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오디션에 관한 글들
예능은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흐름(Flow)의 성격이라면, 교양은 정보와 지식을 쌓는 축적의 면모를 갖고 있따. 예능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기 떄문이고 교양이 예능보다는 덜 비판을 받거나 전폭적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는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와 즐거움은 한순간이지만 지식과 교양은 항구적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와 즐거움만 있는 예능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재미와 즐거움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도 있다. 아예 예능과 교양이 결합하는 방식을 추구한지 오래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라고 불러왔다. 인포테인먼트는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aintment)의 합성어이며 예능프로그램에 정보적 성격을 강화한 포맷을 일컫는다. 단순히 찰나적인 흥미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느 정보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은 엄연하게도 예능프로그램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능프로그램이 교양프로긂의 지식과 정보를 추구해오는 사이 교양프로그램도 이에 대응하여 예능적인 특성을 강화해왔다. 그렇기 떄문에 더욱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교양프로그램의 취약점이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예능의 영역으로 교양이 진출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따. 하지만 교양프로그램의 재미와 즐거움에 치중할 경우, 연성화되는 문제가 계속 지적되 온 것도 사실이다.
교양은 좀 더 나은 삶을 모색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며, 이는 문화(culture)의 맥락과 밀접하다.
교양프로그램의 변화된 방송환경에 대한 적응적 변신은 외연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의 형식을 구비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면에서도 교양프로그램은 변신을 거듭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지식과 정보를 통해 삶의 교양을 쌓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을 강화해왔따. 즉 실용성이나 유용성이 강화되었따. 또한 시청자가 지식과 정보를 통한 피(被)교양화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참여와 상호작용의 주체로 반영되었다. 이는 시청자의 방송주체화의 견지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부쩍 많아진 교양 파일럿 프로들은 교양의 틀에서 형식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대개 교양고 경제는 반대의 측면에 존재했다. 교양은 주로 정신적인 측면에 더 초점이 있고, 경제는 이른바 물적 토대에 관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양과 경제가 지식과 정보의 관점에서 만난다면 경제적인 분야도 교양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KBS 1 <대한민국 창업 프로젝트 천지창조>는 신개면 창업 인큐베이팅 서바이벌 방송을 표방했다. 창업, 투자 전문가들이 예비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심사하고 이들이 실제 창업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도록 하기에 실용적인 정보 프로그램이다. 실제 창업을 하려는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실제적인 정보와 지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역시 빌려오고 있다. 다만 약간의 변형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2013년 KBS 1의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황금의 펜타콘>은 1천여건의 창업아이템 가운데 투자전문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43팀의 본선 경합무대를 오디션 방식으로 치뤘다. 참가자들은 창업 아이템을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심사위원들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팀은 결선 진출하면 파격적인 창업자금이 주어졌다. <천지창조>는 이런 결선방식이 아니라 예선을 거친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에게 선택되어 같이 동반자적 창업을 이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들은 시청자들에게 창업데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실제 창업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즐거움과 함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는 분명하다
KBS 1 <꿈의기업 스카우트>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입사지원과 기회를 포맷으로 삼았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에 관한 선도적 프로그램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취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각 단계마다 주어지는 미션을 완수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평가에 따라 탈락여부가 결정되며, 최후의 1인으로 우승한 참여자에게는 해당 기업의 사원증이 수여된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참여와 도전이 전제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취업에 관심이 있는 취업 응시생들에게 실질적인 면접이나 채용에 간한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입사채용 지향의 이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들의 일상생활을 관찰예능방식으로 촬영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점에서 참여자들의 일상생활과 육성을 생생하게 포함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찰카메라가 등장하고 그들의 경쟁 과정은 다큐방식으로 담긴다. 참여자들을 지켜보는 여러 각도의 카메라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어 취업 오디션 경쟁에 참여한 이들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입사를 위한 딱딱한 경쟁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담으려 한다.
<천지창조>와 <스카우트>는 모두 시청자들의 참여를 통해 성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참여를 경험담이나 사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담기만 하는 관찰 다큐방식과도 달리 진행된다. 시청자의 참여가 장기자랑에 한정되는 예능과도 거리가 멀다. 시청자들의 경제적인 삶의 구체적 행태들 속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주기 떄문이다. 무엇보다 실제 일정한 효과를 안겨준다. 창업을 한다거나 기업인재를 선발해 입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교양프로그램이 창업이나 취업에 관한 정보와 사실만 전달하던 소극적인 의미의 특성과 차별되는 점이라 하겠다.
