쌓아두는 거죠. 대기업에 쌓인 돈이 밑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정부는 그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죠.”

‘장하성의 수제자’다운 반응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생각을 물었는데 대뜸 ‘경제민주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온 것. 동문서답은 아니다. 채 의원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그룹’은 하도급 문제 등 대·중소기업 간 ‘갑을’ 이슈가 해결돼야 중소기업이 합당한 수익을 거둬 지불 능력을 키우고, 그러면 노동자 소득도 늘 거라는 주장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자동차 하청기업이 볼트·너트 같은 부품을 만들 때도 완성차에 더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상생이 이뤄지면 중소기업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더 많은 분배가 가능해집니다. 이게 큰 틀의 경제민주화예요.

이런 부분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최저임금 올리고 재정으로 돈을 뿌려 밑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그럼 지출 여력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장하성 정책실장이 은사시잖아요.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 예산이 시행된 지 채 1년이 안 됐고, 최저임금 인상도 반년 조금 지난 상태라 벌써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건 성급하다고 말했는데요.

“유독 소득주도성장만 너무 많이 앞서가니 문제인 거죠. 혁신성장은 제자리걸음이고 공정경제는 30m 정도 갔는데, 소득주도성장 홀로 100m를 가버린 겁니다. 오히려 공정경제가 100m, 혁신성장은 50m쯤 갔어야죠. 소득주도성장은 이 과정에서 뒤따라가는 거거든요. 청와대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입장인데, 그건 아니에요. 순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장하성 교수님도 본인이 쓰신 책에서 원·하청 관계 개선을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세요.”

‘장하성의 생각’은 소득주도성장보다 공정경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장 실장 해임’ 공세를 동시에 펴고 있는데 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장 교수님 자신이 만든 공약이 아니거든요. 이미 소득주도성장이 대통령의 어젠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들어가서 서포트(support)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거기에 모든 걸 꿰맞춰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장 교수님 본인이 처음 계획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계속 정부에 공정경제를 강조해왔고, 최근 정부도 다시 조금씩 얘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세 개의 축이라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 아닌가요?

“완전히 별개의 바퀴죠. 이 두 바퀴를 연결해주는 체인이 공정경제입니다. 올바른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주는 힘을 바탕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일어나는 거죠. 그래야 성장의 과실이 중소벤처기업과 노동자에게 갈 수 있습니다.”

‘장하성의 생각’은 소득주도성장과 결이 다르다

‘장하성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장 실장의 2015년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펼쳐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원천적 분배’다. 흔히 재분배는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 지출을 통해 불평등을 교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행위의 주체는 정부다. 장 실장에 따르면 원천적 분배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참여한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공급자, 채권자, 정부, 그리고 주주에게 수익을 분배”(266쪽)하는데, 이게 원천적 분배다. 최저임금 인상이 정책 패키지의 첫머리를 차지한 소득주도성장과는 결이 분명 다른 셈. 채 의원도 이 개념을 강조한다.

“복지가 물론 부족하지만 사실 재분배 이전에 원천적 분배부터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월급이 올라야죠. 월급이 안 오른다고 계속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게 아니라, 월급이 오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장 실장이 책에서 제시한 해법은 앞서 채 의원도 언급했듯 원·하청 관계 개선이다. 장 실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식”(279쪽)이라면서 구체적 대책을 몇 가지 제시한다. “중소 하청기업이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 절감이 발생할 경우 그것을 대기업 원청기업이 공급가 인하에 반영하지 않는 방법”(279쪽)도 있고, “대기업 노동조합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대기업 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하청기업 임금 인상을 위한 추가 공급 대금으로 지급하는”(280쪽) 방식도 있다.

장 실장은 책에서 원천적 분배를 건너뛴 채 재분배 정책을 펴는 데도 의구심을 표한다. 그는 “정부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만큼도 늘어나지 않는데, 정부 예산 중 사회복지 지출 비중만을 크게 늘리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269쪽)고 썼다. 이어 “현재 정부 예산의 제약 조건하에서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 폭의 한계가 뚜렷하며 재분배 정책의 효과도 미미할 것”(270쪽)이라고 덧붙였다.

