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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cience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by 스티븐 호킹

by hoyony 2018. 4. 10.

Illustrated a brief history of time


1998.05.15
까치글방
Stephen William Hawking



내용의 이해를 위해 박홍균님(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이론의 저자)의 

홈페이지를 참조(http://hkpark.netholdings.co.kr)하였음


1. 우리의 우주상

뉴턴은 자신의 중력이론에 따라서 항성들이 서로를 끌어당길 것이며, 그러므로 본질적으로는 정지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항성들이 모두 한곳으로 끌려가지 않을까? 뉴턴은 1691년에 당시 또 한 사람의 저명한 사상가였던 리처드 벤틀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한한 공간의 영역에 유한한 수의 항성들이 분포되어 있다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따. 그러나 그는 만약 반대로 무한한 수의 항성들이 무한한 공간 속에 거의 균일하게 퍼져 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왜냐하면 그럴경우 항성들이 끌려갈 어떠한 중심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떄문이다. 

정적인 무한 우주에 대한 또 하나의 반론은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레르스에 의해서 제기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제기한 문제는 정적인 무한 우주에서는 거의 모든 방향으로의 시선이 결국 항성의 표면에 닿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밤에도 하늘 전체가 태양처럼 밝게 빛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올베르스의 반론은 멀리 떨어진 항성에서 나온는 빛이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물질에 의해서 흡수되어 흐려지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그 사이의 물질도 점차 가열되어서 마침내는 항성과 같은 밝기로까지 타오를 것이다. 밤하는 전체가 태양 표면만큼이나 밝게 빛나야 한다는 결론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항성들이 영원히 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어느 유한한 시간에 태어났다고 가정하는 것뿐이다. 그럴 경우, 항성들의 빛을 흡수하는 물질이 아직 가열되지 않았거나, 또는 멀리 떨어진 항성들에서 나오는 빛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정은 다시 최초에 그 항성들을 탄생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우리에게 제기한다.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단일한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접근방식은 그 문제를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첫째, 우주가 시간과 함께 어떻게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법칙들이 있다(만약 우리가 어느 특정한 시간에 우주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이 물리법칙들은 이후에 우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주의 초기 상태에 대한 물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이 첫번째 부분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초기 상태에 대한 물음을 형이상학이나 종교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들은 전능한 존재인 신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우주를 탄생시켰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 신은 또한 완전히 임의적인 방식으로 우주를 전개시켯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은 우주가 특정한 법칙에 따라서 매우 규칙적인 전개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 시간과 공간

빛의 전달에 대한 적절한 이론은 1865년에야 수립되었다. 그 해에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당싞시까지 전기력과 자기력을 기술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부분이론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맥스웰의 방정식은 통일된 전자기장에서는 파동과 슷한 교란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교란이 연못에 생긴 파문처럼 일정한 속도로 전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러한 파동들의 파장(한 파동의 마루에서 다음 파동의 마루까지의 거리)이 1미터 이상일 때, 그 파동은 우리가 전파(radio wave)라고 부르는 것이 된다. 그보다 짧은 파장의 파동들은 각기 극초단파(microwave:파장이 몇 센티미터에 불과), 적외선(infrared:파장이 1만분의 1센티미터 이상) 등으로 알려져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0만분의 1센티미터에서 8000만분의 1센티미터 사이이다. 그보다 짧은 파장의 파동으로는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이 있다.

상대성이론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관찰자들에게 그들의 속도와 관계없이 과학법칙이 동일할 것이란라는 기본적인 가정을 그 기반으로 삼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2으로 요약되는 질량ㅡ에너지 등가의 원리와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다는 원리일 것이다. 에너지와 질량이 등가이기 때문에, 물체가 운동에 의해서 얻는 에너지는 그 질량에 더해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속도를 증가시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 효과는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만 실제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광속의 10퍼센트로 움직이는 물체는 정상보다 0.5퍼센트의 질량이 늘어날 뿐이지만, 광속의 90퍼센트의 속도에 도달하면 정상적인 질량의 두 배 이상이 된다. 물체가 광속에 가까워지면 그 질량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따라서 속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실제로 물체는는 결코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 없다. 빛의 속도에 도달하면 그 물체의 질량이 무한대가 되며, 또 질량ㅡ에너지 등가의 원리에 의해서 광속에 도달하려면 무한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일반적인 물체는 상대성이론에 의해서 영원히 빛의 속도보다 느린 속도로 제약된다. 고유한 질량을 가지지 않는 빛과 그 밖의 파동만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다른 힘들과는 달리 실제로는 힘이 아니며, 전부터 추측해왔듯이 시공이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라는 혁명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시공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에너지와 질량의 분포에 따라서 구부러지거나 휘어져 있다는 것이다. 지구와 같은 천체는 중력이라고 부르는 힘에 의해서 휘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 속에서 직선 경로, 즉 측지선에 가장 가까운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측지선(geodesic)이란, 인접한 두 점을 잇는 최단(또는 최장) 경로를 말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물체는 4차원 시공 속에서 항상 직선을 따라 나아가지만, 우리에게는 그 물체들이 3차원 공간 속에서 휘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이것은 구릉지 위를 나는 비행기를 보는 것과 흡사하다. 그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직선을 따라 진행하지만, 그 그림자는 2차원 지면 위에서 휘어진 경로를 따라 진행한다). 태양의 질량이 시공을 휘기 때문에, 지구는 4차원 시공 속에서 직선으로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3차원 공간에서 원궤도를 따라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1915년 이전까지, 공간과 시간은 그 속에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거기서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고정된 장으로 생각되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경우에도 이런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물체는 움직이고 힘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지만, 시간과 공간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이제 시간과 공간은 동역학적인 양들이다. 물체가 움직이거나 힘이 작용하면,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곡률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시공구조는 다시 그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와 작용하는 힘에 영향을 준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 없이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듯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우주의 한계 바깥에서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었다. 그후 수십년 동안,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는 우리의 우주관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과거에서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본질적으로 영원히 불변인 우주라는 낡은 개념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시작되어 미래의 어느 시기에 종말을 맞이할 팽창하는 동역학적인 우주라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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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대성이론이 등속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빛(전자기파)의 속도가 일정하게 보인다'는 것에서 출발하였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관성력과 중력(만유인력)은 실제로 힘이 아니며, 서로 구분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단다. 아마도, 너는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르겠구나.
"특수상대성이론이 등속운동과 관련이 있고,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속 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관성력과 중력 이야기를 하나요?"
정말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관성력과 중력은 모두 가속 운동과 관련이 있단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나오니까 조금만 참고 이야기를 들어 봐라.

관성력(慣性力)이나 중력(重力)이란 낱말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력(力)'자가 '힘'을 뜻하는 말이고, 우리는 학교에서 힘의 일종이라고 배웠지. 그런데도 왜 힘이 아니라고 할까? 지금부터 관성력과 중력이 힘이 아닌 이유를 알아보자.

뉴턴의 제1운동법칙은 관성의 법칙이지. 그리고 '물체가 운동을 할 때 버릇(慣)처럼 계속 하려는 성질(性)'을 관성(慣性)이라고 했지. 네가 물리시간에, 관성에 대해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버스에 탄 사람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하셨을 거야. 내가 학교에서 관성을 배울 때도, 선생님은 버스에 탄 사람을 예로 들었단다. 그럼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이야기를 한번 떠올려 보자.

철수가 버스에 타고 있다. 갑자기 버스가 출발하여(즉 버스가 가속 운동을 하여), 철수는 뒤쪽으로 쓰러졌단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철수를 쓰러지게 하려면 누군가가 철수를 뒤로 밀거나 당겨야 하겠지. 하지만 아무도 철수를 밀거나 당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뒤쪽으로 쓰러졌지.

뉴턴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물체 스스로가 가진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힘을 관성(慣性)이란 낱말에 '힘 력(力)'자를 붙여 관성력(慣性力)이라고 불렀지. 즉 뉴턴은 철수가 쓰러진 이유가 관성력이라고 부르는 힘이 철수를 뒤로 잡아 당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따라서 뉴턴의 제1운동법칙을 공부한 적이 있는 버스 안에 앉아 있던 동수는 철수가 뒤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겠지.

"아, 불쌍한 철수... 관성력 때문에 뒤로 쓰러졌구나."


[그림] 갑자기 출발한 버스 안에서 철수가 쓰러졌다. 철수가 쓰러지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힘을 관성력이라고 하단다.

그럼 버스 밖에 있는 정수는, 버스 안에서 뒤로 쓰러진 철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정수가 철수를 보면 철수는 가만히 있는데, 버스가 앞으로 나가면서 철수의 발을 잡아 당겨 쓰러진 것으로 보이겠지. 즉 철수 몸에 관성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버스가 철수 발과 버스 바닥 사이의 마찰력으로 힘을 전달하여 철수가 쓰러진 것일 뿐이야.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가만히 있는 철수의 발을 버스가 잡아 당겨 철수가 쓰러진 것이지.