예컨대, KBS <희망기업열전>은 유명한 각 기업을 탐방하여 기업은 물론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선에서 머물로 만다. 이런 방식은 시청자들을 일반적인 정보 피전달자에만 머물게 할 수도 있다. 시청자의 입장이 아니라 기업인의 시선만 반영하는데 그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창업 프로젝트 - 천지창조> 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기존 창업 오디션 방송과 달리 멘토링, 엑셀러레이팅을 통한 스타트업의 성장과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총 10주간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최종 우승팀은 상금 1억원, 투자금 1억원, 기술개발 창업의 경우 연구개발(R&D) 지원금 5억원 등 최대 7억원을 받게 된다. 그 밖의 상위 입상팀들은 투자유치 기회와 창업보육공간과 멘토링 등 지원을 받는다.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나 초기기업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창업 공모전에서 누적상금 5000만원 이상 또는 국가, 지자체 및 투자기관 등으로부터 누적금액 1억원을 초과하는 투자를 받은 경우에는 참가가 제한된다.
창업오디션은 창업이라는 소재를 가수 오디션 열품을 불러일으켰던 <슈퍼스타 K>와 같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도전정신이 살아있는 벤처인들의 성공 스토리가 생산돼 창업문화 구축과 국민의식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창업기업이 중소벤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관행 개선 등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창업을 권하지 않는 반 창업적 사회분위기와 창업에 언 프랜들리(Un friendly)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전 정부들도 여러 창업육성책들을 시행했지만 별 성과없이 세금만 낭비하는 우를 범했다. 이제는 역량있는 인재가 창업생태계에 마음껏 뛰어들 수 있도록 창업친화적인 사회와 문화를 구축하는데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티나 실리그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어느 수요일 오후 스탠퍼드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는 이런 프로젝트가 있었따. 먼저 학생들을 14개 팀으로 나누고, 팀마다 종잣돈 5달러를 주었다. 이들에게는 일요일 저녁까지 최대한 수익을 올린 다음, 월요일 오후에 3분간 발표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성과는 놀라웠다. 14개 팀의 평균 수익률은 무려 4000%(200달러). 600달러를 번 팀도 있었다.
한 팀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몇 군데에 미리 예약을 했다. 토요일 저녁, 예약을 하지 못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에게 그 예약권을 20달러까지 받고 팔았다. 또 다른 팀은 학생회관 앞에서 자전거 타이어의 공기를 넣어주는 서비스를 했다. 처움엔 공기를 넣어주면서 1달러를 받다가 방법을 바꾸어 무료로 공기압을 넣어준 뒤 서비스를 받은 고객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왔다.
그러나 가장 많은 수익을 낸 팀은 월요일의 3분 프리젠테이션 시간을 판매한 팀이다. 평소 스탠퍼드대 학생들을 채용하길 원하는 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그 회사를 위한 광고를 제작하여 월요일에 과제해결 프리젠테이션 대신 그 회사를 소개하는 3분짜리 광고를 학생들 앞에서 발표했다. 그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유용한 자원을 발견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어느 강의실에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5달러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해마다 전 세계 수백개 팀이 참가하는 오디션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마 실리그 지음)에 실린 이 사례를 처음 접하면 엄청난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론 대신 문제해결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도 신선하다. 무엇보다 돈을 제일 많이 벌어온 사람이 승리하는 극단적인 과제라는 점이 파격적이다. 문제가 클수록 기회가 더 크다. 문제가 아닌 것을 해결해 달라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는 모토아래, 개인의 창의성 뿐만 아니라 팀의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느끼고 찾도록 가르친다.
경영전략의 아버리자 불리는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이란 천길 낭떠러지 끝, 즉 엣지(edge)에 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길, 그래서 가장 위험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오디션 열풍속에 있다. 오디션에 나가는 것은 자신을 엣지위에 세우는 것이기에 처절하지만, 강력한 힘이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열광한다.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창의력 오디션이 활짝 꽃피면 좋겠다.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지난 7일부터 케이블 TV채널 MBC퀸을 통해 '디자인 서바이벌: K-디자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1주일에 1회씩 총 8회가 2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총 2억원의 상금을 걸고 산업 디자인의 최강자를 가리는 이번 프로그램 역시 슈퍼스타K 등 상업적 프로그램이 도입한 미션ㆍ심사위원 평가 등의 요소를 도입해 화제성에 초점을 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간단합니다. 나와 비슷한, 혹은 나보다 더 불우해 보이는 일반인이 등장해 재능만으로 어려운 과제를 통화하고 결국 큰 상금을 거머쥐며 꿈을 이뤄내는 장면이 대리만족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승자 독식구조는 지나친 경쟁심리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문기사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에 대해 '우리가 꿈꾸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을 대리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뤄낸 평범한 인물의 성공담은 마치 불공정한 편파판정을 극복하고 거머줜 스포츠 영웅의 모습처럼 감동과 희열을 불러일으킨다는 겁니다. 이런 분석은 곧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따'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더욱 자주 들립니다. 열정과 재능은 넘쳐나고 피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지만 기회를 얻는게 쉽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자의 사연에 쉽게 동화되고 그의 성공을 응원하게 됩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젊은이의 꿈을 볼모로 잡는 무한 잔혹극'이라는 겁니다. 승자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어마어마한 상금까지 거머쥐지만 나머지 도전자는 패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무섭고도 씁쓸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입니다.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아이폰의 열풍이 한껏 높았던 2010년 3월 30일,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키워보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과감한 발상은 지식경제부에서 나왔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고교, 대학생, 대학원생의 후보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 100명을 선발한 뒤에 다시 3단계 관문 탈락제를 통해 최종적으로 10명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만들 수 있을까.