정작 최근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의 올해 대비 증가율은 9.7%(41조7000억 원)로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4.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장적 재정을 편성한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어 23조5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162조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조6000억 원(12.1%) 증액 편성됐다. 복지 분야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5%로 역대 최고치다.

채 의원께서는 8월 20일 열린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구조 해결보다는 단기 효과를 기대하며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채용 등 세금주도성장에 매몰돼 있다”고 꼬집으셨더군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내년에 지출을 더 늘리려 하는데요?

“470조 원의 슈퍼 예산인데 초점은 복지와 일자리입니다. 정부는 재정의 효율성을 생각해야 해요. 지금은 정부가 중소기업 고용을 늘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씁니까. 사람을 뽑으면 세금을 깎아주고 재정을 써서 월급에 보태라며 돈을 줍니다. 기업은 당장 인건비 부담을 다소 덜 수야 있겠죠. 그렇다고 기업이 지원받으려고 사람 더 뽑는 건 아니잖아요.

9월 3일 당에서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前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모셨는데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런 돈 다 거둬들이고 차라리 실업자에게 지원해주자’고요. 대신 기업에는 노동유연성을 조금 더 확보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기업은 필요한 사람을 뽑고, 필요가 없다면 해고하겠죠. 해고된 사람은 국가가 책임지고 더 오래, 더 많은 돈을 지원해 직업훈련을 해 시장에 재진입하게 만드는 겁니다. 재정 투입 효과를 고려한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죠.”

지난 5월 10일 장하성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위해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연장해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을 올해 2조9700억 원에 이어 내년에도 2조8200억 원을 지속 지원키로 했다. ‘장하성의 수제자’는 이걸 어떻게 볼까.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 원 만들어놨는데, 지금까지 30%밖에 못 썼다고 해요. 정부는 사람들이 신청을 안 해서 그런 거라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신청할 만한 여력이 안 되는 겁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2년 고용계약하고 오시는 게 아니잖아요. 한 달, 보름 정도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분들 급여를 지원받기 위해 자영업자가 지원을 신청한다? 정부가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겁니다.”

화제는 보편적 복지로 옮겨붙었다. 장하성·김상조 두 사람과 시민단체 활동을 함께 해온 채 의원은 국회 입성 당시부터 진보적 시각이 짙은 의원으로 분류됐다. 언뜻 ‘보편적 복지론자’로 생각하기 쉬울 터. 정작 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보편복지 프레임에 매몰돼 있다고 우려했다.

“아동수당의 경우 소득 구분 없이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주자는 게 당초 정부 안이었어요. 최대 80% 아동에 한해 선택적으로 주면 그만큼 비용을 아껴 수혜 대상자에게 더 많이, 더 오래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필요한 계층에 더 많이 주는 선택적 복지가 지금 우리 단계에서 더 필요합니다.

“비효율 개선 없는 예산 포퓰리즘 비난받아”

지금 문재인 정부는 보편복지 프레임에 빠져있습니다. 학교 무상급식으로 만들어진 보편복지 프레임이 정치권에 만연하니 복지를 하려고 하면 ‘다 해줘야지. 그런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안 되겠다. 다음에 하자’는 식이 돼버리는 겁니다. 보편복지가 도리어 복지의 출발을 막고 있는 거예요. 기초연금도 마찬가지예요. 100%에게 10만 원 줄게 아니라 더 빈곤한 노인 50%에게 20만 원 줘야 합니다.”

9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동수당 지급과 관련해 “국민은 소득 등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큰 불편을 겪게 됐고 행정기관은 신청자 소득 등을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막대한 행정 부담과 비용을 초래했다.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논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행정비용을 고려할 때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가 더 낫다는 뜻을 에둘러 강조한 셈. 채 의원의 해법은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소득·자산 기준 상위 10%를 골라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행정비용 1000억 원이 쓰인다고 말합니다. 소득·자산 기준은 다른 복지정책에도 많이 쓰여요.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할 때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수백억 원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국세청에 다 있어요. 4대 보험 징수하는 데도 있고요. 국가가 복지전달체계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여러 복지정책을 펼칠 때 활용하면 되는 건데,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교육부 각각 시스템을 만드니 행정비용이 많이 들고 전달체계가 복잡해지는 거죠. 받는 사람도 불편하고요.”