이 이야기를 조금 바꾸어서 해보자. 만약 철수가 버스에 발에 딛지 않고 공중 부양을 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이때 버스는 앞으로 가겠지만, 철수는 그 위치에 그대로 있겠지. 이 상황을 버스 안과 밖의 사람이 보면 어떤지 정리해보자.

먼저 버스 안에 앉아 있는 동수가 철수를 보면 어떨까? 버스 안의 동수는 분명 이렇게 이야기할거야.

"공중 부양한 철수가 뒤로 움직이고 있다."


[그림] 갑자기 출발하는 버스 안의 동수가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철수를 보면, 철수는 뒤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겠지. 그리고 뒤로 움직이는 이유가 철수의 관성력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

이제 버스 밖에 있는 정수가 철수를 보면 어떨까? 버스 밖의 정수는 분명 이렇게 이야기할거야.

"버스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공중 부양한 철수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림] 버스 밖에 있는 정수가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철수를 보면, 철수는 정지하고 있고 버스는 앞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위의 이야기들을 요약을 하면 이렇지. 버스 안의 동수는 철수가 뒤로 넘어지거나 움직이는 것은 관성력(힘)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버스 밖의 정수가 보면 철수는 아무런 힘도 받지 않았고, 그냥 그 자리에 정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지.

이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지. 관성력은 가속 운동을 하는 버스를 탄 사람이 보면 있지만, 버스 바깥에서 정지해 있는 사람이 보면 없지. 즉 관성력은 보는 사람(물리 용어로 기준계)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힘이지. 물리 용어로 유식하게 말하면, 관성력은 기준계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힘이다고 말할 수 있지.


[그림] 갑자기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공중부양 하는 철수 대신 버스 밖의 산을 대입해도 같은 결론이 나온단다. 정수는 산이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고 동수는 관성력 때문에 산이 뒤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그렇다면 관성력은 실제로 있는 힘일까? 힘이 생기려면 휘발유나 전기와 같은 에너지가 있어야 하지. 예를 들어 버스를 가속시키려면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런 힘을 만들기 위해 휘발유를 엔진에서 태워 에너지를 얻지. 만약 집에 있는 선풍기를 돌리려면 전기라는 에너지가 필요하지. 하지만 위의 경우 철수는 힘을 만들기 위해 어떤 에너지도 소비하지 않았지. 따라서 관성력이라는 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란다.

그러면 왜 뉴턴은 관성력이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뉴턴이 만든 제2운동법칙은 '힘과 가속도의 법칙'(F = ma)이지. 이 법칙에 의하면 "물체가 가속되려면 반드시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런데 버스에 탄 동수의 입장에서 철수를 보면, 공중부양을 한 철수가 뒤로 가속되었지. 힘과 가속도의 법칙에 따르면, 철수가 뒤로 가속되기 위해서 힘이 있어야 하겠지. 결국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뉴턴은 관성력이라는 허구의 힘을 만들었지.

이와 같이 실제로 있는 힘이 아니고, 가속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있다고 믿어지는) 힘(관성력)을, 겉보기 힘(fictitious force)이라고 부르지. 영어 fictitious는 허구나 소설을 뜻하는 픽션(fiction)의 형용사형으로, '허구의' 혹은 '지어낸'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

이 이야기는 아주 중요하므로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겉보기 힘이란 물체의 상호 작용(밀거나 당김)이나 에너지를 소진해서 생기는 힘은 아니고, 단지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하여 허구로 만든 힘이란다. 즉 위의 경우 가속 운동을 하고 있는 버스나 동수를 기준으로 보면, 철수가 뒤로 가속 운동을 하고 있지. 그런데 가속 운동을 하려면 힘이 필요하지 않니? 그래서 관성력이라는 허구의 힘을 만들어 철수의 움직임을 설명하려고 하였단다. 그리고, 위의 예에서는 버스 안에 있는 동수가 볼 때에만 관성력이 존재하지.

이제 중력에 대해 살펴보자.

뉴턴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질량을 가진 2개의 물체 간에는 서로 잡아 당긴다고 생각하고, 그런 힘을 만유인력이라고 불렀지. 보통 우리는 이런 힘을 '무게 중(重)'자를 사용하여 중력(重力)이라고 부르지. 즉, '무게(重)로 인한 힘(力)'이라는 뜻이지. 즉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를 중력이라고 부르는 힘이 아래로 잡아당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러한 중력을 생각한 이유가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었지. 그리고 동시에,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 원심력으로 멀리 날아가지 않고 지구에 매어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었지.

하지만, 중력이라는 힘도, 관성력과 마찬가지로, 관찰자에 따라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단다.

"중력이 관찰자에 따라 없어지기도 한다고요?"

그래,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동수가 손에 사과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엘리베이터에는 창문이 없기 때문에 바깥을 전혀 볼 수 없단다. 그래서 동수는 엘리베이터가 정지하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지, 내려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단다. 그런데 이떄 갑자기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져 자유낙하를 하기 시작했단다. 그때 동수는 사과를 손에서 놓았단다. 이때, 동수가 사과를 보면 사과는 어떤 운동을 할까?

(1) 사과가 엘리베이터 바닥으로 떨어진다. (2) 사과가 공중에 떠 있다.

답은 (2)번이지. 동수와 사과가 엘리베이터와 함께 똑같이 떨어지니까, 사과는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즉, 동수 눈에는 사과에 중력이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지. 이런 상태를 무중력 상태라고 이야기하지. 그리고 동수는 자신도 무중력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겠지. 무중력(無重力)이란 말은, 말 그대로 '중력(重力)이 없다(無)'는 뜻이지. 즉 동수가 볼 때, 사과나 자신에게 미치는 중력은 없다는 뜻이지.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밖에 있는 정수가 동수와 사과를 보고 있다고 하자. 당연히 동수와 사과는 땅을 향해 떨어지고(가속 운동을 하고) 있지. 그리고 왜 땅을 향해 떨어지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겠지.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동수와 사과가 땅을 향해 떨어지고(가속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림] 자유낙하를 하는 엘리베이터 내의 사과를 동수와 정수가 볼 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겠지.

이와 같이 똑같은 사과를 보고 있는데도, 엘리베이터 속의 동수는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 밖의 정수는 중력이 미친다고 이야기하지. 중력도 관성력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있다가 없다가 하지. 물리 용어로 유식하게 말하면, 중력은 기준계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힘이다고 말할 수 있지.

이쯤에서 너는 심한 거부감과 함께,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르겠구나.

"엘리베이터 밖의 정수가 기준계가 된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 안의 동수가 기준계가 된다는 것은 순전히 억지처럼 들리네요. 어떻게 동수가 기준계가 될 수 있나요?"

충분히 될 수 있단다. 갈릴레이는 이 우주에서 절대적으로 정지한 것도 없고, 절대적인 기준계도 없다고 이야기했지.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따라서 누군든 기준계가 될 수 있단다.(그래서 상대성원리나 상대성이론이란 이름에 '상대성'이란 말이 들어 있단다.) 위에서 관성력을 설명하기 위해, 버스안의 동수가 기준계가 되었듯이,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의 동수가 기준계가 되었을 뿐이란다.

이제 에너지 관점에서 중력이란 힘을 살펴보자. 중력이라는 힘이 생기기 위해서 휘발유나 전기와 같은 에너지원이 필요하니? 관성력과 마찬가지로, 중력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가 전혀 필요 없단다. 결론적으로 중력도 실재로 존재하는 힘이 아니라 겉보기 힘일 뿐이야.

그러면 왜 뉴턴은 중력이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뉴턴은 사과가 땅을 향해 가속 운동을 하는 것을 보았지. 그런데 뉴턴은 자신이 만든 '힘과 가속도의 법칙'(F = ma)에 따르면, 사과가 땅을 향해 가속 운동을 하려면 힘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 결국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중력이라는 허구의 힘을 만들었지.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생각하는 관성력과 중력에 대해 의문을 가졌단다. 만약 관성력이나 중력이 힘이라면 힘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는 어디에도 없지. 만약 자신이 에너지를 가지지 않으면 다른 물체가 밀거나 당겨야 하는데, 밀거나 당기려면 다른 물체와 접촉을 해야 하지. 하지만 버스 안에서 공중 부양하는 철수나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과는 어떤 다른 물체와도 접촉을 한 적이 없지.

사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든 뉴턴도,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접촉하지 않고도 서로에게 힘을 미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로 죽었단다. 뉴턴이 한 말을 조금 인용해보자.