실패를 대하는 정부 정책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혁신가였던 잡스의 인생에서는 실패가 실패의 뒤를 이었다. 최근 그의 대성공은 거의 막판 역전 드라마와 다름없다.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따.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는 PC시대를 독점한 MS와 빌게이츠에 밀려 철저히 밀려있었다. MS의 윈도우가 등장하기 이전에 최초의 대중적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매킨토시 컴퓨터와 운영체계를 만들고도 루저중의 루저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3단계 관문 탈락제? 우리가 <실패를 성장의 과정>이 아닌 <자격의 부족>으로 보는 문화와 제도를 고수하는 한 <탁월한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일궈낸 잡스와 같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존 사고를 답습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 한국판 스티브 잡스 만들기가 정부 정책으로 발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정부가 IT를 대학입시용 수능과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IT천재, 전략적IT 산업은 육성되지 않는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이다.
인상파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자. 그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그는 잘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았다. 예술사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은 '잘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IT에서도 엇비슷한 맥락의 역사가 반복됐다. 파괴적 혁신,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사고가 IT를 이끌어왔다. IT는 예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도 스티브잡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만든다'라는 생각을 버리자. 인간의 창조성이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2001년 3월 28일 대만에서 MIT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써로우가 <지식기반 경제와 글로벌 경쟁: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의 뒷부분에 써로우는 급성장하는 아시아가 지식기반의 세계경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교육을 꼽았다. 여기에서 교육을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좀 더 폭넓게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정책은 써로우의 경고와 조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몰아닥친 오디션 포맷을 굳이 현재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의 창업의 영역에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의 열정이나 취지를 잘 포장해서 감동을 줄 수도 있지만, TV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급함이 제일 먼저 드러나는 곳이 방송매체 아닌가. 청년들이 도전과 혁신으로 일관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그런 복잡한 히스토리를 가지면서 살아도 괜찮도록 제도와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모험에 도전하는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창업지원금은 획일화된 창업경진대회의 형태 또는 턱 높은 정부의 투자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쉽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의 정반대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잡스와 같은 인물은 표준화된 공장의 제조방식으로는 만들 수 없다. 그 대신 고유한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더 넚은 기회의 대지를 마련해준다면 그들은 알아서 날개를 펼 것이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모습보다도 협력과 상생을 통해 이 사회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적응해가는 모습을 더욱 보여줘야 한다
디지털에서 태어나고 세계화로 달려가는 시대에 자라난 이 세대에게 인간과 기계, 사회와 기술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세계 소셜 웹 플랫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심어주고 그들이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탁월한 실패를 통해 혁신과 창조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장을 세워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을 넘어서는 것이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와 소셜 아키텍쳐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럴수 있다면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꿔보는 것도,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IT 그리고 그 IT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사회적 인프라를, 미래를 꿈꾸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창업오디션은 혁신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으레 그래왔듯이 내용보다도 겉모양새를 갖추는 것에만 급급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젋은 시절의 잡스가 되돌아 온다하더라도 만일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 상황이면 절대 창업대회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따. 아직도 서바이벌 게임으로 잡스가 탄생할 수있다고 믿는 것은 대한민국 뿐인것 같다.
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극적으로 편집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창업팀들의 개인사, 가정사를 들먹이지 않을 리가 없다. 또한 더욱 극적인 우승자를 만들기 위해 탈락자들을 더 극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을까 염려가 앞섰다. 또한, 그보다 더 큰 걱정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창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걱정이다.
대한민국에는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창업팀이 생겨났다.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서비스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시점에서 망가져버린 창업자들의 갱생이나 회생에 대한 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이제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리스타트업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떄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수많은 스타트업의 경험을 가진 CEO들이 실태에 대한 대가로 다시 취업전선이나 SI업체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실패라고 말하지 않고 쉬어가는 중이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러한 휴먼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창업은 안되는 것이다라는 공포감을 가진 창업자 한명이 주변에 전달하는 심리와 메세지는 전반적으로 제2, 3의 창업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청년들에게서는 스타트업 경험이 회사취업을 위한 스펙 정도로 여겨지는 가벼움을 목격하기도 하면서 이것이 창조경제의 방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전문가에게 심사를 받고 가치평가를 받는 형태의 면접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있었습니다만, 오디션형과는 달리 인기나 흥미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닌 전문가들의 심사로만 진행이 이루어지죠. 그에 비해 오디션형은 전문가들의 심사에 따른 여러가지의 자극과 시청자들의 인기투표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후반부엔 전문가의 평가는 거의 의미가 없어지고 말죠. 결국은 인기를 누가 더 많이 끄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