8월 23일 기획재정부는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후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부터 근로장려금(EITC) 대폭 확대 등 소득 분배 개선 요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ITC는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할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최근 주목도가 부쩍 높아지는 정책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효율성이다.

“EITC도 복지입니다. 2013년부터 자영업자도 EITC를 받을 수 있게 했어요. 지난해 나온 2016년 통계를 보니 자영업자가 600만 명인데, EITC 받는 사람이 65만 명밖에 안 됩니다. 자발적으로 신청하라는데, 사실 자영업자가 소득·자산기준상 본인이 수혜 대상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아요? 국가가 제도를 만들었으면 제대로 지원해줘야죠. 복지체계를 개선하면서 예산을 늘려가야 하는데, 비효율을 줄이는 과정은 없고 당장 문제가 되니 예산을 뿌리는 식으로 가니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청와대, 현장 이야기 안 듣고 통계만봐”

일자리나 복지 예산 논쟁을 자극한 게 악화되는 고용지표입니다. 장하성 실장은 “연말 정도에는 10만~15만 정도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도 말했습니다. 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날 거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8월 고용 동향의 경우 3000명 증가에 그쳤는데요?

“앞서 ‘7월 고용동향’ 발표 이후 정부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크게 줄어서 고용에 영향이 있었다고 얘기했었죠. 올해 들어 인구 증가폭이 유독 작은 시기가 몇 달 있었어요. 그런데 생산가능인구는 15세부터예요. 그 말인즉슨 15년 전 태어난 아이들 숫자가 해당 시기에 줄었다는 얘기잖아요. 그리고 15세에 생산가능인구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 다 학생인데. 그 인구 때문에 고용 동향이 바뀌었다? 저는 납득이 안 되거든요. 말이 안 되는 거죠.”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논쟁도 뜨거운데요.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후 고용에 미칠 파장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자꾸 통계를 갖고 논리를 만들려다 보니 심지어는 통계청장까지 갈아야 하는 함정에 빠진 겁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고용쇼크에 대한 비판을 방어해보고자 그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내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장 이야기는 안 듣고 통계만 보는 겁니다.

지금 현장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불복종운동을 하잖아요. 사실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돼왔어요. 그래도 사용자건 노동자건 다 수용했어요. 공익위원들이 정부 측이긴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입김을 너무 세게 받았어요. 대통령이 2020년까지 1만 원 목표를 두고 있었으니까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시대이니 굉장히 필요하죠. 다만 지금은 소득이 줄었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크게 불거진 거잖아요. 돈을 조금 벌어도 쓸 생활비가 적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대선 때마다 나오는 ‘가계의 주거비와 생활비 줄이기’예요.

그런데 정작 집값은 올라가고 있죠. 사교육비? 대입제도 바꾼다고 공론화위원회 가동해도 아무 결론 안 났잖아요. 생활비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해놓고 소득이 줄어드는 정책을 같이 펴고 있는 겁니다. 가계 주거비나 생활비가 줄어들어야 주 52시간 근무제도 정착할 수 있는 거죠.”

“장 실장은 시장을 존중하는 분”

장하성 실장이 그간 시민단체 시절부터 했던 활동이나 펴낸 책들을 보면 성장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경영학자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장 실장을 둘러싸고 ‘분배론자 프레임’이 형성됐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공정경제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이 장하성, 김상조 두 사람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높았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성과가 안 나고, 점점 잊히고 있어요. 매일 ‘김동연·장하성 갈등설’만 나오고요.

장하성 교수님과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지내왔어요. 시장을 매우 존중하는 분입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이 시장을 망친다고 비판해왔지만 사실 시장중심주의적인 운동이었어요. 주주가 자기의 권리를 갖고 기업경영진의 불법행위를 막아보자는 건데, 정말 자본주의적인 운동이었거든요. 그럴 정도로 장 교수님은 시장을 중시하셨는데, 현재 청와대가 갇혀 있는 프레임은 시장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 모든 걸 하겠다는 거죠.”