"어떤 물체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에 대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는 나에게 불합리해 보였다. 철학적인 문제에 관해 엄밀하게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럼 개념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너는 관성력이나 중력이 힘의 일종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겠지.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관성력이나 중력(만유인력)이란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 그리고 이 이야기가, 위에 보았듯이, 분명 논리적이고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너의 무의식이 거부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말이지.

이제 너는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르겠구나.

"중력이 없다면 사과는 왜 땅에 떨어지나요?"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대해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답변을 했단다.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자.

PS) 차를 타고 가면서 굽은 길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돌면 몸은 왼쪽으로 쏠리지. 우리는 이와 같은 힘을 원심력이라고 배웠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원심력도 관성력과 중력처럼 허구의 힘이란다. 자동차 밖에서 보면 자동차에 탄 사람은 곧장 앞으로 직진하려는 것 뿐이야.


[그림]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돌 때, 자동차를 탄 사람은 앞으로 직진하려고 할 뿐인데, 자동차 안에서 보면 몸이 왼쪽으로 쏠린다고 생각하지.

즉, 몸이 왼쪽으로 쏠리는 것은 누가 잡아 당기거나 밀기 때문이 아니라, 몸은 똑바로 앞으로 가려는데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가기 때문일 뿐이지. 이 경우도, 관성력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안의 사람이 보면 원심력이 있지만, 자동차 밖의 사람이 보면 원심력은 전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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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팽창하는 우주

1920년대 천문학자들이 다른 은하의 별들의 스펙트럼을 관찰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매우 특징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우리 은하가 속하는 별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특정 색들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색들은 스펙트럼의 붉은색 끝으로 상대적으로 동일한 양만큼 편이되어 있었다. 이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시광선은 전자기장 속의 파동으로 이루어진다. 빛의 파장은 극히 짧아서 4000만분의 1미터에서 7000만분의 1미터 사이에 걸쳐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빛의 파장이 사람의 눈에 여러 가지 색으로 보이게 된다. 가장 긴 파장은 스펙트럼의 붉은 색 끝에 그리고 가장 짧은 파장은 푸른색 끝에 나타난다. 가령 항성과 같이 우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광원이 있고 여기에서 일정한 파장의 빛의 파동이 방출된다고 가정하자. 분명히 우리에게 도달하는 파동의 파장은 광원에서 방출될 때의 파장과 같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 광원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고 가정하자. 광원이 다음 파동의 마루를 방출할 때쯤에는, 그 광원은 우리에게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따라서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는 그 별이 정지해 있을 때보다 줄어들 것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도달하는 파동의 파장이 그 별이 정지해 있을 때보다 더 짧아졌음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광원이 우리로부터 멀어질 경우에는 우리가 받는 파동의 파장이 길어질 것이다. 따라서 빛의 경우,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별들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그 스펙트럼의 적색 끝 부분을 향해서 이동할 것이다(적색편이, red-shift)

4. 불확정성의 원리

과학이론, 특히 뉴턴의 중력이론이 거둔 승리는 19세기 초에 프랑스의 과학자 라플라스 후작으로 하여금 우주가 완전히 결정론적이라는 주장을 펴도록 만들었다. 라플라스는 만약 우리가 특정 순간의 우주의 완전한 상태를 알기만 한다면 우주에서 일어날 모든 일을 에측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과학법칙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만약 특정 시간에서의 태양과 행성들의 위치와 속도를 안다면, 우리는 뉴턴의 법칙을 이용해서 다른 시간에서의 태양계의 상태를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결정론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던 중, 그 믿음이 폐긷기될 수밖에 없는 최초의 징후가 나타났다. 영국의 과학자 존 레일리 경과 제임스 진스 경이 뜨거운 물체, 또는 별과 같은 천체는 무한한 비율로 에너지를 방출해야 한다는 계산결과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사람들이 믿던 법칙에 따르면, 뜨것운 물체는 모든 진동수에 걸쳐서 동일하게 전자기파(전파, 가시광선, 또는 엑스선)를 방출해야 했다. 예를 들면, 뜨거운 물체는 1초에 1조에서 2조회 사이의 진동수를 가지는 파동과 1초에 2조에서 3조 회 사이의 진동수를 가지는 파동에서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해야 한다. 그러나 초당 방출되는 파동의 수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곧 방출되는 전체 에너지가 무한하리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명백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독일의 과학자 막스 플랑크는 1900년에 빛, 엑스선 그리고 그밖의 파동들이 임의적인 비율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양자(quantum)라고 부른 특정한 다발로만 방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자설은 고온의 물체에서 관찰된 복사율을 훌륭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가설이 결정론에 대해서 가지는 함축적 의미는 1926년 역시 독일의 과학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그의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를 수립할 때까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한 입자의 미래의 위치와 속도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측정을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그 입자에 빛을 쪼이는 것이다. 빛의 일부 파동은 그 입자의에 의해서 산란된 것이고, 이 산란으로 그 입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사되는 빛의 파동의 마루와 마루 사이의 간격보다 더 정확하게 그 입자의 위치를 측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플랑크의 양자가설에 의하면, 우리는 임의적으로 적은 양의 빛을 사용할 수는 없다. 다다시 해서 최소한 하나의 양자는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양자는 그 입자를 교란시키고 예견 불가능한 방식으로 그 속도를 변화시킨다. 게다가 위치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수록록 필요한 빛의 파장은 더 짧아지고, 따라서 양자 하나의 에너지는 더 높아진다. 그러므로 그 입자의 속도는 더 큰 폭으로 교란될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입자의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려고 시도할수록 그 속도는 덜 정확하게 측정되며, 그 역도 성립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입자의 위치의 불확실성×속도의 불확실성×입자의 질량은 플랑크 상수(Planck's constant)라고 부르는 일정한 양보다 결코 작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일반적으로 양자역학은 하나의 관찰에 대해서 단일하고 분명한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다. 대신에 여러 가지 가능한 결과들을 예측하고, 각각의 결과들이 나타날 확률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말하자면, 유사한 많은 수의 개체들에 대해서 동이랗ㄴ 방식으로 측정했을 때, 그 측정결과가 특정한 경우의 수에서는 A, 다른 경우의 수에서는 B 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도된다. 우리는 그 결과가 A 나 B가 될 개략적인 회수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지만, 개별적인 측정에 대한 구체적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과학에 예측 불가능성 또는 임의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요소를 도입시킨다.  

5. 소립자와 자연의 힘들

힘-전달 입자들은 전달하는 힘의 세기 그리고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에 따라서 네 가지 범부로 나뉠 수 있다. 최근 들어 힘의 네 가지 범주 중에서 세 가지를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나머지 하나의 힘인 중력의 통일 문제는 아직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첫 번째 범주는 중력(gravitational force)이다. 이 힘은 보편적이다. 모든 입자는 그 질량이나 에너지에 따라서 중력을 받는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작용하기 때문에 네 가지 힘 중에서 가장 약하다. 
두 번째 범주는 전자기력(electromagnetics force)이다. 이 힘은 전자나 쿼크처럼 전하를 띤 입자들과는 상호작용을 하지만 중력자처럼 전하를 띠지 않은 입자들과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전자기력은 중력보다 훨씬 강하다. 두 전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은 중력에 비해서 10^42배나 크다. 지구나 태양과 같은 거대한 물체는 거의 같은 수의 음전하와 양전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별 입자들 사이의 인력과 반발력은 서로 거의 상쇄되고, 전체적으로는 거의 전자기력을 띠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나 분자 같은 작은 크기에서는 전자기력이 지배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음으로 대전된 전자들과 원자핵 속의 양으로 대전된 양성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적 인력이 전자들로 하여금 원자핵 주위를 돌게 만든다. 이것은 중력의 인력이 지구를 태양 주위로 공전하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 번째 범주는 약한 핵력(weak nuclear force)이다. 이 힘은 방사능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와인버그-살람 이론은 자연발생적인 대칭성 붕괴로 알려진 특성을 나타낸다. 낮은 에너지에서 전혀 다른 입자들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상태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종류의 입자들이는 것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질 때 이 입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 효과는 룰렛 판 위를 굴러가는 공의 움직임과 흡사하다. 고에너지에서(즉 판이 빠른 속도로 회전할 때), 공은 본질적으로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 움직인다ㅡ끝없이 돈다. 그러나 룰렛 판이 느려지면, 공의 에너지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공은 룰렛 판 위의 37개의 구멍 중 하나 속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가 낮을 때에는 공이 존재할 수 있는 37가지의 서로 다른 상태들이 있다. 
네 번째 범는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이다. 이는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 들어 있는 쿼크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핵속에서 결합시켜주는 힘이다. 