‘시장과 맞서려는 정부’라는 표현도 나오잖아요.

“물론 시장이 100% 옳은 게 아니죠. 시장의 실패가 당연히 있습니다. 시장 실패가 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이를 보완해주는 건데 그게 사회안전망 즉 복지여야 하는 거거든요. 지금은 정부가 오히려 선수로 뛰면서 직접 재정을 쥐고 공무원 늘리며 고용도 하고, 고용 못 하는 중소기업에는 돈을 주며 고용 하라고 하고 말이죠. 시장을 좀 더 존중하면서 정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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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18년 9월, 인터뷰> 김종석 의원

“지금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경제정책은 경제학에서 볼 때 사이비 유사종교에 가까운 비정상적 처방입니다. 소득이라는 건 누군가의 지출을 의미합니다. 더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면 소득은 늘지 않습니다. 이 뻔한 명제를 현 정부는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요술(妖術)이고 사술(詐術)입니다.”

지난 8월 20일 경기도 과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종석(64)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한국 경제 현안과 진단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35분간 진행한 특강에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김 의원의 강의는 경제학이라는 난해한 학문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당은 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고, 9월 6일 현재 1129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김 의원은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정치인.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은 주류 경제학자로 통한다. 그는 2015년 6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영입되면서 한국당과 인연을 맺었다. 여의도연구원 원장 임기를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려던 그를 국회로 끌고 온 인사는 당시 4선 중진의 이한구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2016년 4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대우경제연구소 사장까지 지낸 이한구 전 의원은 당시 당내 경제통으로 불렸다. 그가 보기에 정통 경제학을 연구한 김종석 의원은 보수정당에 꼭 필요한 인재였던 것 같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김 의원은 한국당 내 유일한 경제학자 출신 국회의원이다. 19대 국회 때 경제통으로 불렸던 인사들은 대부분 물갈이됐다. 그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맡아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9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올 연말과 내년 초, 경제 사정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김 의원은 홍익대 교수 시절 주간조선에 경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었다.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사이비종교’에 비유한 까닭은.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의학에 비유하면 제대로 된 대학병원 의사의 진단을 놔두고, 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소득주도성장은 학계와 경제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즉 경제학 교과서에 수록될 수 없는 내용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근로자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걸 주창하는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전 청와대 경제수석) 같은 인사들은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으면 수정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오히려 속도감을 내고 있다. 이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도 커진다.”

김 의원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하는 것과 관련 “문재인 정권이 오만의 덫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가 정책의 부작용을 알고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독선에 빠졌다”며 “정권 2년 차에 나타나는 부정적 신드롬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오만한 정권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 새누리당이 그랬다”고도 했다.

-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성장이라는 건 결국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는 과정이다. GDP는 곧 생산이다. 생산을 안 하면 GDP가 올라갈 수 없다. 세금을 나눠준다거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건 개인에게 돈이 되지만 GDP와 관련이 없다. 경제 주체들이 지금 이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통화·금리·공정거래·산업 등 모든 경제정책은 부가가치 창출, 즉 생산적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나 페널티 구조를 만드는 게 기본이다. 현 정권이 ‘일 안 해도 먹고살게 해주겠다’ ‘덜 일해도 더 주겠다’ ‘생산 안 해도 더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 이건 괴담(怪談)이다. 생산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땅값, 집값 오르는 것에 관심을 쏟는 기현상이 확산되는 거다.”

- 지난 7월 취업자수는 5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는 왜 줄어드나.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부는 일거리를 늘릴 생각은 안 하고 경제를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규제와 칸막이가 여전하고, 시장활성화를 억제하는 정책만 있다. 요즘 기업은 일거리가 늘어도 사람 고용하는 걸 주저한다. 고용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과학적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내 생각에 정부는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그는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존 근로자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줄이고 정규직화하면 누구에게 유리한가. 당연히 지금 일자리를 가진 사람에게 좋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관계가 없다. 오히려 고용비용을 높여 일자리를 줄게 만든다.”