대통일이론은 중력을 포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중력은 아주 약한 힘이어서 우리가 소립자나 원자를 다룰 때에는 그 효과를 일반적으로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력이 먼 거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항상 인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그 효과가 모두 누적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충분히 많은 수의 물질입자의 경우, 중력은 다른 힘보다 더 큰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중력이 우주의 진화를 결정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별 정도 크기의 물체에 대해서조차 중력의 인력은 그밖의 다른 힘들을 압도해서 별을 붕괴하게 만든다. 1970년대에 이루어진 내 연구는 이러한 별의 붕괴와 그 주변의 강력한 중력장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블랙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6. 블랙홀

블랙홀은 1969년에 미국인 과학자 존 휠러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는 최소한 20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하나의 개념을 생생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그 신조어를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빛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이 있었다. 뉴턴이 선호했던 그 한 가지 이론은 빛이 입자로 이루어졌다는 입자설이었고 다른 하나는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파동설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두 이론이 모두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양자역학에서의 입자/파동 이중성에 의하여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로 간주될 수 있다.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에서는 빛이 중력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빛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빛이 포탄이나 로켓 또는 행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중력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처음에 사람들은 빛의 입자가 무한히 빠른 속도로 달리며, 따라서 중력의 빛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뢰머의 발견은 중력이 빛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뜻했다. 이러한 가정에 기초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감 존 미첼은 1783년에 런던왕립협회 물리학 학보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서 그는 충분한 질량과 밀도를 갖춘 별은 강한 중력장을 가지기 때문에 빛조차도 그 별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까지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별을 볼 수야 없겠지만, 우리는 그 인력만은 여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천체가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두 별이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서로의 주위를 도는 많은 쌍성계를 관측했다. 또한 그들은 눈에 보이는 하나의 별이 어떤 보이지 않는 동반성 주위를 회전하는 쌍성계도 관측했다. 물론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동반성이 블랙홀이라고 즉각적으로 결론지을 수는 없다. 어쩌면 너무도 희미해서 보이지 않는 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백조자리 X-1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일부 쌍성계는 동시에 강력한 엑스선선 방출원이기도 하다. 이 현상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보이는 별 표면에서 물질이 날아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질이 보이지 않는 동반성으로 떨어져 들어가면서 나선 운동을 하게 되고(목욕탕 수수조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그에 따라 매우 뜨거워져서 엑스선을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천체는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처럼 아주 작아야 한다. 보이는 별의 관측된 궤도를 통해서, 우는 보이지 않는 천체의 가능한 한 최소 질량을 계산할 수 있다. 백조자리 X-1의 경우, 그 최소질량은 태양질량의 6배에 해당한다. 보이지 않는 천체가 백색왜성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또한 그 정도의 질량은 중성자별이 되기에도 너무 크다. 따라서 그 천체는 블랙홀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 은하와 마젤란 운이라고 부르는 두 이웃 은하 안에서 백조자리 X-1과 비슷한 쌍성계에 몇몇 다른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블랙홀의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은 거의 분명하다. 우주의 장구한 역사에 걸쳐 수많은 별들이 핵연료를 모두 태우고 붕괴했을 것이며, 당연히 블랙홀의 수는 눈에 보이는 별들의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눈에 보이는 별의 수는 우리 은하에만 1000억개에 이른다. 이렇듯 엄청난 수의 블랙홀들의 추가 중력은 우리 은하가 현재의 속도로 회전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 눈에 보이는 별들의 질량만으로는 은하의 회전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그밖에 우리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 태양 질량의 약 10만배에 달하는 훨씬 더 큰 블랙홀이 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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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블랙홀(black hole)의 존재를 예견하였단다. 블랙홀은 중력이 엄청나게 큰 별의 일종이란다. 태양 주위를 지나는 빛은, 중력으로 인해 1/2000도 휘어졌지만, 블랙홀 주위를 지나는 빛은 엄청나게 휘어져서 소용돌이를 치면 빨려 들어간단다. 사람의 눈은 빛이 들어와야 볼 수 있는데,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빛은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검게 보이겠지.


[그림] 휘어진 공간으로 블랙홀을 표현한 모습과 빛이 심하게 휘어져 소용돌이 치며 빨려 들어가는 모습. 깊이가 깊고 경사가 심한 구멍처럼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고 해서 검은 구멍(black hole)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그림에 소용돌이 치면서 빛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추가#######)

그럼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아보자.

밖으로 나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공을 던져보자. 공은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땅으로 떨어지겠지. 그럼 이번에는 더 빠르게 던져보자. 그럼 공은 더 높이 올라간 후 떨어지겠지. 이렇게 점차 공을 더 빠르게 던지면, 공은 점차 더 높이 올라간 후 떨어지겠겠지. 그리고 어느 속도에 도달하면, 공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게 된단다. 이와 같이 공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기 위한 속도를 탈출 속도(escape velocity)라고 부른단다. 참고적으로 지구 탈출 속도는 초속 11.2km(시속 약 4만 km)가 된단다.

만약 지구가 점점 커져서 지구의 질량이 증가한다면 지구의 탈출 속도는 어떻게 될까? 지구의 질량이 커지면, 중력이 증가하니까 탈출 속도도 커지겠지. 예를 들어 지구의 질량이 지금보다 10배가 더 커진다면, 탈출 속도도 따라서 증가하겠지. 이렇게 지구가 점점 커져, 반지름이 태양에서 화성까지의 거리인 2억 2800만km가 된다면, 탈출 속도는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km에 근접하게 된단다. 만약 지구가 이보다 크다면, 빛조차도 빠져 나갈 수 없게 되겠지. 이렇게 지구의 질량이 커진다면, 지구는 블랙홀이 된단다.

별의 지름이 커지면 블랙홀이 된다는 생각을 200여 년 전에 한 사람이 있단다. 1783년 영국 요크셔 소른힐의 목사이자 지질학자이면서 천문학자이었던 미첼(John Mitchell, 1724∼1793년)은 런던 왕립학회에 논문을 하나 제출하였단다. 미첼은 이 논문에서, 우주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단다.

당시 빛의 속도는 잘 알려져 있었고(1675년, 덴마크의 천문학자인 뢰머가 목성의 위성 이오를 관찰하면서 빛의 속도를 계산하였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었지), 만약 어떤 별의 탈출 속도가 빛보다 빠르면 이 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야. 미첼은 이러한 별을 검은 별(dark star)이라고 불렀단다.

당시 사람들은 빛이 입자라는 뉴턴의 주장을 믿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였단다. 하지만, 나중에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미첼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단다. 파동은 질량이 없기 때문에 만유인력법칙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20세기 들어와 빛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는 사실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밝혀졌단다.)

미첼의 뒤를 이어 '프랑스의 뉴턴'이라 불리우는 라플라스(Laplace, 1749~1827년)도 같은 생각을 하였단다. 1796년에 출간된《우주 체계 해설》에서 이런 특이한 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3번째 판이 나왔을 때, 해당 내용을 빼버렸단다. 아마 본인도 이런 이상한 별의 존재가 의심스러워 빼버리지 않았을까?

지구가 블랙홀이 되기 위해 질량이 커지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단다. 뉴턴이 만든 만유인력법칙을 보면, 중력의 크기는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지. 이 법칙에 따라 중력이 커지려면, 질량이 커지거나 거리가 줄어들면 된단다.


[그림] 지구의 질량(M)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반지름(r)만 줄어들어도 지구표면의 중력(F)은 커진단다.

예를 들어, 지구의 질량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구의 반지름 r이 점차 줄어들면 지구 표면에 서 있는 사람은 더 큰 중력을 느끼게 되겠지. 만약 반지름 r이 0에 가까워진다면, 위의 식에서 중력은 무한대에 가까워지겠지.

만약 지구의 질량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구의 반지름(6.371km)이 9mm로 줄어들면 지구의 탈출 속도는 초속 30만 km가 넘는단다. 다시 말해, 지구가 압축되어 사탕 정도의 크기가 되면, 지구는 블랙홀이 된다는 이야기가 되지. 물론 이때 지구의 밀도(=질량/부피)는 엄청나게 커지게 되겠지.

태양의 경우, 70만km인 태양의 반지름이 3km가 될 때까지 압축하면 블랙홀이 된단다. 이와 같이 어떤 별이 블랙홀이 되기 위한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이라고 한단다.

슈바르츠실트(Schwarzschild, 1873~1916년)는 독일의 천문학자란다. 1915년 11월 25일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에는 1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슈바르츠실트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을 보고는, 곧바로 러시아 전선으로 가서 전투에 참가하였단다. 전쟁터에서 슈바르츠실트는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구형 물체 주변에서 시공간(spacetime)이 얼마나 휘어지는지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었단다.

1915년 12월 22일 그는 자신이 계산한 해(解)를 아인슈타인에게 보냈는데, 아인슈타인은 이 편지를 보고 매우 놀랐단다. 사실 아인슈타인도 자신이 만든 방정식의 완전한 해는 구하지 못하였고, 근사 해에 만족했단다.


[그림] 구형 물체 주변의 휘어진 공간. 아인슈타인은 직교좌표계(왼쪽 그림) 상에서, 슈바르츠실트는 방사형 모양의 극좌표계(오른쪽 그림)에서 해를 구하였단다. 오른쪽 그림을 보면, 하나의 단면이 360도로 회전한 모양(축 대칭)이기 때문에, 아인슈타인보다 쉽고 간단하게 완전한 해를 구할 수 있었단다.

이듬 해인 1916년, 아인슈타인은 슈바르츠실트에게 이렇게 답장을 보냈단다.

"나는, 누구도 이렇게 쉽게 완전한 해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다음 주 목요일 아카데미에서 이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으로부터 답장을 받은 그해 5월 슈바르츠실트는 전쟁터에서 천포창(pemphigus)이라고 불리는 희귀한 피부병에 걸려 죽었단다.

구형 물체 주변에서 공간의 휘어진 양(ds)을 나타내는 슈바르츠실트의 해를 네가 알 필요는 없지만, 아인슈타인을 놀라게 한 이 식에 블랙홀의 비밀이 숨어있으니까, 한번 구경이나 하렴.



이 식에 나오는 rs가 바로 문제의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인데, 다음과 같단다.

rs = 2Gm/c² (G는 중력상수, m은 구형 물체(별)의 질량, c는 빛의 속력)

예를 들어, 질량이 2X1030kg인 태양의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을 구해보면, 다음과 같단다.

rs = 2 X (6.673 X 10-11Nm² /kg²) X (2 X 1030kg)/(3 X 108m)² = 3 X 103m = 3km

위의 계산이 좀 복잡하다만, 근사식을 사용하면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을 아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단다. 만약 어떤 별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n배라면,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은 3n km가 된단다. 예를 들어 태양보다 5배가 무거운 별의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은 3X5 = 15km가 된단다.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아인슈타인을 기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아인슈타인을 괴롭혔단다. 바로 해에 나오는 특이점 때문이란다.

'특별히(特) 다른(異) 점(點)'이란 뜻을 가진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은, 수학에서 불연속점이나 변곡점처럼 다른 것에 비하여 특이한 형태를 나타내는 점을 모두 이르는 말이란다. 예를 들어 y=1/x라는 곡선이 있는 경우, x=0인 경우 y 값은 불연속이 되는데, 이와 같은 점을 특이점이라고 한단다.


[그림] y = 1/x인 곡선의 경우, x = 0에서 특이점이 존재한단다.

이런 특이점은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나,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단다. 예를 들어, 무한대가 수학에서는 존재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단다.

슈바르츠실트의 해에는 이와 같은 특이점이 두 곳이 있단다. 위에 나오는 슈바르츠실트의 해를 보면 r = 0일 때와 r = rs(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일 때 공간이 휘는 양(ds)이 무한대가 된단다.(이 값을 대입해 보면, 위의 식 첫번 째 항과 마지막 항에서 무한대가 된단다.)


[그림] 슈바르츠실트의 해에 나타나는 두 곳의 특이점. 슈바르츠실트의 해에 따르면, 이 두 곳에서 공간의 휘는 양이 무한대가 된단다. 따라서 이 곳에서 중력은 무한대가 된단다.

첫 번째 r = 0인 지점은 질량의 중심이란다. 사실 이 특이점은 뉴턴의 만유인력 공식(F = Gm1m2/r² )에도 나타난단다. 만유인력 공식에서 두 질량 간의 거리 r이 0이면 중력 F는 무한대가 되어 특이점이 나타나게 되지. 하지만 r = 0이 되려면, 질량을 가진 두 개의 물체가 한 지점에서 겹쳐서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두 번째 r = rs인 지점은 질량의 중심으로부터 rs의 거리에 있는 점들, 즉 원 둘레가 된단다. 다시 말해, 원 둘레에서는 공간의 휘는 양이 무한대가 되는데, 공간이 휘는 양은 중력에 비례하니까, 중력의 크기가 무한대가 된다는 뜻이 되지. 만약, 중력의 크기가 무한대가 된다면, 이 지점에서는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게 되겠지. 또, 중력이 무한대가 된다면 시간은 정지하게 된단다.(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이 커질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한 것을 기억하니?)

당시에는 블랙홀이란 개념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원의 존재에 대해 매우 당황해 했단다. 과학자들은 질량의 중심에서 이 지점까지의 거리를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이라고 불렀고, 그 안의 공간(블랙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주 궁금해 했었단다. 아인슈타인도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침묵을 지켰단다.

1922년, 프랑스의 수학자 아다마르(Hadamard, 1865~1963년)는 파리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이렇게 물었단다.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에서 중력이 무한대가 된다면, 그 안쪽은 어떻게 됩니까?"

아인슈타인은 대답하기를 주저하다가, 이렇게 답변하였단다.

"그게 사실이라면 저의 이론에는 대재앙이 닥치는 거지요. 하지만 (블랙홀 안쪽에서는) 그 공식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즉,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홀 안쪽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아인슈타인 스스로 인정한 것이지. 다시 말해,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사각지대인 셈이지.

별빛이 휘는 것을 관측하여 아인슈타인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던 에딩턴(Eddington, 1882-1944년) 역시 이 이상한 지역을 알았고, 그 곳을 마법의 원(magic circle)라고 불렀단다.

이러한 마법의 원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면)(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단다. 예를 들어 사막의 한가운데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보면, 지평선 위에 있는 물체는 볼 수 있지만, 지평선 너머 있는 물체는 볼 수 없겠지. 마찬가지로, 이 마법의 원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볼 수 있지만, 이 마법의 원 내부(블랙홀)에서 있어난 사건은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지 않아 우리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그림] 무거운 별과 블랙홀.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 내부가 블랙홀이란다.

또, 사건의 지평선을 너머 블랙홀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을 돌아올 수 없는 지점(the point of no return)이라고도 부른단다.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부터, 이론적으로 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 낸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하였단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블랙홀이 되려면 별의 크기보다 밀도가 아주 커야 하는데, 우주에서 밀도가 가장 큰 별이 중성자별이란다. 중성자별은 반지름이 약 5㎞ 정도 되는 작은 별이지만 무게는 태양(반지름이 70만㎞)과 비슷한 별이란다. 그럼, 중성자별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아보자.

태양과 같이 젊은 별은,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서 바깥으로 에너지를 내 뿜으면서 팽창력이 생기고, 동시에 중력으로 별이 수축하려는 힘이 생기는데. 이 두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별의 형태를 유지한단다.

별이 핵융합을 할 원자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팽창 에너지가 고갈되고 오로지 중력만 남게 된단다. 이때부터 별은 중력에 의해 급속하게 쪼그라들면서 크기가 줄어드는데, 이런 현상을 중력 붕괴라고 한단다. 중력으로 별이 쪼그라들 때 별의 중심부에는 압력이 커지는데 이러한 압력으로 인해 원자가 붕괴되어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빈공간이 모두 사라진단다.


[그림]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도는 원자 모델과 원자를 확대했을 때의 상대적인 크기

위의 그림은,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도는 원자 모델이란다.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이 모델은 실제 모양에 비해 과장되게 그려졌단다. 원자의 크기가 축구장 만하다면, 중앙에 있는 원자핵은 탁구공 크기이고, 주변에서 돌고 있는 전자는 이 글의 마침표 만하단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비어있단다.

중력 붕괴가 일어나면, 원자 내부의 빈 공간이 사라지면서 압축이 된단다. 따라서 축구장만한 원자가 탁구공만해진단다. 이때 원자핵 안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중에, 양성자는 주변에서 돌고 있는 전자와 결합하여 중성자가 된단다.


[그림] 전자가 양성자와 결합하면, 중성자와 전자 중성미자가 생긴단다.

중력붕괴가 끝나면 별의 부피는 매우 작아지고 밀도는 매우 큰 중성자별이 탄생되는데, 각설탕 만한 1cm³의 크기의 질량이 10억톤이나 된단다. 하지만, 중성자별이라고 모두 블랙홀이 될 수는 없단다.