- 상당수 경제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배경은.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장하성 등으로 대표되는 사이비 성장론자들은 성장의 의미와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에 대한 과학적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분노하라’고만 한다. 그들은 기업의 탐욕으로 소득 재분배가 안 일어나고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하다고 말한다. 사회개혁 이념에 몰입돼 실용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 의원은 “종래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는 깨졌다”고도 했다. “통계를 보면 상위와 하위 소득 가구의 격차는 커졌지만, 하위 10% 인구의 실질소득과 생활수준은 지난 30~40년간 꾸준히 올랐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다양한 전문가를 기용하면 해결될 수 있나. “현 상황은 문재인 캠프의 한계일지 모른다. 정권 핵심의 뿌리는 운동권이다. 진보라고 자칭하는 좌파들의 이념은 결국 사회주의로 연결된다. 시장이나 기업을 불신하는 이들이 노동자 천국을 만들겠다는 이념의 연장선에 있는 한 그 한계는 명확하다.”

김 의원은 그러나 “현 정권의 경제정책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했다. “과거 좌파 정권에서는 ‘재벌·대기업 대 나머지’로 이분했다. 당시 분류로 보면 소상공인은 ‘을’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편의점 주인, 식당 주인조차 고용자이고 자본가로 취급한다. 전국 700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떻게 자본가일 수 있겠나. 그럼에도 정부는 이들 또한 고용주로서 저임금의 피고용자를 착취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릴 까닭이 없다.”

- 문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에 대한 직언이 전달되지 않는 건 아닐까.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참여연대 등 정권 지지 세력은 미래지향적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과는 괴리감이 있다. 내가 만나본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분들이 꽤 있다. 내부에서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현 정권의 특성상 문 대통령이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에 의해 포획된 상태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 의원은 최근 청와대와 민주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규제개혁에 나선 건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인터넷은행 규제를 완화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의 반대로 관련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벌써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 건가 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해야 하나.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은 검증되지 않은 요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는 사실 중산층에 가깝다. 마트 등에 가보면 알겠지만 그곳의 일자리는 중산층 가구의 제2, 제3의 소득원이다. 그걸 왕창 올려놓으니까, 예상한 대로 중산층 이상 가구의 소득은 오른 반면 최빈층의 소득은 역으로 줄었다.”

- 경제정책에 있어서 여당과 한국당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뭔가. “진보는 격차를 강조한다. 하지만 보수는 격차보다 빈곤에 주목한다. 한국당은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보편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제한된 돈을 갖고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빈곤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재원을 마련할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반대로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은 격차가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해법은 늘 재분배로 귀결된다. 복지문제도 소득과 무관한 보편 복지를 추구한다.”

- 정부 일각에서 연말에는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16.4% 올랐고 내년에는 다시 10.9%가 오른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시행되면 경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적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부동산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부자들이 소유한 강남 고가 아파트가 20억원에서 25억원으로 오르는 걸 막겠다는 정부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임대아파트에 사는 게 일반적이다. 적은 소득으로도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 김 의원이 생각하는 경제난 해결의 대안은 있나. “어려운 고용이 아니라 쉬운 고용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금은 고용비용이 워낙 높아진 상황이라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식당에 손님이 많으면 직원을 늘렸지만 지금은 있는 사람을 더 부리는 상황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안 생기고 근로의 질은 떨어졌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몇 년 안에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이 0에 수렴하게 된다. 일본은 1990년대 10년 동안 단 1%의 성장에 그치며 ‘잃어버린 10년’의 허송세월을 보냈다.”

이 대목에서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지난 50년은 성공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동남아와 남미에서 한국의 지난 50년에 걸친 기적적인 성장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그야말로 성공모델인 셈이다. 그런데 현 정권 사람들은 이런 대한민국에 대해 애정이나 존경심이 없는 거 같아 안타깝다.”

-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서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무위 피감 기관들은 기업을 향한 ‘목소리 규제’ ‘그림자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에 ‘주식을 팔라’고 한다거나 법을 개정하기 전에 ‘금산분리를 마무리하라’고 주문하는 일이 빈번하다. 모두 형법 123조(직권남용)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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