예를 들어 태양이 압축되어 중성자별이 되더라도 반지름이 5km나 된단다. 태양의 경우 슈바르츠실트의 반지름이 3km이란다. 즉 태양의 질량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반지름이 3km보다 작아야 블랙홀이 될 수 있단다. 따라서 태양과 질량이 비슷한 중성자 별은 블랙홀이 될 수 없단다. 하지만, 질량이 더 늘어나 태양의 3.2배 이상이 되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단다. 다시 말해, 중성자별 중에서도 무거운 중성자별만 블랙홀이 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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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

8. 우주의 기원과 운명

지금까지 과학은 만약 우리가 특정 시간에서의 우주의 상태를 안다면,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설정된 한계 내에서, 우주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말해주는 일련의 법칙들을 밝혀온 것으로 보인다. 이 법칙들은 태초에 신에 의해서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후 신은 우주가 그 법칙들에 따라서 전개되도록 내버려두었고 오늘날에는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신은 어떻게 우주의 초기 상태나 구성을 선택했을까? 시간이 시작된 순간의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은 무엇이었을까? 한 가지 대답은 신이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우주의 초기 구성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신이 우리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주를 출발시켰다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법칙에 따라서 우주가 전개되도록 선택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까지 과학사는 사건들이 임의적인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고 그 밑에 내재하는 어떤 질서ㅡ그것이 신의 영감에 의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ㅡ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식해온 역사이다. 이 질서가 법칙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우주의 초기상태를 규정하는 시공의 경계조건에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온당한 추론일 것이다. 그 법칙에 따르는 서로 다른 초기 조건을 가지는 많은 우주모형들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하나의 초기 사건, 즉 우리 우주를 나타내는 하나의 모혀을 선택하는 어떤 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한 가지 가능성이 우리가 카오스적 경계조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조건은 우주가 공간적으로 무한하거나 또는 무한히 많은 우주들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가정한다. 카오스적 경계조건에 의하면, 빅뱅 직후에 공간의 어느 특정 영역이 어떤 특정 구성하에 있을 확률은 다른 구성 속에서 그 영역을 발견할 확률과 어떤 의미에서 동일하다.  다시 말해서 우주의 초기 상태는 순전히 임의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 말은 초기 우주가 아마도 매우 카오스적이고 불규칙했을 것임을 뜻한다. 그 이유는 평활하고 질서정연한 우주보다 카오스적이고 무질서한 구성의 우주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하기 떄문이다(만약 각각의 구성이 똑같은 확률을 가진다면, 우주가 카오스적이고 무질서한 상태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것은 단지 그런 우주가 더 많이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카오스적인 초기 조거이 어떻게 대규모적 척도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의 우주와 같은 평활하고 규칙적인 우주를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이러한 모형에서 나타난 밀도의 요동이 배경 감마 선의 관측에 의해서 설정된 상한보다 훨씬 더 많은 원시 블랙홀의 생성으로 이어졌다고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우주가 정말 공간적으로 무한하다면, 또는 무한히 많은 우주들이 존재한다면, 평활하고 균일한 방식으로 출발한 대규모 영역들이 어딘가에는 존재할 수도 있다. 이것은 타자기를 마구 두들겨대는 원숭이들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와 조금쯤 비슷하다 ㅡ원숭이들이 타이핑한 글은 대부분 쓰레기에 불과하겠지만 순전히 우연헤 의해서 극히 예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수를 타이핑할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주의 경우에도, 순전히 우연에 의해 균일하고 평활하게 된 영역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핏 생각하면 이런 일은 극히 있을 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평활한 영역은 카오스적이고 불규칙한 영역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평활한 영역에서만 은하와 별들이 생성될 수 있고, 이런 조건에서만 '우주가 왜 이렇게 평활한가'라는 질문을 품을 수 있는 우리와 같은 복잡한 자기-복제 유기체가 발달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럿은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라고 알려진 것을 적용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이 원리는 "우리가 우주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보는 까닭은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원리에는 강한 인류원리와 약한 인류원리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약한 인류원리는 시간 그리고 공간이 무한하거나 큰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가 발달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공간과 시간에 의해서 제한된 특정 영역들에서만 만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영역 안에 있는 지적 존재는 우주 속에서의 자신들의 장소가 그들의 존재를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리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부유한 이웃들 속에서 살고 있는 부자가 가난이라는 것을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약한 인류원리를 적용시킨 한 가지 예는 빅뱅이 약 100억년 전에 발생했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ㅡ지적 존재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별들의 초기 세대가 생성되어야 했다. 이 별들은 본래 가지고 있던 수소와 헬륨의 일부를 탄소나 산소ㅡ우리 몸을 구성하는 ㅡ와 같은 원소들로 변화시켰다. 그런 다름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고, 그 파편들이 다른 항성과 행성들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중에는 우리 태양계도 포함되는 데 그 나이는 약 50억 년 정도로 생각된다. 지구가 탄생한 후 처음 10억년에서 20억년 동안은 복잡한 구조가 발달하기에는 지나치게 뜨거웠다. 나머지 30억년 정도의 기간 동안 느린 생물학적 진화가 이루어졌고 가장 단순한 유기체로부터 빅뱅이 일어난 시간을 추론할 수 있는 생명체에 이르기까지의 진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강한 인류원리를 주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저마다 다른 초기 구성과 아마도 저마다 다른 일련의 과학법칙들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다양한 영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부분의 우주들의 조건은 복잡한 유기체가 발달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서 우리 우주와 같은 극소수의 우주에서만 지적 존재가 발달하여 "우주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주 간단하다 : 만약 우주의 모습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떄문이다! 

우리가 우리 우주의 초기 상태를 안다면 우리는 그 전체 역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양자중력이론에서도 우주의 서로 다른 많은 가능한 양자상태가 있다. 여기에서도, 만약 우리가 역사총합 속의 휘어진 유클리드 시공이 초기에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다면, 우주의 양자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의 시공을 기초로 하는 고전적인 중력이론에서는 우주가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 두 가지밖에 없다. 즉 무한한 시간 동안 존재했거나, 또는 과거의 어떤 유한한 시간에 특이점에서 시작되었거나 둘 중 하나이다. 반면 양자중력이론에서는 제3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간 방향이 공간 방향과 같은 기초를 가지고 있는 유클리드 시공을 이용하기 떄문에, 시공이 그 크기에서 유한하면서도 가장자리나 경계를 형성하는 어떠한 특이점도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공은 단지 두 차원을 더 가지는 것 외에는 지구의 표면과 흡사하다. 즉 지구 표면은 그 크기에서 유한하지만 경계나 가장자리를 가지지 않는다. 유클리드 시공이 무한한 허시간의 과거로 뻗어나가거나 허시간에서의 어느 특이점에서 시작되었따면, 우리는 우주의 초기 상태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고전이론이 부딪쳤던 것과 동일한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 어쩌면 신은 우주가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우주가 다른 방식이 아닌 어느 하나의 방식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할 만한 어떤 특별한 이유도 제기할 수 없다. 반면에 양자중력이론은 시공이 어떤 경계도 가지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그 경계의 움직임을 규정해야 할 아무런 필요도 없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모든 과학법칙이 붕괴되는 특이점이나, 시공의 경계조건을 설정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법칙이나 신에게 호소해야 하는 시공의 가장자리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우주의 경계조건은 그것이 아무런 경계도 가지지 않는 것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주는 완전히 자기-충족적이고 우주 밖의 그 무엇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우주는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있을(Be)' 따름이다.

시간과 공간이 경계가 없는 닫힌 표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주의 온갖 사건들에서 신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서도 심오한 함축적 의미들을 가진다. 사건들을 기술하는 데에서 과학이론들이 거둔 승리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이 우주가 일련의 법칙들에 따라서 진화하도록 허용했고, 이 법칙들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우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 법칙들은 우리에게 우주가 처음 탄생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ㅡ시계의 태엽을 감고 그 바늘을 몇 시에 맞춰 놓은 후 째깍거리게 할지는 여전히 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가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창조자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주가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히 자기-충족적이고 어떠한 경계나 가장자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우주에는 시작도 끝도 없을 것이다. 우주는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창조자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9. 시간의 화살

빛의 속도가, 관찰자의 움직임과는 관계없이, 모든 관찰자들에게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는 발견은 상대성이론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 상대성이론에서 우리는 고유한 절대시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에 각 관찰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시계에 의해 기록된 저마다의 시간측정치를 가질 것이다. 서로 다른 관찰자들이 가지고 있는 시계는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간은 좀 더 개인적인, 그 시간을 측정하는 관찰자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이 되었다. 

시간에 따라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이라는 것의 한 예이다. 시간의 화살에는 최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thermodynamic arrow of time)이 있다. 두 번째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psychological arrow of time)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cosmological arrow of time)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왜 우리는 열역학적 화살과 우주론적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가? 또는 다른 말로 하면, 왜 무질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가? 만약 무경계 제안이 암시하고 있듯이, 우주가 팽창한 다음 다시 수축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것은 '왜 우리가 수축 국며이 아니라 팽창 국면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된다. 

우리는 약한 인류원리를 기반으로 이 의문에 답할 수 있다. 즉 수축 국면에서의 조건들은 '왜 무질서가 우주의 팽창과 같은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의 생존에 부적절하리라는 것이다. 무경계 제안이 예측하는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재수축을 간신히 모면할 수 있는 임계율에 아주 가까운 비율로 팽창하고 있어야 하며, 따라서 앞으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재수축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그때가 되면 모든 별들은 연료를 전부 태우고, 그 속에 들어 있던 중성자와 양성자들은 아마도 가벼운 입자와 복사로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는 거의 완전한 무질서의 상태가 될 것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강력한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도 없을 것이다. 이미 우주가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무질서는 더 늘어날 수 없다. 그러나 지적 생명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한 열역학적 화살이 필요하다.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은 질서 있는 에너지 형태인 음식을 소비하고, 그것을 무질서한 에너지 형태인 열로 전환시킨다. 따라서 지적 생명체는 우주의 수축 국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로써 우리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과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관찰하는 이유는 설며오딘다. 우주의 팽창이 무질서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경계 조건이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이러한 팽창 국면에서만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10. 벌레구멍과 시간여행

11. 물리학의 통일

일반상대성이론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반면에 다른 부분 이론들은 본질적으로 양자역학에 의존한다. 따라서 필수적인 첫번째 단계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불확정성 원리와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빈 공간까지도 가상입자와 반입자의 쌍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이 쌍들은 무한한 향의 에너지를 가질 것이며,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2에 의해 무한한 양의 질량을 가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인력이 우주를 무한히 작은 크기로 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견 터무니없는 것처럼 생각되는 무한이 다른 부분 이론들에서도 나타나지만, 이러한 모든 경우에 무한은 재규격화라는 과정에 의해서 상쇄될 수 있다. 여기에는 다른 무한을 도입하여 무한을 상쇄시키는 과정이 포함된다. 그러나 재규격화는 완전한 이론을 착기 위한 시도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여러 힘들의 질량과 세기의 실제 값들이 이론에 의해서 예측되지 못하고 관측치에 부합하도록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불확정성 원리를 일반상대성이론에 통합시키기 위한 시도에서 조정이 가능한 양은 두 가지밖에 없다. 그것은 중력의 세기와 우주상수의 값이다. 그러나 모든 무한을 제거하려면 이러한 조망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시공 곡률과 같은 어떤 양이 실제로는 무한하지만 완전히 유한한 것으로 관찰되고 측정될 수 있다는 식으로 예측하는 이론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셈이다. 얼마 동안, 일반상대성이론을 불확정성 원리와 결합시키려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었고, 마침내 1972년 정밀한 계산으로 그것이 확인되었다. 4년 후에 초중력( supergravity)라고 부르는 그럴듯한 해결책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1984년 과학자들의 입장은 끈이론(string theory)이라는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 이론은 공간상의 한 점을 차지하는 입자가 아니라, 길이 이외에 다른 차원을 가지지 않는 무한히 가느다란 끈과 같은 무엇을 가장 기본적인 대상으로 삼는다. 

이 개념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2차원이고 닻에 달리 사슬이나 토러스(도넛형의 입체)의 표면처럼 휘어있다. 만약 당신이 사슬의 안쪽 가장자리의 한쪽 면에 올라서 있고, 맞은편의 한 점으로 이동하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당신은 사슬의 안쪽 가장자리를 따라서 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3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직선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다. 만약 추가의 차원들이 있다면, 왜 우리는 그 추가 차원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ㅇ여기에 대한 설명은 다른 차원들이 10^30분의 1인치에 불과한 극미한 크기의 공간 속으로 휘어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작아서 우리는알아차릴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단지 시간의 1차원과 공간의 3차원밖에 알 수 없으며, 이 때 시공은 아주 평활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빨대의 표면과 같다. 빨대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2차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떨어져서 보면, 여러분은 빨대의 두께를 볼 수 없으며, 그 빨대는 마치 1차원처럼 보일 것이다. 시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주 작은 크기에서 시공은 10차원이고 크게 휘어있다. 그러나 그보다 큰 크기에서는 곡률이나 추가 차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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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29세였던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39세가 되던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79세가 되던 1955년에 세상을 떠났단다.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40년 간, 아인슈타인은 어떤 연구를 하였을까 궁금하지 않니? 그가 인생의 후반에 한 연구는 통일장이론(統一場理論)이란다. 그래서 오늘은 통일장이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과학의 역사를 보면, 헤겔의 변증법처럼 대립되는 두 가지 법칙(정과 반)이 계속 통합(정 + 반 → 합)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단다. 예를 들어, 뉴턴은 '지상의 법칙'과 '천상의 법칙'을 '만유인력법칙'으로 통합하였고, 맥스웰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력'으로 통합하였지. 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원리'와 '광속 불변의 법칙'을 '특수상대성이론'으로 통합하였고, '중력이 미치는 시공간에서의 운동 법칙'과 '가속 운동을 하는 시공간에서의 운동 법칙'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통합하였지.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만든 이후에도, 자연의 법칙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단다.

중력장과 전자기장의 통합 - 아인슈타인의 통일장이론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하였던 당시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힘들은 중력과 전자기력뿐이었단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힘들이지. 사과가 땅에 떨어지거나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은 바로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 때문이지. 또,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전기력, 자석에 쇠가 달라붙는 것은 자기력이라고 하며, 이 둘을 합하여 전자기력이라 부르지.

전자기력과 중력은 다른 듯하면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단다. 예를 들어 질량 주변은 중력장이 생기고, 중력장 안에 다른 물체가 들어오면 서로 잡아 당기게 되지. 또 전하 주변에는 전자기장이 생기고. 이 전자기장 안에 다른 전하가 들어오면 서로 잡아 당기거나 밀게 되지. 그리고 둘 사이의 당기는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단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장과 전자기장은 분명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고, 이 법칙을 통일장이론(unified theory of field)이라고 불렀단다. 아인슈타인은 통일장이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통일장이론의 목적은 가능한 최소의 가정과 공리로 부터, 최대의 경험적 사실을 논리적 추론으로써 포괄해 보이려는 것이다."

말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오컴의 면도날 원리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란다.

아인슈타인은 1929년에 통일장이론을 발표하였으나, 후에 그 이론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 철회하였단다. 이후 계속하여 연구를 하였으나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단다.

중력장과 전자기장의 통합 - 칼루자-클라인 이론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에 통일장이론을 연구한 사람으로는, 독일의 수학자 칼루자(Kaluza, 1885~1954년)와 스웨덴의 클라인(Klein)이 있단다. 이 둘은 1919년에 5차원 이론으로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려 했단다. 5차원이란 이야기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겠지만, 개념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단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그의 스승인 민코프스키가 특수상대성이론을 보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4차원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하니? 이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장이 있는 공간은 휘어져 있다고 생각했고, 휘어진 공간은 3차원이 아니라 1차원을 더 추가하여 4차원 시공간으로 보고 중력이 나오는 원천을 설명하였지. 즉 질량이 4차원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모든 물체는 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이동한다고 하였지. 그리고 이러한 물체의 이동을 생기게 하는 힘이 중력이라고 이야기하였지.

칼루자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법칙으로 통합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빌려 왔단다. 4차원 시공간을 휘게 하는 관점에서 중력을 설명할 수 있다면, 전자기력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했다면, 전자기는 무엇을 휘게 할까? - 칼루자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하여, 4차원 시공간에 1차원을 더 추가하여, 우리가 사는 공간을 5차원으로 가정하였단다. 즉 전자기력이 추가된 차원을 휘게 만든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런 생각을 칼루자-클라인 이론(Kaluza-Klein theory, KK theory)이라고 부른단다.

그렇다면 4차원 시공간에 추가된 여분의 차원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보거나 느낄 수 있을까? 1926년 클라인은 "여분의 차원은 플랑크 크기(10-35m) 정도로 감춰져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을 아주 크게 확대하면, 여분의 차원은 아주 작은 원의 모습으로 말려져 있고, 입자가 이 축을 따라 움직이면 원 둘레를 돈 후 원위치로 돌아온다"고 하였단다. 간단히 말하면 여분의 차원은 너무 적어서 우리가 보거나 느낄 수 없단다.

다차원이론의 출발점은 힐베르트의 공간론

물리 법칙을 통합하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4차원 혹은 5차원이라는 다차원이론(多次元理論)은, 1950년대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단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할 초끈이론이 나오면서 다차원 이론은 다시 부활한단다.

참고적으로, 민코프스키(Minkowski, 1864~1909년)가 4차원 공간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평생 친구인 힐베르트(Hilbert,1862~1943년)의 공간론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힐베르트의 공간론은 3차원 공간을 무한 차원으로 확장한 공간을 다루었단다. 힐베르트의 공간론이 없었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다차원이론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힐베르트는 아인슈타인과 똑같은 중력장 방정식을 아인슈타인보다 몇 주 뒤에 만들어 발표하기도 하였단다.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이 다녔던 취리히 대학에서 독일의 괴팅겐 대학으로 옮겼는데, 이 대학에서 힐베르트와 함께 수학 교수로 있었단다. 앞에서 이야기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유명한 가우스와 리만도 모두 괴팅겐 대학의 수학 교수로 있었단다.

괴팅겐 대학의 수학과는 지금도 독일에서 가장 명성이 높단다. 하지만, 괴팅겐 대학의 명성이 높은 더 큰 이유는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44명이나 배출하였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독일에서는 괴팅겐의 노벨상 기적(Göttinger Nobelpreiswunder)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단다.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합 - 전자기약력이론

20세기 들어와 원자의 세계에 대해 연구하면서, 자연에는 중력과 전자기력 이외에도 2개의 힘이 더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원자핵 내에 있는 강한 핵력(강력), 약한 핵력(약력)이 바로 그것이란다.

강력은 물질의 기본입자인 쿼크(quark) 3개를 연결하여 양성자나 중성자를 만들어준단다. 약력은 입자를 다른 종류의 입자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힘이란다. 예를 들어, 베타붕괴는 양성자가 중성자가 되고 중성자가 양성자가 되는 반응인데, 이런 베타붕괴를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 약력이란다.

구분파동으로 볼 때입자로 볼 때비고
전자기력전자기장광자(光子), 포톤(Photon)Photo(빛)+on(입자)
중력중력장중력자, 그래비톤(Graviton)Gravity(중력)+on(입자)
강력강력장접착자, 글루온(Glueon)Glue(접착제)+on(입자)
약력약력장Z,W 보손(Z,W Boson)Bose(사람 이름)+on(입자)

[표] 4가지 힘을 파동(에너지)로 볼 때와 입자(물질)로 볼 때의 이름. (양자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입자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단다.)

아인슈타인도 강력과 약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단다. 자연에 4가지 힘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 진 후에도 아인슈타인은 계속 중력과 전자기력의 통합에만 관심을 두었단다.

1955년 아인슈타인이 죽고 난 12년 후인, 1967년 미국의 물리학자 와인버그(Weinberg, 1933년~)와, 1968년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살람(Salam, 1926년~)이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는 전자기약력이론을 내어 놓았고, 이 이론으로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단다.

전자기약력이론은, 전자기력과 약력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같은 힘이지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전자기력과 약력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인데, 1984년 가속기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단다.

한국인 과학자인 이휘소(1935~1977년) 박사도 전자기약력이론의 탄생에 크게 기여하였단다. 이휘소 박사는 살람과 함께 서울에서 입자물리학 국제심포지엄을 조직하던 중, 미국 일리노이 주 남부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었단다. 만약 그가 죽지 않았더라면, 살람과 마찬가지로 노벨상을 탔을 것이라고 추측한단다.(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수여된단다.)

이휘소 박사는 1974년 서울대학교에 대한 국제개발처(AID) 교육차관 타당성 조사단의 일원으로 귀국하여 국내 물리학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던 것과 맞물려, '이휘소 박사가 원자폭탄 개발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한국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해 미국 CIA가 사고를 위장해 살해했다'는 가상의 내용을 담은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단다.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의 통합 - 대통일장이론

1974년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 등 3개의 힘을 하나로 묶는 대통일장이론(Grand Unification Theory, GUT)이 미국의 물리학자 죠지(Georgi, 1947년~)와 글래쇼(Glashow, 1932년~)에 의해 탄생되었단다.

대통일장이론은 입자들이 일정거리 이하로 가까워지면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 세 힘이 하나의 힘으로 기술됨을 보여준단다. 하지만 대통일장이론의 예측이 실험으로 입증되지 않아, 아직까지 불완전한 이론으로 남아있단다.

물질과 에너지(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통합 - 모든 것의 이론

대통일장이론에 의해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수학적으로 통일되었으나 아인슈타인이 시도했던 중력과의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 중의 하나가 1970년대 초에 등장한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란다.

우주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물질과 에너지)의 밑바탕에는 에너지를 가진 1차원의 끈이 있는데, 초끈이론은 이 끈이 진동하는 모양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는 것이라는 것이지. 쉽게 말해, 우주를 확대해서 볼 때 미세한 에너지 끈들이 수많이 존재하고, 각 끈들이 진동하는 주파수에 따라 입자의 종류가 결정되고, 이런 입자들이 우리 주위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지.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진동하는 끈일까? 양자세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파동-입자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이중성을 함께 기술할 수 있는 것이 끈이라는 거야. 즉 우주의 모든 물질들과 에너지들이 진동하는 하나의 끈으로 통합된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초끈이론을 일명,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 또는 만물의 이론이라고도 부른단다.


[그림]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뿐만 아니라 물질까지 모두 통합하는 '모든 것의 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이론이기도 하단다.

이런 초끈이론의 비탕에는, 칼루자와 클라인이 이야기한 다차원 이론이 있단다. 초끈이론에서는 우리가 사는 우주를 4차원 시공간에 우리가 볼 수 없는 6차원을 추가하여 10차원의 시공간으로 본단다. 또, 초끈이론에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가 있는데, 잡종 끈이론, 1차원 끈 대신 2차원 막(Mebrane)의 진동으로 보는 M이론 등도 나왔단다. 차원도 10차원에서 11차원, 23차원, 24차원, 26차원 등 다양해졌단다.

우주의 근원이 물질과 에너지가 아닌, 끈과 막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 초끈이론이 수학적으로 완벽할지 몰라도 실험을 통한 실제적인 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면, 과학이라기 보다는 철학의 범주에 넣어야 한단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혹은 "만물의 근원은 불이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지.

문제는, 실험으로 입증되기에는 끈이나 막이 너무 작다는 것이란다. 원자 지름의 1/10,000의 크기인, 원자핵의 지름이 10-15m 정도인데 비해, 끈의 길이는 10-35m 정도이란다. 즉 원자핵의 크기가 사람만 하더라도, 끈의 길이는 원자핵보다 더 작단다. 비유하자면, 사람의 맨눈으로 원자핵을 볼 수 있어야 입증이 된다는 뜻이 되겠지. 따라서 끈의 존재를 입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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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결론

16세기 초에 라플라스는 과학적 결정론을 자명한 것으로 가정했다. 즉 그는 특정 시간에서의 우주의 구성을 알기만 하면 그 이후의 우주의 전개과정을 정확하게 결정하는 법칙들의 집합이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라플라스의 결정론은 두 가지 점에서 불충분했다. 그의 이론은 그 법칙들이 어떻게 선택되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았고, 우주의 초기 구성을 규정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신의 몫으로 남겨졌다. 신은 우주가 어떻게 출발하고 어떤 법칙에 따라야 하는지를 선택하지만 일단 우주가 탄생한 후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결정론에 대한 라플라스의 희망이, 최소한 그가 마음속에 품었던 방식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는 하나의 입자의 위치와 속도와 같은 두 가지 양을 동시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음을 시사한다. 양자역학은 이러한 상황을, 입자들이 명확하게 규정된 위치와 속도를 가지지 않고 파동으로 표현되는 양자이론들을 통해서 다루고 있다. 이런 양자이론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파동의 전개 양상에 법칙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결정론적이다. 따라서 만약 특정 시간에서의 파동을 안다면, 우리는 그밖의 모든 시간에서의 그 파동을 계산할 수 있는 셈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임의적인 요소는 우리가 파동을 입자들의 위치와 속도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려고 시도할 때만 나타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실수일 수도 있다. 애당초 입장의 위치나 속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파동만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위치나 속도와 같은 우리의 선입견에 파동을 짜맞추려고 시도하는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사실상 우리는 과학의 임무를,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서 주어진 한계 안에서 사건들을 예견할 수 있게 해주는 법칙들을 발견하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언젠가 아인슈타인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신이 우주를 창조할 때, 어느 정도의 선택의 자유를 가졌을까?" 
통일이론이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규칙과 방정식들의 집합에 불과하다. 이 방정식들에 숨결을 불어넣어서 그 방정식들이 기술하는 우주를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수학적 모형을 구축하는 일상적인 과학의 접근방법으로는 그러한 모형이 기술하는 우주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답을 얻을 수 없다. 우주가 굳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면 창조자를 필요로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창조자는 우주에 다른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그 창조자는 누가 창조했는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우주가 무엇인가를 기술하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는 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은 제기할 수 없었다. 반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자신들의 직업인 철학자들은 과학이론의 진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18세기 철학자들은 과학을 포함해서 인간의 모든 지식을 자신들의 연구분야로 삼았고, '우주에는 시초라는 것이 있었는가'와 같은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에 과학은 극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수학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범위를 너무나 축소시켜서 금세기의 가장 유명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에 남겨진 유일한 임무는 언어분석뿐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따.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에 이르는 철학의 위대한 전통에 비한다면 얼마나 큰 몰락인가! 

그러나 만약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머지 않아서 소수의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폭넓은 원리로서 그 이론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철학자, 과학자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포함하여 우리들 모두가 우리 자신과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함께 토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물음의 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ㅡ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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